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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 졸업식에서 예비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읽는다. 인류 봉사를 위해 생애를 바칠 것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고 엄숙히 선서한다. 많은 의사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제약사의 로비와 병원의 경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이 의사는 매일같이 저울질도 하고 외줄타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보편적인 의사들은 어떤 생각으로 환자를 대할까. 의사들은 어떻게 불확실성이 높은 학문인 의학과 자신의 직관을 버무려 '진단'을 내릴까. 과연 그들의 진단이 항상 옳은가. 그들은 어떤 오류를 범하는가.

"의사는 환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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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스씽킹 책 표지 .
ⓒ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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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혈액종양학 임상의인 제롬 그루프먼 박사는 의사들의 솔직한 생각을 인터뷰해 엮은 책 <닥터스 씽킹>을 통해 "의사는 환자의 도움 없이는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존재"라고 쓰고 있다.

이와 함께 모든 임상의학의 기본은 '언어'(대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언어는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며 특히 환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3개월 전 예약, 3시간 대기, 3분 진료'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 의료 환경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의학이 불확실성의 학문이란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제기해야 할 문제다.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기회를 주지 않을 경우 의사는 진단 과정에서 세 가지 큰 오류를 범한다.

첫 번째가 대표성의 오류다. 이는 지금 머릿속에 있는 판단이 맞을 것이란 생각에 매몰돼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오류다. 두 번째는 자신의 부정적 선입견에 환자가 맞아 떨어졌을 때 범하는 귀인 오류, 마지막으론 감정적 오류로 실현가능성에 대한 바람을 주관화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오류와 함께 오진 유발 요인으로 의료기기에 대한 맹신과 오독이 있다고 지적했다. 혈관조형제가 제대로 혈관에 채워지기 전에 촬영하면 아무 소용없다. 또 아무리 MRI로 병소를 정확히 찍어내도 판독에 오류를 범하면 무슨 소용 있는가.

결국 모든 것이 의사들의 생각에 달린 것이다. 환자를 진찰하고 사진을 판독하는 시점에서 문진, 망진, 촉진 등에 의한 정보와 데이터를 조합해 최대한 불확실한 요소를 제거하고 최적의 경우의 수를 끄집어내 최상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의사의 생각'이다.

이와 같은 정보 수집은 환자의 병력(소소한 일상사를 포함한)을 청취하고 필요한 정보를 끄집어내는 의사의 '전통적' 자세에서 비롯된다.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저자는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결국 급할수록 돌아가는 의사의 생각이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린다는 의미다.

그래서 하버드 의대 프랜시스 웰드 피보디 박사가 1925년에 한 연설장에서 말한 "환자 치료의 비법은 환자를 돌보는 마음에 있다"라는 구절은 아직도 임상의학의 지표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제롬 그루프먼 지음, 이문희 옮김, 해냄 펴냄, 395쪽, 1만3000원)

60년대 의사로 돌아가 '대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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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
ⓒ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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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환자의 소통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또 한권의 책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는 의학을 인문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은 의사의 복장에서 클로르포름이 아닌 사람 냄새가 나는지 킁킁거리며 다가가고 있다.

저자인 미국의 내과의사 로렌스 A.사벳은 인간성이 좋은 의사와 기술이 좋은 의사 중 누굴 택할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1960년대는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풍부했다. 이유는 환자의 병증을 진단하는 방법이 현재처럼 의료기기나 검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의 병력은 물론 신변잡기까지 들어야 그나마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의사의 의료기기 의존성을 높이는 대신 환자와 의사를 멀어지게 했다. 의사들은 환자의 호소를 듣는 과정에서 눈은 컴퓨터 모니터를 향하고 있다. 이것이 의학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암암리에 개입하는 오류와 그로 인한 치명적인 오진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현대의학의 장점인 정밀하고 차가운(명료한) 의학이란 학문을 십분 살리되 마음을 조금 가다듬고 환자를 따뜻한 눈으로 응시하고 귀를 열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환자에게 시간을 더 낼 것을 주문했다. 그것은 오류를 줄이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두 서적은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쌍둥이 같다.

(로렌스 A.사벳 지음, 박재영 옮김, 청년의사 펴냄, 413쪽 1만5000원)


닥터스 씽킹

제롬 그루프먼 지음, 이문희 옮김, 해냄(2007)


태그:#의사, #박재형, #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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