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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 봉강면 신룡리 신촌마을 풍경
▲ 신촌마을 전남 광양 봉강면 신룡리 신촌마을 풍경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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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오동나무 꽃, 주렁주렁 매달린 하얀 아카시아 꽃 흐드러지게 피었다. 광양읍을 지나 865번 지방도를 따라가는 길, 석평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봉강면 소재지를 지나면 성불계곡으로 이어진다. 가슴이 확 트이는 성불계곡과 산천 풍경은 온몸에 생기가 넘쳐흐르게 한다.

백운산에는 울창한 원시림을 끼고 흐르는 4대 계곡(성불계곡, 동곡계곡, 어치계곡, 금천계곡)이 있다. 맑고 깨끗한 물을 찾아 여름철이면 계곡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여름에 인파로 가득 메웠던 성불계곡은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들녘에는 청보리가 누렇게 익어간다. 누런 보리밭에는 바람이 물결을 이루며 헤집고 지나간다.  

마을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생활사 박물관

이 마을에 사는 김승기씨가 생활사 박물관(문화회관)에 전시되어 있는 배를 짜는 배틀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 배틀 이 마을에 사는 김승기씨가 생활사 박물관(문화회관)에 전시되어 있는 배를 짜는 배틀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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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마을이다.형제의병장 마을로 불리는 신촌마을은 250년 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보호수 옆의 정자에는 수많은 참새 떼들이 한데 모여 산다. 멀리 마을 고샅길에 모습을 드러낸 할머니 한분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걸음을 멈추고 쉬고 있다.

신촌마을 뒷자락은 첩첩산중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 비온 후 구름으로 뒤덮인 골짜기는 여기가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마을사람들은 전한다.

문화회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일까?" 하는 생각에 이 마을에 사는 김승기(54)씨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생활사 박물관이다. 마을 주민들이 집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을 하나 둘 모아서 만들어가는 민속품전시장이다.

논밭을 갈아엎는 쟁기, 고랑을 만드는 훌챙이, 쟁기질 후 논을 고르는 써래, 논에 잡초를 제거하는 제초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커다란 거두(톱), 가마니 짜는 가마니틀, 풍로와 화로, 다리미의 변천사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숯다리미 등의 볼거리가 아주 많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모이면 "옛날 우리가 이걸 어떻게 사용했었는데…" 하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본인의 집에서 내 놓은 물건들을 보며 그에 얽힌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하기도 한단다.

사실 초기에는 말도 많았었다고 김씨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문화회관에 대한 이해를 한 뒤로는 너도나도 앞 다투어 무료 기증을 했다며 배를 짜는 배틀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형제의병장 묘지와 사당 쌍의사

돌담을 쌓아 만든 마늘밭 너머로 쌍의사가 보인다.
▲ 쌍의사 돌담을 쌓아 만든 마늘밭 너머로 쌍의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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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입구에는 홍살문이 서있다. 지난해 넘어져 다시 세웠는데 예산이 부족해 페인트칠을 못했다며 김승기씨는 안타까워했다.
▲ 홍살문 사당 입구에는 홍살문이 서있다. 지난해 넘어져 다시 세웠는데 예산이 부족해 페인트칠을 못했다며 김승기씨는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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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 입구의 용마루에는 할미새가 먹이를 물고 있다. 사당의 어느 곳에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는 듯 낯선 이의 방문을 경계한다.
▲ 할미새 사당 입구의 용마루에는 할미새가 먹이를 물고 있다. 사당의 어느 곳에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는 듯 낯선 이의 방문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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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의사로 가는 마을길에는 신룡천이 흐른다. 돌담을 쌓아 만든 마늘밭 너머로 쌍의사가 보인다. 사당 입구에는 홍살문이 서 있다. 지난해 넘어져 다시 세웠는데 예산이 부족해 페인트칠을 못했다며 김승기씨는 안타까워했다. 생태탐방로를 얼마쯤 따라가자 2기의 형제의병장 묘지가 나왔다. 주변은 밤나무 단지다. 길가에는 편백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새소리가 곱다. "무슨 새일까요?" "글쎄, 난 새들은 잘 모르는데" 풀숲 두릅나무 밭에는 엉겅퀴 꽃도 피었다. 가시나물 엉겅퀴를 이곳 사람들은 황각구라 부른다. 두릅나무 연둣빛 새순과 보랏빛 엉겅퀴 꽃의 어울림이 좋다. 두릅나무의 열매와 뿌리는 한방에서 위암과 당뇨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나무 산에는 나물이 지천에 널려있다.

"취나물, 두릅, 고사리 없는 것 없이 다 나옵니다"라며 밤나무에 전혀 약을 안 치기 때문에 이곳에서 채취한 나물은 그냥 쌈으로 먹어도 좋다고 한다.

"이곳에 오를 때는 된장하고 막걸리 한 병이면 천하가 안 부럽겠네요."
"완전 무공해라 그냥 뜯어서 쌈 싸먹으면 돼요."

형제의병장의 묘지에는 돌석상이 긴 칼을 집고 양편에서 지키고 서있다. 1971년 묘역을 개수하였다고 한다.
▲ 돌석상 형제의병장의 묘지에는 돌석상이 긴 칼을 집고 양편에서 지키고 서있다. 1971년 묘역을 개수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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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병장의 묘지에는 돌석상이 긴 칼을 집고 양편에서 지키고 서있다.

사당에 있는 현지 기록에 의하면 형제의병장 강희보, 강희열 형제는 1560년대 봉강면 신촌마을에서 강천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켜 단성(경남 산청군)에서 왜군과 싸웠다.

이듬해인 1593년 6월, 왜군이 10만의 병력으로 진주성을 공격하여 성이 고립무원에 이르자 형 희보는 창의사 김천일과 진주성에 함께 입성하였다. 이후 아우 희열 역시 급보를 받고 수성군에 합류하였다.

제2차 진주성 전투는 1만여 수성군이 10만대군의 왜군을 맞아 6월 21일부터 29일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싸움이다. 형제는 수성군의 부장과 전투대장으로 앞장서 싸우던 중 형 희보는 27일에 아우 희열은 29일에 장렬히 전사하였다.

쌍의사 사당 안마당에는 온갖 들꽃들이 다투어 피었다. 사당 입구의 용마루에는 할미새가 먹이를 물고 있다. 사당의 어느 곳에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는 듯 낯선 이의 방문을 경계한다.

홍살문 근처 산자락 바위 아래에는 한봉집이 있다. 씀바귀 노란 꽃에는 벌이 꿀을 따고 있다. 환하게 핀 샛노란 양지꽃 너머에는 하얀 찔레꽃도 피어나고 있다.

풀숲 두릅나무 밭에는 엉겅퀴 꽃도 피었다. 가시나물 엉겅퀴를 이곳 사람들은 황각구라 부른다.
▲ 엉겅퀴 꽃 풀숲 두릅나무 밭에는 엉겅퀴 꽃도 피었다. 가시나물 엉겅퀴를 이곳 사람들은 황각구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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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바위 아래에는 한봉집이 있다.
▲ 한봉집 산자락 바위 아래에는 한봉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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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찔레꽃도 피어나고 있다.
▲ 하얀 찔레꽃 하얀 찔레꽃도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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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8일에 다녀왔습니다.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 광양 나들목 - 광양읍- 봉강면방면 865번지방도- 석평삼거리 좌회전- 신룡리- 쌍의사



태그:#쌍의사, #형제의병장, #신촌마을, #생활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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