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장보기는 주부만의 것은 아니다. 이젠 퇴근 하는 남편들이 시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10년 전만 해도 남성이 시장을 보러 다니면, 색다른 시선으로 보았다. 요즘은 시장 보러 다니면 그런 시선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더 시장보는 게 즐겁다.
 
 
부산의 '부전시장'은 부전역 앞에 있다. 부전역은 1932년 7월 15일부터 영업한 오래된 역으로, 수송력이 좋지 않던 그 옛날, 부전역에 부하된 전국 산지의 싱싱한 수산물과 해산물 등이 좋아서, 부산 사람들이 크고 작은 명절 장을 부전시장에서 볼 만큼 부산 시민의 사랑을 받아 온 재래시장이다. 특히 새벽 일찍 장이 형성되어서, 큰 음식점이나, 소매 식품가게 상인들이 부전 시장에서 물건을 많이 구입한다.
 
부전시장은 1941년에 생성되어, 1975년에 대규모 종합 재래시장으로 문을 열었다. 부전역이 있어 전국 산지의 다양한 특산물과  민물고기, 생선, 야채, 청과, 건재약품과 건어물 등을 포함한 많은 산지의 수산물과 해산물 등 의류, 포목, 의류, 가방, 김치, 젓갈, 국수, 그릇 등 다양한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새벽 일찍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여느 재래시장보다 일찍 파시가 시작된다. 퇴근해서 지하철 타고 부전시장에 도착하면 파시 무렵이다. 파시의 매력은 아무래도 떨이의 재미가 아닐까. 어떨 때는 공짜로 상추를 얻어오기도 한다. 식구가 적어서  매일 장을 보기 어렵고, 장을 봐도 조리해 먹기보다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잊어버려 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어서, 가능한 김치와 밑반찬은 부전시장에 와서 산다.
 
여러번 다니다보니 단골집도 생겼다.  단골 김치, 밑반찬 파는 김치 가게 아주머니 솜씨가 너무 좋아서, 집에서 담가 먹는 것보다, 원가도 적게 들고 맛도 좋아서 김장철에도 우리집은 부전시장을 이용한다.
 
 
부전시장 내에는 유명한 '민물 생선 거리'가 있다. 1990년 초, 흩어져 있던 상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민물 생선 거리'를 형성, 부산에서는 최고 큰 민물 생선 취급 집적지이다. 20여 곳의 가게가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하고 질 좋은 상품이 많은 게, 부전 시장의 특징이다. 일반 소매 가게보다 많이 저렴하다. 파시에는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부전시장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989년 부전시장 건물 2층에 인삼전문시장이 들어오고부터다. 2006년 부전시장 등 부전동 일대 시장 상인들이 결합하여, '부전마켓타운'을 결성. 부전시장 일대를, 부전마켓타운으로 오늘에 이른다. 얼마 전 리모델링한 부전 시장은 백화점처럼 변신했다. 아케이드(그늘막)을 설치해, 비가 와도 쇼핑에 전혀 염려가 없게 되었다.
 
부전시장은 나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어린 공간이다. 어릴 적 부전시장 옆에 집이 있었고, 이 주변의 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나왔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직장도 부산진구청 앞이라, 아버지는 퇴근 무렵이면 부전시장에서 조기 따위를 새끼줄에 엮어 돌아오시곤 했다. 아무래도 나의 시장보기는 아버지의 영향에서 비롯된 모양이다.
 
 
어둑어둑한 파시의 골목시장, 아직 '떨이'를 하지 못한, 시장 아주머니들이 싸게 해 줄테니 '떠리미' 해 가라고 외치는 소리를, 긴 추억의 그림자처럼 밟으며 묵직한 시장 바구니를 든 기분, 하루의 묵직한 행복을 든 기분이다.

태그:#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