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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7일 갑작스럽게 일어난 선박충돌 사고로 1만 톤이 넘는 원유가 서해안을 뒤덮은 지 6개월. 태안에도 일부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정부는 방제 종료와 해수욕장 개장을 서두르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주목할 것은 환경피해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과 복원방법에 대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환경피해가 인간에게 끼칠 영향과 복원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할지는 산정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유류오염은 수십 년 이상의 장기적인 복원과정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충남 태안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점점 사라지고,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관심이 유동적일 경우에는 생태계에 대한 조사가 단기 조사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럴수록 생태계 회복은 어렵게 된다.

 

태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조간대 지역으로 오염물질이 퇴적되기 쉬운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름이 밀물 때 해안에 쌓인 뒤, 다음 밀물에 들어오는 모래 속에 보존이 되어 연안에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타르가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은 원유의 화학성분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퇴적물의 서식지와 미생물분해 기능을 파괴하거나, 유막 형성으로 인한 질식 등이라 할 수 있다.

 

퇴적층으로 스며든 기름은 저서동물에게 영향을 미쳐 생태계 회복과정을 방해할 수 있으며, 저서생물군집은 회복되어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오염된 암반 지역은 생물상과 군집이 이전보다 풍부하지 못하거나, 우점종이 변화될 가능성도 높다.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생태계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10년~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다양한 조사결과들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전문가들은 갯벌에 남은 유물질을 작은 미생물들이 섭취하면 먹이사슬에 의한 '연쇄 농축'이 이뤄지고, 결국 해양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태안 앞바다의 해초류와 해조류가 절반가량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무분별한 과잉 방제가 오히려 해양생태계를 파괴시키기도 했다. 이번 방제 과정에서 돌을 삶아 기름을 없애거나 고온-고압 세척기를 사용하여 기름을 제거하면서 돌에 살던 미생물까지 죽어버렸다. 해안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암벽과 바위는 기름제거를 위해 부서지거나, 굴착기로 모래와 자갈을 뒤엎고, 수백 년 된 소나무도 길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베어버렸다.

 

생태계 회복을 통한 방제 완료가 되어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의 유류질물에 대한 모니터링 없이 방재완료를 선언할 수 없다. 미국의 알래스카 기름유출 사고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와 주민의 협의체를 구성해 장기적인 생태계 모니터링을 통해서 사라져간 물고기와 새들이 다시 서식지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 기간이 20년, 30년이 될지라도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름오염피해 조사와 생태계 모니터링이 절실하다. 생태지평연구소에서는 지난 5월부터 태안 유류오염에 의한 환경피해와 복원을 위한 중장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표층과 표하층 등의 퇴적물내 유물질 잔존량과 저서생물내 유물질 잔존량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하였다.

 

알래스카의 사례와 같이 향후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과 NGO, 전문가가 함께 수년간 퇴적층과 생태계를 모니터링하고, 지역주민이 태안이 가진 환경적 가치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주체로서 성장하여 환경보존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될 경우, 중장기 모니터링 조사는 더욱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기름오염 사고가 자연생태계에 입힌 손상·손실에 대해 원상회복, 복구, 대체 등에 필요한 비용 외에 자연환경의 이용불만에 의한 손실이나 손해에 대한 조사가 실행되어야 하며, 가해자의 중과실 입증을 위해 유류오염으로 인한 환경 피해 현황, 복구기간과 복구비용 산정, 현장조사와 과학적 전문성이 결합된 근거자료로 구축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생태계 모니터링과 복원계획, 기간, 비용,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 시점까지의 기간이 피해 보상과 생태계 복원 기간으로 산정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태안에서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변호사들이 공익을 중심으로 삼성중공업 유류오염사고 공익소송대리인단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주민피해조사와 더불어 이러한 환경피해조사를 포함한 조사와 공익소송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의미 있는 활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반도라는 지형적 특성에 따라 한국사회가 그러하듯, 태안 주민의 삶도 서해안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바다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형성되어 왔다. 한국의 연안은 다른 나라와 달리 어업 등 연안의 직접 이용률이 높고,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이 주요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관광지로서 바다와의 인연은 매우 깊다. 때문에 최악의 환경재앙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는 자연환경의 복구만이 삶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방법이다.

 

따라서 이러한 태안 환경피해조사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태안 앞바다가 살아나는 기적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여러분들의 도움과 지원이 절실하다. 태안을 찾았던 150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잇는 다음 노력은 자연과 주민 삶의 복원을 통해 다시 일구는 희망이 될 것이며, 이것이 서해안과 바다 전체를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승화 기자는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입니다.  


태그:#태안, #모니터링, #환경조사, #기름유출, #유류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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