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평소 일본어 구사에 능통한 어떤 분이 모 기업에서 정년 퇴직을 하고 중학생들 방과후학교 교사로 초빙되었다고 합니다. 가르친다는 일에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처음 교실에 들어갔는데 한 학생이 일어나서 "선생님 돈 벌러 왔어요?"라고 질문을 했답니다.

 

초빙 교사는 하도 황당해서 그냥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잘 가르치고 싶은 욕망이 꺾이고 만 것이지요.

 

이명박 대통령님! 그 학생의 황당한 질문은 이 시대 교육 실상을 대변하는 중요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학생의 질문이 함의하고 있는 의미는 아주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아이들 예절에 구멍이 났다'고 탄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냉정하게 판단할 때, 학교가 학원화 되어 가는 데 따라 천진무구한 학생이 솔직하게 배설하는 의문일 수도 있겠지요. 

 

학교가 학원이 되면서 가치판단 변해

 

특기 적성을 계발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며 진행하는 '방과후 학교'를 돈벌이의 수단인 양 배설하는 학생에게 강력한 꿀밤 한 대 쥐어박으며 비뚤어진 인성을 계도하기에는 너무나 때가 늦어버렸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인성을 탓하기 전에 우리 교육 시스템을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사 한사람 한사람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향기를 잊은 채, 우리 교사들을 시장 경제의 잣대로 지식 장사치로 둔갑시켜 놓은 결과입니다.

 

학교 현장에 '신뢰받는 학교, 존경받는 교사, 칭찬받는 학생'이라는 교육 구호가 많습니다. 시도교육청마다, 단위학교마다 표방하는 수많은 교육지표들이 존재합니다. 꿈이니 미래니 창의니 인성이니 하는 말들로 겹겹이 포장된 구호들이지요.

 

이 대통령님! 과연 우리 교육 현장의 그 수많은 구호들이 얼마나 발현되고 있는지 얼마나 고민하고 계십니까? 위정자들이야말로 교육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르친다는 숭고한 행위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환산하는 데 대통령께서도 합세하셨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학교 자율화 조치 이후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시도교육청마다 전교조 소속 교사를 중심으로 여러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단식과 천막 농성을 진행 중입니다. 병든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육체를 망가지게 하고, 잘못된 교육은 우리 정신을 멍들게 합니다. 도대체 지금까지 실용 정부가 우리 국민들에게 무슨 희망을 주고 있습니까?

 

 

학교를 사교육과 대결하는 투우장으로 만들지 말아야

 

이명박 대통령님! 사흘 전 제 동료교사가 한 학생을 데리고 운동장을 바라보며 면담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며칠 동안 틈날 때마다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며 고뇌하곤 했던 교사입니다.

 

전국에서 그 교사와 학생처럼 상호작용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을 겁니다.  내일이면 스승의 날입니다. 그러나 하나도 즐겁지 않습니다. 영어 몰입론으로 시작된 실용정부의 교육관이 20일 고민하고 내놓았다는 학교 자율화 정책으로 교육현장을 암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더 이상 학교를 사교육과 대결하는 투우장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그저 묵묵히 정의와 진실을 가르치며 오직 한길 아이들 위해 사는 대한민국 교사들에게 비수를 꽂지 마십시오.

 

그래도 '스승의 날'이라고 하는 날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우리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 주십시오. 


태그:#스승의 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