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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당 2000원 시대가 오고 말았다. 한국 석유공사의 주유소 종합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의하면 5월 22일부로 휘발유가 리터당 2000원선을 돌파하였으며 23일에는 경유마저 2000원을 넘어 2025원에 거래하는 주유소가 생겨났다. 리터당 기름 2000원 시대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에 커다란 악재로 부각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제3의 오일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고유가를 방치하는 이명박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5년 물가를 100이라 할 때 현재 물가는 108.8로 약 8.8%가 오른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 휘발유는 118.4로 18.4%가 오른 셈이 되어 물가상승율의 두 배에 달한다. 경유의 물가수치는 더욱 경악스러운데 149로 무려 49%가 올랐다. 경유가격은 불과 3년 남짓한 사이에 50%나 가파르게 상승하며 전체 기름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의 6배에 달하는 경유가격의 수직상승은 서민경제를 붕괴시키는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유의 가격상승은 정부의 수수방관 속에 증폭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휘발유에 비해 연비가 높은 경유의 특성상 고유가로 허덕이는 최근 국제원유시장에서 경유의 구매요구가 높아져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초 배럴당 108달러였던 국제 경유 시세는 지난주 163달러로 51%나 뛰었다. 이에 비해 연초에 배럴당 99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 현재 130달러로 31% 오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휘발유나 경유나 우리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민생경제에 큰 타격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경유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대다수 도시서민들과 농민 등 경제사정이 썩 좋지 않은 서민계층이란 점이 심각한 문제다.

 

경유를 많이 사용하는 직종은 바로 운수업, 트럭운전자들이다. 20톤 트럭으로 운수업에 종사할 경우 1달 기름값이 400만원 내외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대세였지만 현재와 같이 경유가격이 급상승하게 되면 한 달 27일을 근무할 경우 기름값은 600만원까지 나올 수 있어 1달내내 근무를 하더라도 순수입을 가질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농민들의 경우 정부로부터 면세유를 공급받고 있지만 가격절감효과는 700원 가량에 불과하여 현재 급등하는 경유가격 상승치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역의 운수용 트럭, 농기계, 어선들이 하나둘씩 가동을 중단하기 시작하고 있다.

 

기름값은 왜 2000원인가

 

현재 리터당 2000원하는 기름값은 어떻게 책정되는 것인가? 먼저 국내 정유회사들이 외국석유자본으로부터 석유를 들여오게 된다. 이 가격은 주로 한국이 들여오는 중동산 두바이유의 원유가격에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중동 두바이유의 원유가격은 2007년 9월말에 77달러 하던 것이 2008년 4월말에는 110달러에 근접하더니 5월말 현재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고 있다. 물론 원유전체가 휘발유 또는 경유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유가격을 따져보면 현재 리터당 0.82달러, 860원 가량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원유를 수입할 때 3%의 수입관세를 물게 되는데 그러면 수입원가는 885원으로 되고 조세에 준하는 석유부담금을 1리터당 16원 부담하여 약 900원이 된다.

 

여기에 정유회사에서 정유를 해서 원유를 나프타, 휘발유, 경유, 중유 등으로 정유를 하면 정유가격이 추가된다. 정유회사가 정유할 경우 금액은 공장도 공시가격으로 표현되는데 이 경우에 정유회사가 얼마만큼의 이윤을 착복하는데는 알 길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비지니스 프렌들리" 덕에 정유회사가 공장도 공시가격 공시를 세금을 포함한 가격으로 해오다가 이마저도 비공개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자료에 의하면 GS 칼텍스의 5월 21일자 세금 포함한 휘발유 가격은 1778원이었다. 이는 유류세가 반영된 가격으로 현재 유류세는 670원이며 여기에는 교통세와 주행세, 교육세가 포함되어 있다. GS 칼텍스의 세후가격에 유류세 670원을 제외시키면 정유가격은 약 1108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1778원의 세후 정유가격은 이후 정유회사의 이윤과 주유소의 이윤이 들어가 1900원에서 2000원에 상당하는 휘발유가 탄생하는 것이다.

 

해외 수급 원유, 5년새 500%가 상승하다

 

현재 기름값은 원유가격 부분, 유류세 부과부분, 정유관련 업계의 중간이윤 부분의 3축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수입해오는 원유의 가격이 약 900원으로 45%를 차지하며 유류세가 31% 가량, 정유업계의 중간 이윤이 24% 가량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유가상승을 주도하는 항목은 단연 해외원유가격이다. 해외원유가격은 지난 5년 사이 무려 500%가 수직상승하였으며 지난 2달만에 다시금 30%가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원유가격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던 시점인 2003년만 하더라도 배럴당 26.8달러에 불과하였다. 그러던 중 두바이유는 2005년을 기점으로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더니 올해 3월 초에 사상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하여 130달러선까지 거침없이 올라선 것이다.

 

670원 가량의 유류세는 이명박 정부가 그나마 10% 감면한 금액이며 오히려 원유가격의 상승으로 가격의 10% 가량을 부과하는 부가가치세가 유류세 감면을 상쇄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현재 유가상승의 원인은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니까 2007년 7월 정부가 밝혔던 휘발유와 경우, LPG의 소비자 가격 수준을 100:85:50으로 조정한다는 방침도 원유가격의 급상승으로 쓸모없는 종잇장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해외경유시장의 가격급상승은 100:85 가 아니라 경유의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높은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회사의 폭리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유회사의 폭리는 해외원유가격만큼 결정적 요인이라기보다는 해외자본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해당하는 부분이 크다. 결국 정유회사의 폭리는 한국이 만성적인 고유가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정유회사들이 지탄을 받는 이유는 국내정유회사가 해외 석유자본에 잠식되어 기름값 대란에도 회사매출을 올리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아람코, 세브론 등 석유메이저들이 한국 정유사들을 장악하고 있어 도대체 얼마짜리 원유를 수입해 오는지 알 수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국내 4대 정유회사라 할 수 있는 GS사는 미국독점자본인 칼텍스사가 주식의 50%를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무려 8840억원의 배당금을 차지하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랍에메리트 연합의 IPIC사가 주식의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S-Oil사는 석유독점자본인 아람코가 주식의 35%를 장악하고 최근 5년간 4899억원의 배당금을 차지한 바 있다.

 

결국 현재 상승하는 기름값의 원인은 해외석유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이 핵심 요인이며 여기에 정유회사의 폭리가 한몫 더하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이명박, 고유가 대책을 세워라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국의 대통령이란 이명박은 기름값은 단지 해외시장의 문제일 뿐이라며 뒷짐 진 채 국민들의 유류세 인하 요구마저 묵살하고 있다. 유류세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경유값이 오르는 것은 국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 세금을 낮춰도 해결이 안 된다"면서 "세금을 낮추면 에너지 소비만 늘어나기 때문에 유류세를 낮출 수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발언은 참으로 무책임한 발언이다. 국제가격이 올랐으면 더 싼 공급처를 찾아나서는 것은 정부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기어이 들여다 놓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온 국민이 원하는 값싼 석유는 왜 들여올 생각을 못하는 것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눈만 뜨면 "글로벌 경제"를 외치고 "해외시장 개방"과 "외자유치"를 외치면서 나라의 문이란 문은 있는대로 다 열어놓더니 이제 해외에서 각종 경제 악재가 쏟아져 들어오자 그 충격을 국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지금의 고유가에 대한 진단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란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올해 초 미국경제를 강타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맞물려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것이 국제 원유시장에 높은 달러가격을 형성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미국발 경제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유가 행진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고유가 문제가 전혀 극복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산업의 구조를 박리다매 (薄利多賣) 형의 수출 중심의 가공무역에서 탈피시키고 부가기치 중심의 기술산업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박리다매 형 업체가 가장 어려워지는 시점은 바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이다. 최근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저가형의 중식당이 연이어 폐점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경제의 앞날이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자동차를 몇 백만대씩 조립하고 대형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고 하는 방식은 너무 많은 원자재와 자원을 소비하는 "20세기형 산업"임은 이제 분명한 사실이다. 동일한 자동차, 철강 산업이라 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이 결합되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 수출하여야 한다.

 

게다가 대형 산업설비를 많이 갖춘 한국은 세계 4위의 석유수입국으로 6억1706만4천배럴의 석유를 소비하여 세계에서 7번째로 석유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다. 그렇다면 이에 걸맞게 석유의 수급처를 다양하게 변화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국제시장의 문제임을 내세워 고유가 문제를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는 나라를 책임질 자격이 없다. 수많은 국민들과 산업이 고유가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집행하기 위해 애쓸 것이 아니라 해외 원유를 어떻게 해서든 싸게 들여 올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북으로, 대륙으로 나서라

 

이뿐 아니라 정부는 전략적 개념으로 중장기적 석유물량을 꾸준히 확보해 들어가야 한다.

 

일례로 작년에는 러시아가 하루 평균 555만 1천 배럴의 석유를 수출하여 518만 6천 배럴에 그쳤던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석유수출국에 올랐다. 이와 함께 서해 발해만 인근에는 중국 보하이만 유전에서 이어지는 대형 서해유전이 있다는 정보가 관측되고 있다. 북한의 원유공업부 자료에 따르면 평안남도 남포의 앞바다인 서한만 일대에는 50억- 43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한다. 중국은 2005년 12월 24일에 북.중 간 해상원유 공동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북한 석유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해유전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장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 과정에서 거론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변화하는 유전개발동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전체 원유수입량의 70%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원유수급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원유거래를 중동지역에 의존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중동의 원유수급은 미국석유자본이 장악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한국정부가 '으레' 이들 미국석유자본과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 석유나 중동 석유의 품질에 대한 지적이라던지 수입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경우 이라크 전쟁이나 이란핵개발과 같은 정치적 불안정성에 의한 유가폭등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발해만 인근의 서해유전 역시 중국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유전개발 몫을 가져와야 한다.

 

더구나 한국의 옆에는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인 중국과 세계 3위의 일본이 있다. 한·중·일 3국이 러시아와 공동사업을 추진하여 러시아의 광활한 원유와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실어올 가스 파이프 라인을 부설한다면 천연자원의 수급은 훨씬 원활해질 것이다.

 

이어 6자회담을 비롯한 동북아 평화구축 논의가 가시화될 경우 가스 파이프 라인을 직접 북한을 경유하여 서울과 부산까지 끌어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이같은 "대륙사업"은 당분간 시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왜냐하면 이명박의 "비지니스 프렌들리"는 미국 석유자본의 "비지니스"를 위해 지속적으로 중동의 석유를 사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대북강경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키고 있으므로 그런 대북정책이 존재하는 한 시베리아 개발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하늘을 찌르는 고유가 시대에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툭하면 내던지던 "실용"의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 날로 치솟는 고유가와 높은 원자재 가격, 곡물가격의 공통점은 "미국발"이란 점이다. 한미동맹 강화 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가격상승의 고통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은 아니다.

 

다 떨어져가는 한미동맹의 우산일랑 이제라도 집어치우고 한국경제는 미국이 아닌 진정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활동중입니다.


태그:#이명박, #고유가, #석유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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