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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탄천의 유채꽃 길입니다.
 성남 탄천의 유채꽃 길입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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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탄천변에 유채꽃이 엄청나게 많이 피어 있는데, 아십니까? 탄천변이 오죽 깁니까. 그 긴 길을 따라 유채꽃이 끝없이 피어 있었습니다. '가도 가도 유채꽃'이라고나 할까요. 그 길을 걸었습니다.

걷다보니 유채꽃만 있는 게 아니더군요. 꽃이 있으면 나비가 있어야 구색이 맞겠지요. 하얀 나비가 얇은 날개를 가볍게 흔들며 어찌나 많이 날던지, 도저히 셀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나비는 참으로 오랜만에 봅니다.

29일, 청담역에서 한강변으로 내려가 탄천길을 걸었습니다. 서울의 탄천을 지나고 성남의 탄천변을 따라 모란역까지 15km를 걸었지요. 햇볕이 뜨겁긴 했지만 걸을 만 했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무르익으면 한낮에 그 길을 걷는 건 무리일 듯합니다. 포장된 도로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거든요.

이번에도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인도행)' 회원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이 있어 지루함을 덜 수 있었습니다.

도보여행 출발지는 청담역입니다. 14번 출구로 나와 진행 방향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걷습니다. 조금 걸으면 한강공원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400m만 가면 된답니다.

청담역에서 탄천으로 가는 도보여행 시작~

민들레
 민들레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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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길을 가다보니 길옆에 붉은 넝쿨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것이 보입니다. 벌어질 대로 벌어진 장미꽃은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네요. 절정의 시기를 지나 시들기 시작하는 꽃은 아름답다고 할 수 없겠지요.

5분 정도 걸으니 한강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옵니다. 터널 같은 곳을 지나야 합니다. 터널 안 벽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 위에 낙서가 되어 있네요. 어느 것이 그림이고 어느 것이 낙서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입구 쪽에 두 남자가 벽을 향해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무엇을 하나, 봤더니 벽에 칠한 페인트가 얇은 막이 된 채 들떠 있는 것을 뜯어내고 있었습니다. 안 쪽에는 공사용 트럭 한 대가 서 있었지요. 무슨 공사인지는 모르나 공사를 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눅눅하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니 한강이 보이고 강변으로 가는 내리막길이 나옵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 오른쪽 길로 접어듭니다. 강 건너에 잠실운동장이 있네요.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가득합니다. 길과 하늘만 봐서는 어제 비가 많이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강물은 조금 불어났겠지요.

길게 뻗은 길을 걸어갑니다. 자전거용 2차선 도로입니다. 머리 위에 고가도로가 지나갑니다. 민들레가 피어 있는데 그 곁에 홀씨가 되어 날아갈 준비가 된 민들레도 더불어 있습니다. 날아갈 준비가 끝난 민들레가 노란빛으로 활짝 피어난 민들레에게 "나는 너의 미래야"라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홀씨 민들레는 바람을 타고 새로운 땅을 찾아가겠지요.

15분쯤 걸었을까, 한강과 탄천의 합류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바로 앞에 보이는 지천이 탄천이랍니다. 탄천을 따라 길이 길게 뻗어 있습니다. 붉은 빛이 도는 길입니다. 그 길을 따라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자전거동호회인지 같은 모양의 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지나갑니다.

민들레가 민들레에게 하는 말

탄천
 탄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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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디선가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이런 냄새를 시궁창 냄새라고 하는 건가요? 탄천에서 나는 것이 분명합니다. 자세히 보니 물 빛깔이 탁합니다. 냄새가 아주 심한 것은 아니나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강변을 걸을 때면 물비린내가 나곤 했는데 시궁창 냄새가 풍겨오니 물비린내가 그리워집니다.

갈림길이 나옵니다. 한쪽은 양재천 가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습지로 가는 길입니다. 우한습지 가는 길로 접어듭니다. 걷다보니 길 한쪽에 가는 대나무가 무성합니다. 습지로 가는 길은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나무길 아래가 습지가 아닐까, 짐작을 해봅니다.

탄천을 우리 말로 풀면? 숯내랍니다. 탄천보다 더 정감이 가는 것 같지요? 조선시대에 목재와 땔감을 한강을 통해 실어와 뚝섬에 내려놨답니다. 그 나무로 숯을 만들던 곳이 바로 탄천 주변이었대요. 숯 덕분에 개천의 물은 검게 변했겠지요. 그래서 숯내로 불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한자로 옮기다보니 탄천이 되었다지요.

동방삭이와 관련된 옛 전설도 함께 적혀 있습니다. 탄천의 유래를 적은 표지판은 탄천의 여기저기에 많이 있습니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탄천에 가셔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탄천의 유래
 탄천의 유래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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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습니다. 탄천에는 학여울 창포원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창포는 노란색과 보라색 꽃이 주종인데 노란 꽃은 빛깔이 아주 맑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보랏빛은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지요. 옛날에는 단옷날에 창포를 넣고 끓인 물에 머리를 감았다는 건 잘 아실 겁니다.

자유수면습지로 가는 길을 조금 빠르게 걷습니다. 탄천교 아래를 지나가다 보니 긴 의자가 여러 개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탄천교가 그늘을 만들어준 덕분에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쉬고 있습니다. 자전거들도 시원한 바닥에 누워 같이 쉽니다.

자유수면습지를 지나 길을 따라 걷고 또 걷습니다. 자전거 도로 옆에 좁은 흙길이 나 있습니다. 포장된 길을 걷다가 지친 사람들이 길 옆으로 슬며시 빠져나와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인 듯합니다. 그 길 위로 올라갑니다. 길이 조금 젖어 있습니다. 이 곳에서야 전날 비가 내린 흔적을 찾아냅니다. 축축하게 젖은 길이 약간 미끄럽지만 걸을 만 합니다.

길 옆에 토끼풀이 여기 저기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붉은 토끼풀도 더러 보입니다.

커다란 돌 하나가 길 옆에 누워 있습니다. 서울시와 성남시의 경계를 가르는 돌입니다. 이제부터 성남시입니다. 성남의 탄천인 것이지요. 청담역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입니다.

성남의 탄천길에서는 냄새가 난다

하수 배출구
 하수 배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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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냄새가 심해집니다. 이런, 하수배출구가 있네요. 탄천은 용인의 난개발로 인해 생활하수가 유입해 오염도가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냄새로 미뤄 짐작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반가운 것은 성남의 탄천길은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한강변은 자전거 도로를 보행자가 함께 사용하다보니 가끔 위험한 일이 일어나곤 하지요.

자전거를 탈 때는 앞에서 알짱거리는 보행자들이 무섭더니, 길을 걷다보니 무한질주(?)를 하는 자전거가 무섭더군요. 사람 마음이 이렇게 변덕스러워서야. 그래서 탄천길의 보행자 전용도로가 더 많이 반가웠지요.

우와, 유채꽃이다. 탄천에서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것을 상쇄시켜 준 것은 길게 뻗은 유채꽃밭이었습니다. 족히 몇 백 미터는 이어지는 것 같았지요. 가도 가도 유채꽃 길이었으니까. 유채꽃 위에는 하얀 나비들이 어찌나 많이 날아다니던지, 나비 군락지에 온 것 같았습니다. 꽃이 있으니 나비가 날고, 벌이 꼬이겠지요? 더불어 사람들도 모여듭니다.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전용도로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전용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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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탄천길 참 깁니다. 유채꽃만 아니라면 중간에 그만 걷고 싶을 만큼 지루하게 이어집니다. 탄천의 길이는 35.6km로 25km가 성남시에 있답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바로 그 길의 일부인 것이지요.

드디어 모란시장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이제 탄천길에서 벗어나야겠지요. 배낭에 넣어두었던 생수가 내리쪼이는 햇볕 덕분에 뜨뜻미지근해졌습니다.

6월이 되면 이 길을 한낮에 걷는 것은 피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늘이 없는 포장도로가 뜨거운 열기를 뿜을 테니까요. 아직은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참을만하지만 한 여름이라면 견디기 쉽지 않겠지요.

탄천에서 벗어나 모란역까지 가는 것으로 이날의 도보여행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날 걸은 거리는 대략 15km로 3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이 길은 특별하게 볼거리가 많은 길은 아니지만 걷기에만 열중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산길이나 숲길을 걷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팔을 흔들면서 걷는다면 운동효과와 더불어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일행 중의 한 분은 걷기를 시작하고 3개월 정도 지난 뒤에 3킬로그램 가량 몸무게가 줄었다고 합니다. 걷기만 했는데 말이지요. 몸의 내부에서는 지방이 근육으로 바뀌는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 같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 [걸은 길] 청담역 14번출구 - 한강변 - 탄천길 - 모란역
[걸은 거리] 15km



태그:#도보여행, #청담역, #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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