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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1일)따라 바람이 몹시 분다. 신바람 건강운동교실 두 번째 시간을 가졌다. 첫날 운동교실이 끝나고 나서 참여했던 분들이 어떤 반응일까 무척 궁금했다. 혹 너무 재미없어서 모두 그만두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중에 반 이상은 계속 참여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왜냐하면 평소에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하고 지속성을 가져야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일주일에 3회, 30분 이상(7330운동) 꾸준히 운동하시라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2시가 넘어서자 자꾸만 눈길이 창밖에 머문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엄마를 기다리는 심정이 이러했을까? 아직 한 시간 가량 남았는데 벌써부터 어르신들이 기다려진다. 첫날의 평가가 그분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할머니 한 분께서 들어오신다.

 

"어, 아직 아무도 안 왔네? 난 벌써들 온줄 알고 바쁘게 왔는데…. 우리 동네 사람은 온 줄 알고 안 들러서 왔더니 아직 안 왔구먼. 들러서 같이 올걸."

"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기다려봐요. 오시겠죠."

 

그렇게 제일 먼저 독거노인이신 할머니 한 분이 방문하셨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는데 윗동네 어르신 두 분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신다. 그 뒤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2시 40분이 다 돼 가는데도 인기척이 없어 마음이 불안하다.

 

혹 시간을 잊어버리신 건 아닌지 궁금하여 한 할머니 댁으로 전화를 걸었다. 며느리가 받으며 "금방 나가셨는데요?"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 오시는 중이신가 보다 싶어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모이신 어르신들이 모두 일곱 분이다. 첫날에 비해 참석자가 훨씬 줄었지만 일곱 분의 어르신들께서 다시 찾아주신 데 대해 만족했다. 첫날 직접 운동교실을 운영해본 결과 건강증진실 공간이 협소하여 큰 동작을 하려면 8명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로는 누구는 다니기 힘들어서 그만한다고 하고 또 누구는 급히 어디 갈 일이 있어서 못 왔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첫날은 좁은 공간에 비해 너무 많은 인원이 참여해서 큰 동작을 할 수 없었으나 둘째날은 운동하기에 적당한 인원이 참석했다.

 

오늘 운동교실 운영 순서는 먼저 서로 반갑게 인사나누기- 건강박수 20번씩 치기 - 준비운동(스트레칭)- 본운동(치매예방체조)-노래부르기(강원도아리랑)- 간단한 게임(손동작하며 퐁당퐁당 노래부르기)-고향의 봄 노래에 맞춰 서로 안마하기(어깨 주무르고 등 두드리고 간지럼태우기)-웃음치료(동영상 자료 활용)-정리운동 순으로 이루어졌다.

 

서로 인사나누기부터 첫날보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목소리가 커지고 쑥쓰러움이 덜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이어 건강박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 오던 것이라 참 잘 하신다. 그러고는 시범을 보이는 내 동작에 따라 준비운동, 본 운동을 마치고 다 같이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언젠가 가족 모임에서 노래방에 가 부르던 우리 시어머님과 어머님의 노래를 듣는 듯하다. 어르신들에게 박수치며 즐겁게 노래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데 대하여 마음이 뿌듯하다. 노래는 어르신들이 즐겨 부르는 민요 위주로 선곡했다. 첫날에 이어 오늘은 '강원도 아리랑'을 준비하고 눈이 잘 안 보이신다는 어르신들을 위해 달력 뒤에다 큰 글씨로 가사를 적어 앞에 붙여놓았다.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는 점점 더 부드러워졌고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열심히 따라하시고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신바람건강운동교실 운영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나 시내에는 어르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지만 농촌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들에 나가 일하느라 바빠서 어르신들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집에 혼자 계시거나 빈 노인회관에 한 두 분이 모여 누워계시는 정도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건강운동교실을 운영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장소관계로 실천하지 못 하다가 틈나는 대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연수를 받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공간 탓만 하기보다는 일단 몇 명이라도 참여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계시면 운동교실을 운영하리라 마음먹고 실천하게 된 것이다.

 

첫날은 퐁당퐁당 동요를 부르며 혼자서 손을 오무렸다, 폈다 하는 손동작을 했다. 둘째날인 오늘은 어르신 두 분이 짝을 지어 엇갈린 손동작을 하는데, 여기서 그만 웃음바다가 되었다. 웃음을 참지 못한 한 할머니는 급기야 내 무릎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어르신들의 손동작을 보시며 터저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나와 짝을 이뤄 손동작을 하시던 할머니께서 "아이고 내 배꼽이야, 이러다 내 배꼽 빠지겠네"하시며 폭소를 터트리신 것이다.

 

칠십이 넘으신 어르신들, 어느 팀은 서로 손바닥 끝을 꼭 붙이고 하시는가 하면, 어느 팀은 서로 똑같은 손동작을 하고 계셨다. 한분이 손을 쫙 펴시면 다른 한 분은 주먹을 저야 하는데, 서로 손을 쫙 펴고 또 주먹을 똑같이 쥐시는 모습을 보고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렇게 작은 손동작을 가지고 활짝 웃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웃음치료의 큰 효과를 본 것이다.

 

또, 한번 터져 나오는 어르신들의 웃음으로 더 이상 운동교실 진행이 안 될 정도다. 웃음박수를 치는 모습을 컴퓨터로 보여드리며 내가 박수를 치며 크게 웃자 그 모습이 우스운지 따라하시다 말고 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아마 웃음 박수치는 모습을 처음 보시는 모양이다. 나도 덩달아 웃음을 참지 못하고 급기야는 운동교실이 마치 웃음 경연장처럼 돼 버렸다.

 

한참을 웃고 나서 다시 컴퓨터로 '3분 웃음'이란 동영상을 보여드렸는데 어르신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빠가 '뿅' 하고 어르는 데로 아기가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활짝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건강운동교실을 위해 준비하며 어려웠던 일들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이제 다음부터는 어르신들을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멀리서 걸어왔다, 걸어가시는 것 자체가 운동이 될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한 시간 동안 율동과 웃음, 건강박수를 함께 하며 타 동네의 어르신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빠지지 말고 참석해 주세요."

 

이렇게 당부하자 꼭 참석하자고 서로 다짐하셨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려있다. 어르신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비중을 두고 앞으로도 좋은 자료와 쉽고 재밌게 따라할 수 있는 체조를 개발하여 말 그대로 '신바람 건강운동 교실'을 운영해야겠다. 어르신들의 활짝 웃는 얼굴을 기대하며….

덧붙이는 글 | 유포터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건강운동교실, #노인체조, #보건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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