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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을 탐하는 갈매기들
▲ 갈매기 새우깡을 탐하는 갈매기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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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의 작은 섬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 새우깡을 탐하는 갈매기들이 날아든다. 새우깡을 던져주며 그들과 유희하면서도 갈매기답지 못한 것 같아 얄미운 생각이 든다.

"야, 이놈들아! 갈매기는 살아있는 고기를 잡아 먹어야 갈매기 답지!"

새우깡을 탐하는 갈매기로 만든 것은 그들이 아니라 인간이다. 이 정도의 갈매기답지 않음, 그것은 대수롭지 않은 문제다.

도대체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결국 자신이 죽는 길임을 인지하면서까지 이윤추구를 위해서 무작정 달려가는 경제지향적(?)동물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어쩌면'이라는 요행을 바라며 함께 공존해야할 것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인간들, 과연 그들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자유할까?

우리의 소는 얼룩소가 아니라 누렁소다.
▲ 누렁소 우리의 소는 얼룩소가 아니라 누렁소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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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이겠다는 생각을 누가 했겠는가? 오로지 극대화된 이윤만을 추구하는 동물인 인간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동물학대방법이 아닐까 싶다.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먹여놓고 고기가 부드럽다며,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다며 희희낙락하는 동물이 또 어디있겠는가?

성서에서 '그 나라가 오면' 육식동물인 사자가 풀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어느 유토피아에서도 초식동물이 육식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가 없다. 광우병, 그것은 인간 스스로 창조해낸 것이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만들어 낸 것들이 인간을 향해서 창을 겨눈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 순하디 순한 소. 인간에게 모든 것을 다 주는 소를 미친소를 만든 사람들의 미래가 과연 밝을 수 있으며, 어떤 미친신이 그들에게 축복을 할 것인가!

똘망똘망하게 생긴 수탉
▲ 수탉 똘망똘망하게 생긴 수탉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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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 좁은 A4용지 한 장 밖에 안되는 공간에 갇혀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하고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으며 쑥쑥 알을 낳는 기계가 되어 알을 낳다가 폐계가 되어 도살당하는 닭, 그들인들 자신들이 소의 먹이가 될 줄 알았을까?

이미 '알'이기를 포기한 '알'만을 생산하는 기계, 인간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를 기계로 만들어 버렸다. 조류인플루엔자, 그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저항하는 그들의 최후의 몸짓인지도 모른다. 누구하나 그들이 도살처분되어도 안타까워하지 않고, 병을 옮길까봐 전전긍긍하기만 한다.

나는 이런 악몽을 꾼다. 닭들이 다스리는 세상에서 한 인간이 독감에 걸리자 반경 3km내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잡아 생매장하는 그런 악몽. 너무 잔인한가? 우리 인간들이 하는 짓은 잔인하지 않은가?

이런 풍경도 이젠 볼 수 없을런지도 모르겠다.
▲ 옥수수종자 이런 풍경도 이젠 볼 수 없을런지도 모르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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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인간의 폭력은 동물들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식물들이 살아가는 공간도 인간들이 이윤추구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미 인간의 이윤추구로 인해 멸종되어가는 종들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이다. 월남전에선 밀림에 숨어있는 적(?)들을 효과적으로 색출하기 위해 고엽제라는 화공약품을 밀림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그 화공약품으로 갑부가 된 회사가 GMO를 만들고, 막대한 로비를 통해 정부의 고위관리들을 매수하고 식량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옥수수의 경우, BIO연료로 사용되면서 급격하게 물량이 줄자 GMO옥수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다. 5월 1일부터 수입된 GMO옥수수, 5월말부터 아이들이 먹는 과자에까지 침투할 프랑켄슈타인 옥수수는 미친소에 가려 그 윤곽조차도 드러나질 않았다. 사람이 먹어야 할 것을 기계가 먹어치우는 세상, 인간이 만든 유토피아다. 동물들도 먹지 않으려는 종자를 인간이 먹는 시대가 도래했다.

느릿느릿 달팽이에게서 배워야 할 시대
▲ 달팽이 느릿느릿 달팽이에게서 배워야 할 시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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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더 빨리 빨리빨리빨리 더 빨리…' 이런 선전문구가 아니라도 이미 우리는 너무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얼만큼 더 빨라지라는 것인가? 이미 인간이 살아가야할 적정한 속도를 잃어버려서 모두 미쳐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빨리 뛰어가라고 부추키는가?

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

이런 거짓신화에 빠져 높낮이와 강약 조절기능을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간다. 온 나라가 이 거짓신화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맘몬에 굴복한 자들은 오로지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고 있다. 그 올인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사명감에 빠져서 올인하고 있으니 그들에게는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틈도 없는 것이다.

쇠 귀에 경읽기라도 이 시대에 달팽이는 이렇게 말한다.

"조금 천천히 가면 안되는겨?"


태그:#광우병, #조류인풀루엔자, #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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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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