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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23일 오후 내놓은 교과부 간부들의 모교 예산지원에 대한 유감표명문도 거짓말 또는 엉터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과부는 이날 '간부 27명의 모교 방문 500만원 지원' 사실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 지시를 내리자 A4 용지 반 장 분량의 유감표명문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이 발표문에서 "금년에는 실·국장에게 모교 방문을 권장하기 위해 특별교부금에서 도서구입 등을 위한 지원을 하도록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지원은 관행적인 것이긴 했으나 새 정부의 변화 의지와는 걸맞지 않았던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교과부는 하루 전인 22일에도 간부 모교에 대한 교부금 지원에 대해 '관례'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2007년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 재임 시절 등 참여정부 때에는 실·국장이 나랏돈으로 모교를 방문해 교부금을 지원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이날 밝혀졌다. 김 부총리 시절 실·국장 등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한 결과다.

 

지난해 교과부에서 실·국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김 전 부총리가) 실·국장이 제각기 모교를 방문토록 지시한 적도 없었고, 교과부 예산을 갖고 가는 일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 시절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전직 교과부 중견 인사도 "참여정부 시절 김 부총리가 직원들의 건의에 따라 일반학교에 가거나 모교를 방문했을 때 1000만원의 교부금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면서도 "당시 교육부는 직원들의 학교 방문 뒤 '민폐 끼치지 마라'며 식사 비용을 사후 청구하라고 지시한 적은 있어도 올해처럼 국비를 모교에 주도록 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교과부가 이날 유감표명문에서도 '관행'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과 관련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 실·국장 등 "관행? 이해할 수 없다!"

 

앞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도 최근 사태와 관련 '관행'이란 표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는 23일 오전 보도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교과부 간부들의 모교 국비지원 논란과 관련, 김도연 교과부장관을 질책하고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류우익 대통령실장도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가 궁지에 몰리자 청와대에 '참여정부 시절에도 있던 관행'이라는 내용의 엉터리 보고서를 올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부의 한 중견관리는 "교과부가 사과문(유감표명문)에서 '관행'이라고 적은 것은 실·국장이 모교에 돈을 건넨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장관에 국한시킨 표현으로 봐달라"면서 "(청와대의 지시 뒤) 급하게 사과문을 작성하려다 보니 일부 오해를 살 표현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교과부가 발표한 유감표명문 전문이다.

 

스승의 날 기념 학교현장 방문 관련 발표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김도연)는 매년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스승 존중 풍토를 진작시키기 위하여 모교 방문을 추진하여 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의 참여가 저조하여 금년에는 실국장들에게 모교 방문을 권장하기 위하여 특별교부금에서 도서구입 등 학교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을 하도록 방침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관행적인 것이긴 했으나 새 정부의 변화 의지와는 걸맞지 않았던 것을 인정하며, 특히 교육과학기술부 간부진의 모교에만 지원한다는 비판과 지적은 겸허히 수용합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미 방문한 10개 학교에 대한 지원 약속은 해당 학교장의 양해를 구하여 철회할 계획이며, 향후 학교방문시 특별교부금에서 지원하는 격려금 형태의 지원방식은 폐지할 방침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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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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