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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가끔 산짐승들이 내려오기 때문에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 대나무 밭이 밭 뒤쪽으로 보인다. 산에서 가끔 산짐승들이 내려오기 때문에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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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안 받으신다.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간다고 미리 연락을 드렸는데, 아차, 그렇구나. 들에 나가 계신 게로구나. 고갯길을 넘어 마을로 들어서서 집으로 향하던 차를 오른쪽 농로로 꺾어들었다. 어릴 때 참 많이도 걸었던 길이지만 지금은 시멘트로 깔아놓았다. 조용한 들녘에도 봄은 완연했다.

마늘을  뽑고 있는 엄마~
▲ 밭에서~ 마늘을 뽑고 있는 엄마~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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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소일삼아 조그마한 밭에 이것저것 심는다 하시지만 하다보면 결국 자식들 생각에 해마다 그 조그만 밭은 크게 늘어나 힘에 부치도록 곡식을 가꾸곤 하시는 밭으로 향했다. 저녁 무렵이건만 아직도 들에 계실까. 산도 들길도 조용하다. 이따금 산에서 우는 꿩 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부모님의 정성어린 손길이 닿아 푸르른 밭 앞 공터에 차를 세웠다. 어디 계신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엄마!"하고 소리내어 불러본다. 
"여기 있다!" 아버지 목소리였다.

"어디 계세요?"
"여기~"

밭은 공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다 있다. 오른쪽에서 목소리가 들린게 틀림없다. 두 분은 고추 모종을 하고 계셨다. 이제 끝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갈참이었다. 두 분이 만들어 놓으신 고추 모종은 대나무 가지를 잘라 대를 세워 길게 줄 지어 서있었다.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우린 지난 명절에도 와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겨우 짬을 내서 찾았다. 모처럼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밥상엔 죽순 반찬이 올라왔다. 엄마는 며칠 전에 서울에 있는 언니한테 죽순 한 박스를 택배로 부쳤노라고 말했다. 해마다 4월이 되면 어김없이 "엄마, 죽순~"한다고 했다. 작년 가을엔 감이 어찌나 많이 열렸는지 부산과 울산에 있는 동생이 왔을 때 가득 담아 갔다고도 했다. 어쩜, 난 그것도 몰랐네. 엄마는 지금 죽순이 한창이라고, 내일 갈 때 좀 뽑아가라고 했다. 얘기를 나누다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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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을 헤치고 올라온 죽순~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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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신기하다...겹겹으로 싸여 있다...
▲ 죽순을 잘라보니~ 참으로 신기하다...겹겹으로 싸여 있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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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밭에 들어서면 댓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환했다. 예전에는 대나무 밭이 넓고 꽤 컸는데 가운데 길을 내면서 많이 줄어들었다. 대나무는 번식력이 대단했다. 키 큰 대나무 밭에 쑥쑥 올라온 죽순들이 보였다. 엄마는 땅 속에 도발적으로 올라온 죽순을 호미로 흙을 파고 두 손으로 흔들어서 거의 뿌리 가까이에서 뽑았다. 뽑혀 올라온 죽순 뿌리부분에는 땅 속에 깊이, 그리고 넓게 터를 잡아 가기 위해 사방으로 뻗어나갈 태세를 갖춘 밑뿌리들이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대나무 죽순 뽑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마는 죽순을 뽑고 우린 뽑아놓은 죽순을 자루에 담았다. 그리고 풀밭에 둘러앉아서 죽순을 칼로 반으로 잘라 필요 없는 껍질을 벗기고 부드러운 속살만 남겼다. 연한 속살을 감고 있는 겹겹이 둘러싼 껍질들은 신기할 정도였다.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이것이 대나무로 커간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죽순을 가득 담고, 또 밭에 심은 양파랑, 풋마늘이랑 가지고 부자가 된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엄마...우리 엄마~
▲ 죽순을 뽑아 올리는~ 엄마...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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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에 가면 이렇듯 그저 주시는 선물을 가득 싣고 간다. 이 모든 것이 부모님의 사랑이다. 엄마가 일러 주신대로 큰 솥에다 죽순을 넣고 물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소금을 약간 넣고 가스 불에 올려 오래도록 푹 삶았다. 삶은 죽순은 찬물에 담궈 놓았다가 냉장고에 넣었다. 죽순 반찬은 참 오랜만에 먹어본다.

죽순 삶은 것은 여러 가지 반찬을 해 먹을 수 있는데 대체로 죽순을 얇게 잘라 초장에 찍어 먹는 간단한 방법과 죽순과 돼지고기를 넣고 볶아 먹는 방법이 있다. 고기와 함께 볶아먹는 방법은, 간장 약간을 넣고, 참기름, 후추, 설탕을 넣고 고기와 함께 볶다가 적당히 잘라 놓은 죽순을 함께 넣어 섞어 준 뒤 뚜껑을 닫고 간이 배도록 약한 불에 끓이면서 가끔 잘 저어준다. 너무 메마르다 싶으면 물을 약간 부어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고 깨소금도 넣어주면 좋다. 고기와 죽순 씹히는 맛이 좋다. 이렇게 하기조차 싫으면 돼지고기 양념해놓은 것을 사서 해 먹고 남은 것에다가 죽순을 넣고 볶아주면 되는데 그래도 맛있다. 죽순과 버섯을 함께 넣어 볶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죽순이 부드러우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어 적성에 따라 여러 요리에 살짝 적용해 보아도 좋을 듯 하다.

죽순은 4~5월경에 나는데 4월이 절정이 아닐까 싶다. 죽순은 변비예방과 숙취해소, 청혈작용, 이뇨작용, 스트레스와 불면증, 비만증, 고혈압 예방에 좋다고 한다. 한동안 죽순 요리로 식탁이 더 풍성할 것 같다.

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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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덧붙이는 글 | 4월말에 다녀왔습니다



태그:#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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