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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 걱정이 덜한 또 다른 작은 한국

외국 여행가면 음식이 제일 문제라는데 그런 걸 전혀 못 느끼겠다. 아침은 호텔에서 세계적인 공통식인 뷔페. 큰 놈 재형이가 제일 신났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단다. 아침을 먹고 숙소에서 여행 준비하고 나오면 배가 고프단다.

점심은 계속 한국 음식이다. 캄보디아 관광객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음식점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그래서 한국 내 작은 관광도시에 온 듯 착각을 일으킨다. 식당마다 한국인들로 북적거린다. 점심으로 먹은 숯불돼지갈비는 일품이다. 이곳 돼지고기는 최고로 맛있단다. 소고기는 질겨서 못 먹고.

담백하여 맛있게 먹었다.
▲ 쌀국수 담백하여 맛있게 먹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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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현지 뷔페지만 입맛 따라 골라먹으니 음식 걱정이 없다. 외국 나가면 음식 때문에 고생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입이 짧은 작은놈 먹을 멸치자반과 느끼한 음식에 대비한 고추장을 담아왔는데. 결국 그대로 남게 생겼다. 쌀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 정도는 길어 보이는데 아주 맛있다. 캄보디아 체질인가 보다. 계속 밥맛이 당긴다.

킬링필드의 아픔을 알려주는 왓 트마이 사원

어제로 그 많은 돌구경(?)은 끝내고 오늘은 여유 있는 관광이라고 한다. 킬링필드의 아픔이 남아있는 왓 트마이(Wat Thmei) 사원에 갔다. 크지는 않지만 그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열망이 배어있는 것 같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자행한 일들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가 떠오르는 건 왜 그럴까?

캄보디아는 우리나라가 전쟁 후 어려울 때 식량원조를 할 정도로 여유 있는 나라라고 했다. 하지만 폴포트 정권 아래 방해가 되는 지식인을 다 숙청해 버렸고. 지금은 가난한 나라에서 순위를 다툰다고 한다. 재형이는 유리관(스투파) 안에 들어있는 해골이 신기하기 만 한가 보다.

몇 군데의 쇼핑숍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씨엡립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뷔페식당이다. 재형이는 여전히 잘 먹는다. 요리 중에 돼지고기로 된 꼬치가 있는데 열 번은 더 갔다 온 것 같다.

"아빠, 음식 하는 아저씨가 나를 보고 웃어."
"그렇게 많이 갔다 왔는데 정들만도 하겠다."

집 한 채 짓는데 10불

씨엡립을 가로 질러 흐르는 작은 강(개천)을 따라 내려간다. 지금까지는 도로 주변의 상점들과 농가만 봤는데, 지금부터 보는 풍경은 도시 속의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한다. 여기도 강남과 강북이 있다고 한다.

강을 경계로 한쪽은 무허가 집들이라고 한다.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있다. 따뜻한 날씨는 하늘만 가리면 집이 된다. 나무 기둥 네 개 세우고 얼기설기 야자나무 잎 얻으면 끝. 10불 정도면 한 채 짓는다고 하니 집 걱정은 없는 것 같다.

톤레삽 호수로 가는 길에 경찰 초소가 있다. 현지 경찰이 관광객을 상대로 1불씩 받는데 임의로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적당히 분배. 공무원들에게는 좋은 나라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간다. 길옆으로는 나무와 야자나무 잎으로 지은 집들이 계속 이어진다. 호수는 건기 마지막이라 물이 최대한 빠져 있다고 한다.

톤레삽 호수로 들어가는 수로
▲ 톤레삽 호수 톤레삽 호수로 들어가는 수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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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도착하니 배들이 대기하고 있다. 배에 올라타는데 꼬마가 "조심하세요"라고 하면서 손을 잡아준다. 안내인은 작은 꼬마가 아홉 살이라고 한다. 윤성이가 열한살이니까 두 살이나 어리다. 하지만 눈매나 하는 행동은 다 자란 애들 같다. 조금 큰 애들이 두 명 더 있다.

"윤성아 너보다 더 어리다."
"나보다 키는 작지만 나이는 더 먹은 것 같은데."

동양 최대의 호수에는 수상마을이 있다

건기라 물이 빠져버린 좁은 수로를 타고 호수로 나아간다. 배가 가는 방식은 나무로 만든 배에 자동차 엔진을 얹고, 줄을 잡아당겨 방향을 조절한다. 수심이 낮은 곳을 갈 때는 배 뒷부분 추진장치를 들어주어야 한다. 한 애는 선수에서 배가 낮은 곳으로 올라가면 장대를 밀어 방향을 틀어준다.

배가 가는 수로 옆으로 꼬마 두 명이 무언가를 줍고있다. 한 애는 발목이 없다. 소라를 줍고 있다고 설명을 한다. 서로 눈길이 마주치자 어색한 눈빛을 보인다. 배는 호수로 나아가고 수상가옥들이 신기하게도 마을을 이루고 있다. 참 살아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흙탕물로 가득 찬 호수에 마을이 자리 잡은 것은 예전에 고기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지금은 별로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수로 옆으로 애들이 민물소라를 잡는다고 한다.
▲ 소라를 잡는 아이 수로 옆으로 애들이 민물소라를 잡는다고 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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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일까?
▲ 바나나 파는 아주머니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일까?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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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가옥들 사이에는 전망대가 있는 상점이 있다. 배가 다가가자 바나나를 사달라며 작은 배가 다가온다. 안내인은 사주지 말라고 한다. 무척 불쌍한 모습으로 바나나를 파는 아주머니 모습에서 우리에게는 1달러가 큰 돈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든다. 그것도 상술일까? 하여튼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 안내인과 바나나 파는 아주머니 간 상권다툼 정도로 이해해야겠다.

해맑게 웃는 사진 속 풍경은 연출일까?

나는 사진 찍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까만 피부의 해맑은 소년들의 모습 등 그 나라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아보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났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힘들게 살아가는 절박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무척 반가워 한다.
▲ 툭툭이 기사 아저씨 무척 반가워 한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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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를 벌기 위해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모습. 도로변에서 만난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 그 속에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톤레삽 호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눈길이 마주치면 얼굴을 숙여버리거나 딴 곳을 바라본다.

나는 여행 내내 현지인의 모습을 찍지 않았다. 사실 찍을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을 욕심으로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항의를 하거나 덤벼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둑질이라고….

톤레삽 호수에서 돌아오는 길에 좌석에 앉지 않고 뒤에서 일하는 애들과 함께 했다. 사진을 찍는다고 일달러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힘들어 지쳐있는 모습과 그걸 돈으로 산다는 것은 그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는 이국적인 풍경은 연출이었을까? 나는 배에서 내리면서 그 애에게 1달러를 주었다.

수상가옥 사이로 고기를 잡느라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 톤레삽 호수 수상가옥 사이로 고기를 잡느라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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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에 힘드셨는 지
▲ 아버지 더운 날씨에 힘드셨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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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우리나라 60년대 모습이네."

톤레삽 호수를 돌아 나오는 길에 아버지는 모처럼 한 마디 하신다. 아버지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것 같다. 옛날의 우리의 아픈 모습을 다시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좀 더 좋은 곳을 모시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선물 사느라 분주히 돌아다닌 시장 구경

너무나 편안한 휴가를 보낸 것 같다.
▲ 나 너무나 편안한 휴가를 보낸 것 같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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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일정으로 시장을 갔다. 시장은 우리나라 시장과 차이가 거의 없다. 옷가게, 쌀가게 등. 가장 번잡한 곳은 야채 등 먹거리 파는 곳이다. 우리나라 게장과 똑같은 게장도 팔고 있다.

아내는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자 선물 걱정이 태산이다. 누구누구는 선물을 사가야 하는데. 재형이와 윤성이도 반 애들에게 기념품을 사가야 한다며 시장을 돌면서 물건을 흥정하기 시작한다.

"하우 머치."
"익스팬시브."

재형이는 캄보디아 전통인형이 달린 대나무 책갈피를 반애들 수만큼 샀다. 부르는 가격의 절반에. 물론 옆에서 거들어 주었지만. 윤성이도 앙코르와트 유적이 새겨진 기념품을 샀다. 아내는 실크 스카프, 가방, 면티 등을 샀다. 시장 구경이 끝나갈 즈음 아내는 선물을 덜 샀는데 하면서 무척 아쉬워한다.

"선물 사갈 것 때문에 해외여행 못나오겠다."
"처음이라 그러겠지."

톤레삽 수상카페에서
▲ 아내 톤레삽 수상카페에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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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레삽 수상카페에서
▲ 큰 아들 재형이 톤레삽 수상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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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레삽 호수에서
▲ 작은 아들 윤성이 톤레삽 호수에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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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제일 쉽네

모든 일정을 끝나고 씨엡립 공항에서 오후 11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비행기 안에서 모두들 곯아떨어졌다. 엄청 피곤하다. 전날 아침에 호텔을 나와 꼬박 하루를 보냈다. 잠에서 깨니 날은 밝아오고 있다. 인천공항에 7시 정도에 도착했다.

"윤성아 여행 즐거웠니?"
"공부가 제일 쉽네."

해외여행 한 번으로 부쩍 커버린 작은 아들 대답이 걸작이다. 


태그:#캄보디아, #씨엡립, #톤레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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