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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기사거리(글감)  찾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글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고 내게 물으면 나 또한 ‘일상’에서 찾으라고 얘기해 준다.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모습에서 그 모범을 보았다. 추기자는 사소한 일도 허투루 보지 않고 파고들어 기사를 만들어 냈다.  호기심 많은 추광규 기자가 기사를 만들어 내는 과정 속으로 들어간다.[기자주]

 

 

“오늘 시간 좀 비워둬, 서울에서 방금 출발했으니까 40분 후면 도착할 거야.”

“시간 많으니까 아무 때나 오세요. 기다릴게요.”

 

23일 금요일 오후, 사실은 바빴다. 일이 많이 밀려서 골치가 지끈지끈 거렸다. 예의상 많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래도 반가운 사람이다. 괜스레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그날 방문하기로 한 사람은 <신문고 뉴스> 추광규 기자다.

 

“너무 빨리 왔나? 바쁜거 아냐? 오늘 한잔 해야지.”

“그래야지요. 6시부터 시작하지요. 미처 끝내지 못한 일도 있고...”

 

도착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맞췄다. 출발한다고 전화한 지 약 40분 만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술타령이다. 정각 6시에 술 고픈 추광규 기자 배를 채워주기 위해 술집으로 향했다.

 

“횟집에서 술을 안 판다고?”

 

“저기 어때? 저런 집이 맛있어. 무엇인가 있을 듯한 분위기야.”

 

이렇게 말하며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어간다. 허름한 횟집이었다. 간이 의자에 간이 탁자 서너 개, 이곳이 횟집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이 전부였다. 아! 한가지 또 있다. 주인장이 입고 있는 횟집 주방장 복장.

 

추광규 기자를 만나면 편하다. 선택하느라 고민할 일이 없다. 음식점을 가든 술집을 가든 선택 하는 것은 추기자 몫이다. 메뉴 선정 할 때도 마찬가지. 추 기자와 중국집 가면 자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잠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추기자가 재빠르게 결정해 버린다. “이 집은 왠지 자장면이 맛있을 것 같아 짜장면 어때?” 이런 식이다.

 

“와! 굉장히 싸다. 오징어+광어회가 2만 원이네 우리 이거 먹자.”

 

5분 고민해야 할 일을 추기자는 단 5초 만에 끝낸다. 이 점이 존경스럽다. 김치찌개 먹을까, 된장찌개 먹을까 고민하느라  끙끙 거리는 내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이 사람을 만나면 편하다.

 

“엥? 술이 없다고요. 횟집에 술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슈퍼마켓에서 사다 먹으라고요. 특이한 횟집이네요. 밥도 없고 매운탕도 없고.”

 

재미있는 횟집이다. 오로지 회만 판다. 술도 없고 밥도 없고 반찬도 없고 매운탕도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추 기자다. ‘재미있네’ 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꺼내든다.

 

옆 좌석 손님까지 인터뷰...‘기자 정신’이 부럽다

 

 

추 기자가 명함을 건네자 주인 아주머니는 약간 긴장하는 눈치다. 횟집에서 술을 안 파는 이유가 무엇이냐? 영업방침을 이렇게 정한 계기는 무엇이냐? 는 등 시시콜콜한 것을 질문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가게를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그동안 안양 중앙시장에서 일했어요.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됩니다.“

“술을 팔지 않는 것은 혹시 종교적인 이유인가요?”

“그건 아니고요. 손님들이 가장 싸게 회를 즐길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술도 손님이 사다 자시게 하고 밥도 안 팔고 그렇습니다."

 

인터뷰는 옆 좌석 손님들에까지 이어졌다. 적극성과 기자 근성에 박수를 쳐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이 근처에 살고 계시나요? 이 가게 영업방식이 맘에 드십니까?”

“가격 싼 것이 맘에 들어요. 싼 가격에 이것저것 맛볼 수 있잖아요.”

“저는 좀 밋밋한 것 같아요. 조개 국물 정도는 있어야 속을 달랠 수 있잖아요. 금정역 쪽 포장마차는 옥수수하고 조개탕 국물 정도는 나와요.”

 

옆 좌석 손님들을 인터뷰 할 때 내심 조마조마 했다. 술집에서는 낯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 만수무강에 좋다. 술이 얼큰하게 들어간 다음에는 더욱 더. 자칫 시비 거는 것으로 비쳐지면 싸움나기 일쑤다. 또, 낯모르는 사람이 말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용감한 추기자는 내 노파심을 조롱하듯 당당하게 인터뷰를 성공시켰다. 

 

“회도 못 먹는데 왜 오라고 했어요?”

“회를 못 먹는다고? 제주도 출신인데? 고향에서 뭐 먹고 살았어?”

“제주도도 있을 것 다 있어요. 밥 먹고 김치 먹고.”

 

난감한 일이 발생했다. 저녁 사 준다고 데리고 나온 후배가 회를 입에도 대지 못한다는 것. 추 기자의 진가는 밥 문제 해결할 때 다시 한번 발휘됐다.

 

“자장면 시켜먹으면 되잖아. 아주머니 여기 자장면 하나 주세요.”

 

이것도 불과 5초 만에 내린 결정이다. 술 팔지 않는 횟집에 대해서 토론도 붙였다. 이런 형태 영업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를. 우리 일행은 영업방식이 약간만 바뀌면 성공할 것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추 기자는 이날 취재한 것을 본인이 운영하는 <신문고 뉴스> 와 <오마이뉴스>에 게재했다. 일상에서 기사 만들어 내는 생생한 과정을 보여준 추 기자에게 감사한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기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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