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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독서'를 소개한 일본 <아사히 신문>.
 '아침 독서'를 소개한 일본 <아사히 신문>.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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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생과 교육계를 사로잡으며 단시간에 일본 열도에 정착한 '아침 독서 운동'. 독후감도 제출할 필요없고, 읽은 책의 목록을 정리할 필요없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진행되는 '아침독서 운동'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4대 원칙이 있다.

고교 담임 시절 '아침 독서'를 일본에서 최초로 실시했고, 현재는 '아침독서' 추진위원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쓰카씨 에미코씨(62)는 "'아침독서'에는 철학이 담긴 4대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쓰카 이사장에 따르면 '아침 독서'는 ▲매일 학교에서 수업 시작 전 10분 간 ▲학생과 교직원이 전원 참여해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교실에서 읽는다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등의 4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이것은 교육실천으로는 매우 간단한 방법이지만, 여기에는 각각의 특징이 있다.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게시판에 실려 있는 이 학교의 '아침 독서' 활동 사진들.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게시판에 실려 있는 이 학교의 '아침 독서' 활동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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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전교생이 일제히 실시한다] 학생도, 교사도 모두 참여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학교 교육에 있어 교사 전원이 책임을 갖고, 학생 전원에 대해 공평히 책임을 느낀다는 사고를 담고 있다. 또 이것은 학교라는 시스템이 독서활동에 가장 효율적이므로 최대한 활용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혼자라면 절대로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이라도 학교라는 시스템이 총력을 기울여 움직이면 자연스레 동화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②10분 간이라도 매일 한다] 여기에는 학생에게 '살아가는 힘'을 심어주기 위한 교사의 바람이 담겨 있다. 교사는 독서를 학생이 성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몸에 필요한 영양분은 넘쳐나지만, 마음에 필요한 영양소는 크게 결핍돼 있다. 아침 10분이란 시간은 책을 읽을 수 없는 아이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비결은 조금씩이라도 끈기있게 뭔가를 계속하는 것이다.

[③책이면 뭐든지 좋다] 학생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을 응시하고, 재발견하고, 자신의 숨겨진 능력과 가능성을 찾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학생 모두가 각자의 흥미와 관심 분야가 다른 만큼, 능력과 이해력도 차이가 난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각자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책도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좋다.

[④책을 읽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것 이외에, 예를 들어 독후감상문이나 기록 같은 것은 요구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그 순간, 생생하고 충만감이 느껴지는 그 시간만이 중요할 뿐이다. 현대인은 늘 뭔가 목적의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 단 10분만이라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독서를 통해 자유롭게 해방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일본 아침독서 추진위원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쓰카씨 에미코(62)씨.
 일본 아침독서 추진위원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오쓰카씨 에미코(62)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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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TV도 없고 오락거리는 라디오나 책 정도가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TV, 게임기, 컴퓨터, 휴대전화가 있다. 도무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아예 집안에 이렇다 할 책이 없는 가정도 있다. 이런 세태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접할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와중에 아침 독서는 아이들에게 10분간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게 한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 접근법인가. 극단적인 사례지만 일부 선생님 가운데는 '나는 책을 읽지 않고 이제까지 살아 왔고, 앞으로도 읽을 필요가 없다'는 분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아주 운이 좋아 선생님이 됐을 뿐이지, 지금 시대에는 이런 사람은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오쓰카 이사장의 말이다. 오쓰카 이사장은 같은 '아침 독서'의 4대 원칙에도 조심해야 할 점은 있다고 주의를 환기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읽는 책의 목록을 기록해 집계하는 사례도 있지만, 책은 숫자와 분량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아침 독서'의 기본은 '그 아이에 딱 맞는 것어야 한다'는 것. 책의 권수를 따지기 시작하면 우수한 일부 학생들에게는 좋겠지만, 전체로 봐서는 도움이 안 되며 질투와 갈등을 만들어 내지 않는 학급운영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오쓰카 이사장의 지론이다.

아침 독서 때 사용하는 책 고르기는 따로 지도하지 않는다. 그냥 읽고 싶은 책을 학급 문고에 넣어 놓고 꺼내 읽게 한다. 아침 독서의 원칙이 '선생님도 학생도 좋아하는 책을 그냥 읽을 뿐'이라고 돼 있기 때문인지 일부 교사 가운데는 독서시간에 떠드는 아이, 책을 읽지 않는 아이에 대해 아무런 지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쓰카 이사장에 따르면 지도는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집에서 책을 챙겨오지 않거나, 책을 읽지 않는데는 학생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는 선생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책을 읽지 않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책을 읽지 않는데도 각각의 이유가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지도를 계기로 학생과 교사가 대화를 나누고 좀더 서로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선생님들은 결코 '평론가'가 돼서는 안 되며, 학생 한사람 한사람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실천가'가 돼야 한다는 게 오쓰카 이사장의 소신이다.

일본 가미히라이 초등학교에서는 '아침 독서' 시간에 저학년 학생들에게 교사가 직접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 "책 읽어주기도 효과 만점" 일본 가미히라이 초등학교에서는 '아침 독서' 시간에 저학년 학생들에게 교사가 직접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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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본 학교의 교실에서 아침 독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오쓰카 이사장은 현역 교사 시절 진행한 '아침독서' 장면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우선 교무실에서 오전 8시 15분부터 5분 정도 교직원의 회의가 있다. 가능한 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연락사항은 각각 담당자가 회의 시작 전 칠판에 써 둔다. 회의가 끝나면 담임 선생 외에도 교장 이하 모든 선생님들이 배당된 학급에 간다. 전교에서 일제히 진행되는 '아침 독서'인 만큼 교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만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이 이번에는 진짜로 뭔가 하려는군', '학교 전체가 하는구나'라는 의식을 심어줘 진지하게 '아침 독서'에 참가하도록 만들 수 있다. 오전 8시25분 벨이 울리면 동시에 10분간 전교 일제히 '아침 독서'를 각 교실에서 진행된다. '아침 독서'를 마치고 오전 8시 35분부터 8시 45분까지는 홈룸시간으로 출석 확인과 통지사항을 전달한다. 오전 8시45분부터는 제1교시 수업이 시작된다."

그럼 학생들은 <아침 독서>를 통해 무엇을 얻었을까. 오쓰카 이사장은 담임 교사 시절 고교 1학년 학생에게 받은 감사 편지를 기자에게 공개했다.

"나는 독서가 싫어 초등학교 때부터 전혀 책을 읽지 않았다. 독서실의 도서 카드는 항상 백지인 그대로였고 책을 빌려도 읽지 않고 반납했다. 그 때문에 편지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우리 학교 '아침 독서' 시간에도 처음에는 10분이 길게 느껴지고 지루해 책을 읽지 않고 페이지만 건성건성 넘길 뿐이었다. 그런데 무슨 마술에 걸렸는지 어느새 10분이란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아침 독서' 시간 외에도 따로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났다. 책을 읽으면 마치 내가 등장인물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아이하라 치하루)"

"중학교까지 나는 책을 대충대충 읽는 습관이 있어 끝까지 한 권을 다 읽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읽는 시간이 정말로 소중하다. 책을 읽으며 이야기 구조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한자도 새로 익힐 수 있고 몰랐던 낱말의 뜻도 알게 되는 등 책읽는 재미 외에도 얻는 수확이 많다. 앞으로도 책읽는 시간을 더욱 늘려가야겠다. (오카야마 미카)"

"이제까지 소설 등은 전혀 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국어성적도 나빴다. 문장에 대한 시험 문제는 아예 뜻도 파악하지 못해 간신히 일부분만 읽고 답안을 작성할 정도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침 독서' 시간이 싫었다. '아침 독서' 시간에도 글자만 별 생각없이 읽은 탓에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머릿 속에서 책에 묘사된 정경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침 독서'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됐다. (이토 기미코)"

이것 만큼 '아침 독서'의 결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아침 독서'를 하고 있다. '아침 독서'는 ‘매일 학교에서 수업 시작 전 10분 간’, ‘학생과 교직원 전원 참여’,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교실에서 읽는다’,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4원칙으로 구성된다.
▲ "아침독서 풍경" 일본 도쿄 가미히라이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아침 독서'를 하고 있다. '아침 독서'는 ‘매일 학교에서 수업 시작 전 10분 간’, ‘학생과 교직원 전원 참여’,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교실에서 읽는다’,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4원칙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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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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