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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위안공연에 참석하신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
▲ 사할린 동포 어르신 어버이날 위안공연에 참석하신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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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풍파 사나운 바다를 건너 / 한 많은 남화태(남사할린섬) 징용 왔네 / ~ / 철막 장벽은 높아만 가고 / 정겨운 고향길 막연하다”

러시아 사할린 동포 1세들이 즐겨 부르는 “사할린 아리랑”의 한 대목이다. 사할린은 원래 러시아가 죄수들을 보내 정착하도록 했던 땅이다. 러시아 극작가 안톱 체홉은 이 섬을 “슬픔의 틈새”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사할린은 슬픔과 고통의 땅이다.

이 사할린에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1939년부터 조선 민족을 대거 징용으로 끌어갔다. 탄광이나 군수공장에서 혹사당하던 이들은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해방을 맞았어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후손들을 포함 4만여 명이 무국적자로 한을 삭이며 살았다.

왼쪽 세번째 국회의원 당선자 이화수, 박주원 안산시장, 고창남 고향마을 노인 회장 빈자리 건너 김동규 시의원, 김응기 희망새방과후학교 대표, 황규철 민족문제연구소 안산시흥지부장
▲ 내빈과 주최자들 왼쪽 세번째 국회의원 당선자 이화수, 박주원 안산시장, 고창남 고향마을 노인 회장 빈자리 건너 김동규 시의원, 김응기 희망새방과후학교 대표, 황규철 민족문제연구소 안산시흥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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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국 정부는 1992년부터 영주귀국 사업을 벌이고 있고, 그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 고향마을에 동포 821명이 정착해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동포는 평균 나이 75살인데 자녀를 사할린에 놓고 온 생이별을 한 사람들이어서 명절이나 어버이날만 되면 눈물로 지샌다고 한다. 1세만 귀국하도록 한 정책 때문이다.

지난 5월 8일 아침 10시 안산 고향마을 복지관 2층 대강당에서 어버이날 맞이 사할린 동포들을 위한 위안공연이 열린다고 하여 찾아갔다. 이 행사는 희망새방과후학교(대표 김응기)와 민족문제연구소안산시흥지부(지부장 황규철)가 주최하고 “노래길동무들”이 주관했으며, 안산시와 사할린영주귀국동포사업소가 후원했다.

대강당을 가득 메운 어르신들의 박수 속에 행사는 시작되었다. 먼저 단상에 오른 박주원 안산시장은 “최성수 노래 동행 가사는 참 아름다운 내용이다. 내가 특별히 동행 가사를 소개하는 것은 이곳 고향마을에 정착해 사시는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이 서로 동행이 되어 여생을 편히 사시라는 기원과 더불어 우리가 그 어르신들의 동행이 되어줄 것을 다짐하는 뜻이다.”라고 축사를 했다.

축사를 하는 박주원 안산시장
▲ 박주원 축사를 하는 박주원 안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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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화수 안산시 상록갑 국회의원 당선자와 김동규 안산시의원의 따뜻한 축사가 있었다.

기념행사가 끝난 뒤 시작한 한마당 잔치는 우선 초등학생들의 태권도 공연이 있었는데 어르신들은 손자 같은 아이들이 송판을 격파하고 힘차게 시범을 하는 것을 보고 손뼉을 크게 쳐줬다. 이어서 희망새방과후학교 학생들이 유행가와 수화공연을 했으며, 상록수예술풍물단의 민요공연이 곁들여졌다.

또 노래길동무들 초대가수들의 온 마음을 다한 열띤 공연이 열렸다. 어르신들은 유명 가수들 뺨치는 노래 실력을 뽐낸 가수들의 고향 노래에는 잠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지만 노래하는 동안 내내 흥겹게 손뼉을 치고 또 쳤다. 또 진행자 조용팔 씨가 분장을 하고 나와 노래를 부르면서 우스꽝스러운 몸짓들을 하자 배꼽잡고 한바탕 웃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안산시흥지부가  만든 초등학생들의 태권도 시범
▲ 태권도 시범 민족문제연구소안산시흥지부가 만든 초등학생들의 태권도 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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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새방과후학교 학생들의 민요와 수화공연
▲ 수화공연 희망새방과후학교 학생들의 민요와 수화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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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수예술풍물단의 민요 공연 모습
▲ 민요 공연 상록수예술풍물단의 민요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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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맨 윗줄 심우경, 김보배, 박호, 둘째줄 문처은, 장은선, 유영희, 셋째줄 신창화, 배상열, 김병성
▲ 노래를 열창한 가수들 왼쪽부터 맨 윗줄 심우경, 김보배, 박호, 둘째줄 문처은, 장은선, 유영희, 셋째줄 신창화, 배상열, 김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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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덕 씨의 환상적인 색소폰 연주
▲ 색소폰 연주 작곡가 김덕 씨의 환상적인 색소폰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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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난 뒤 정성스럽게 마련한 점심에 어르신들은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 점심 상차림은 많은 자원봉사자가 함께했는데 특히 희망새방과후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대하듯 정성스럽게 참여해 사람들의 칭찬이 그치지 않았다.

행사 뒤 잠시 만난 이화수 안산상록갑 국회의원 당선자는 “사할린 영주 귀국자 어르신들은 가족이 없다. 여생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자녀를 사할린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이별을 하게 한 것에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한다. 사할린에 떨어진 자식들도 귀국할 수 있도록 법률 제정에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전해철 법무법인 해마루 대표변호사는 “여기 어르신들은 아직 완벽하게 우리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동안 법률자문은 물론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도우려고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사할린 동포 귀국촉진 및 정착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17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지만 통과시키지 못했는데 18대 국회에서는 꼭 통과시켜 사할린에 있는 어르신의 자녀를 불러와야만 한다. 더 많은 단체와 사람들의 애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안산시 고향마을 영주귀국자 노인회 고창남 회장(왼쪽)이 김동규 시의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 고창남과 김동규 안산시 고향마을 영주귀국자 노인회 고창남 회장(왼쪽)이 김동규 시의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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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지역 김동규 시의원은 좀 더 실질적인 걱정을 했다. “여기 어르신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에서 30여만 원을 받지만 이 돈은 사할린 자녀에게 보낸다. 그래서 정작 몸이 아프면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보험급여가 안 되는 부분이 걱정스러워서이다. 요양원에 들어가려 해도 들어가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

또 어르신들은 자식 걱정과 향수병으로 날을 지새운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도록 하려면 자녀를 하루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위안공연도 필요한 일이지만 그 밖에도 모두가 나서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할린영주귀국동포지원사업소” 우현종 소장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나는 어르신들이 처음 귀국한 2000년 이곳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올 2월 다시 이곳 소장으로 부임하면서 옛집에 온 것 같아 반가웠고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리라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뜻밖에 어르신들이 밝게 사시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100여 분의 어르신들은 환경·교통 ·통역 봉사 등을 열심히 하신다. 특히 2000년 처음 오셨을 때부터 지역 초등학교 부근에서 날마다 교통봉사를 하신다. 또 복지관의 할머니방, 할아버지방 등에 모여 기체조·노래동아리 같은 활동에도 열심이다. 올해는 어르신들이 잘 가시는 정자에 햇빛 가리개를 해드리려 예산을 올려놓았다.”라며 더 열심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활짝 웃는 어르신들, 사할린영주귀국동포지원사업소 우현종 소장, 노래를 열창한 노래길동무 회원들
▲ 우현종과 노래길동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활짝 웃는 어르신들, 사할린영주귀국동포지원사업소 우현종 소장, 노래를 열창한 노래길동무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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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2000년부터 해마다 몇백에서 몇천만 원의 기부금을 이름을 밝히지 않고 통장에 입금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홍길동” 기부자라고 한다는데 우 소장은 이 돈이 어르신들을 위해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고 귀띔을 한다.

이곳 고향마을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자 노인회 고창남 회장(73살)은 "200년에 이곳에 와서 살고 있는데 사할린에 살던 때와 견주면 천국에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이곳 노인들은 좋은 여생을 보낼 것이다. 다만, 자식들과 생이별을 한 탓에 오늘 같은 날은 대부분 눈물을 흘리며 낸다. 그런데 이렇게 위안을 해주니 정말정말 고맙다"라고 말한다.

이제 제18대 국회가 곧 문을 연다. 17대 국회에서 이루지 못했던 '사할린 동포 귀국촉진 및 정착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18대에서는 꼭 통과되어 사할린과 한국에 떨어져 생이별 상태인 동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으면 좋겠다고 위문공연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나라를 빼앗겼던 설움은 이렇게 사할린 동포들에게 아직 상처로 남아있다. 그 아픈 상처를 치료하는데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한다. 그들의 아픔에 우리가 모두 책임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들 어린 학생들과 “노래길동무들”처럼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아름답게 해야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사할린, #위안잔치, #노래길동무들, #고향마을, #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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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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