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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입김이라든가 제도권 교육체계의 감시(?)라든가 하는 모든 상명하달식 체계를 거부하는 급진적 교육가들은 제도권과 결합한 그 어떤 교육체계에 대해서 거부감을 드러내곤 한다. 어떻게든 스스로 학교를 운영해가려 하며, 제도권과 연결하더라도 그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만약, 대안교육에 해당하는 교육개혁을 실천하면서도 동시에 제도권 교육체계와도 의미있는 교류를 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이들은 급진적 교육(개혁)가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교육개혁의 방향이 꼭 제도권과 분리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는 제도권 교육과 연결시켜 추진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한 학교가 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시에 둥지를 틀고서 지금도 계속 성장 중인 메트스쿨이다.
 
메트스쿨, 학생과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하다
 
<학교를 넘어선 학교>를 번역한 서울시대안교육센터에서는 교육개혁 사례로써 메트스쿨에 관심을 갖고 이 책을 번역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소개했다(본문 8-9).
 

1. 공립학교인 메트스쿨은 제도의 틀 안에서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고 있다.

2. 매트스쿨은 학교 밖 현실세계에로 눈을 돌려 인턴십 과정이라는 현장학습을 시도한다.

3. 자기주도형 개인학습을 넘어 어드바이저를 통한 맞춤형 학습으로 나아간다.

4. 모든 교육이 밀도 높은 관계망 속에서 진행된다.

5. 메트스쿨을 넘어 보편적인 확장 모델을 개발한다.

 

그렇다. 메트스쿨은 공립학교다. 1996년 개교한 고등학교이다. 많은 대안교육이 제도권 영향을 최대한 거부하는 것과 달리 메트스쿨은 분명 제도권에 편입된 상태로 교육개혁을 실천해 온 공립학교이다. 그런 메트스쿨은 제도권 영향을 받으면서도 흔히 보는 대안교육 이상으로 교육개혁을 실시하는 학교로서 그 실례를 보여준다. 아직 제도권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대안교육이라는 용어가 이제야 조금 자리를 잡은 한국에서 메트스쿨은 여전히 의미있는 실례다.

 

그렇다면, 메트스쿨은 제도권 교육계에서 시행하는 교육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며 약간의 변화만 주는 정도로 교육을 했을까? 그렇지 않다. 제도권과 영향을 주고받긴 하지만 교육주도권은 분명 메트스쿨에 있다. 메트스쿨은 한 마디로 일부러 제도권 아래 있으면서 제도권 교육에 새롭고도 의미있는 교육개혁 사례를 보여주길 원했다.

 

메트스쿨은 흔히 보는 대안교육과는 달리 현실문제를 최대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교육개혁을 시행해 왔다. 그런 메트스쿨 사례는, 다양한 교육개혁 실험이 여전히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실험 중인 한국 교육현실에 좋은 사례다.

 

그렇다면, 메트스쿨은 교과서 중심으로 돌아가고 교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일방적이기까지 한 제도권 교육과 어떤 차별성을 두는 교육을 실천했을까? 메트스쿨이 기존 학교에서 본 문제점과 그 대응책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네모난 건물, 네모난 책상 등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상징하는 '교과서'교육을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한다.

 

"교과서는 실제 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변화구를 거의 던지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러한 변화구를 어떻게 쳐야 하는지 모른다. 대신에 학생들은 책상에 혼자 앉아 일률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문제들을 풀어나간다. 교사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고, 답을 찾는 '올바른' 전략은 그 수업 시간에 다루는 교과서에 나와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학교 밖 현실세계에서는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이 처음에는 보이지 않다가 다른 사람들과 의논하는 고정에서 찾아지기도 한다. 문제를 풀거나 아예 포기하게 될 때까지 정보를 찾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전략을 만들고 이를 수정해나간다."(본문, 93-94)

 

세상은 배움터이며 우리가 살아갈 현실

 

메트스쿨은 모든 교육개혁가들이 주장하는 것, 삶이 곧 배움이요 세상이 교육 배움터라는 생각을 기본태도로 삼고 있다. 제도권 안에 있다고는 하지만 메트스쿨의 교육지향성은 분명 대안교육이며 교육개혁이다.

 

자, 여기서 우리는 메트스쿨이 지닌 독특한 교육방식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실천해온 교육방식에 어떤 특성이 있기에 세상 또는 제도권 교육과 의미있는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지금 그 점을 알 필요가 있다.

 

메트스쿨 교육방식이 지닌 특징은 크게 인턴십 학습(LTI, Learning through Internship), 시험이 아닌 연구과제물 시현(프리젠테이션) 평가방식, 어드바이저를 통한 맞춤형 교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턴십 학습이란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별도로 학생 특성과 재능에 맞는 현장을 찾아서 그곳 담당자를 개인지도자(멘토, Mentor)로 삼아 일정기간 현장체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메트스쿨은 시험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으며 학생이 인턴십에서 배운 것 등 학습 과정에서 자기 관심주제로 삼은 것을 연구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발표하고 평가받는 모듬평가 방식을 시행한다.

 

한편, 어드바이저를 통한 맞춤형 교육이란 14~16명 정도되는 학생과 담당 교사 한 명이 4년 정도 함께 지내며 학습, 생활 등 교육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서로 주고받는 방식이다. 어드바이저리라 부르는 이러한 소규모 공동체는 집중적으로 '교과서' 교육을 하는 모임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자라고 변화하는 10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고 돌봐주는 생활 공동체이다. 교사와 학생은 당연히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관계를 넘어서는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메트스쿨은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일을 하다가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때 가장 잘 배울 수 있다는 지난 백년 동안 지속되어온 진보주의 철학에 동조"하는 학교이다. 이건 메트스쿨 공동 교장을 지내기도 했던 데니스 릿키와 엘리엇 워셔의 생각만은 아니다.

 

삶이 곧 배움이라는 교육원칙을 잘 이해하고 실천해 온 메트스쿨은 국어, 수학 등 흔히 보는 과목명에도 다른 의미와 내용을 집어넣었다. 메트스쿨 학습 목표, 그러니까 주요 과목은 결코 국어, 수학 같은 교과서를 배우는 방식이 아니다. 그렇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그것을 배우게 된다. 의사소통 능력(국어), 수리적 사고력(수학), 자기관리 능력, 사회적 사고력, 경험적 사고력과 같은 다섯 가지 학습 목표는 이처럼 자연스레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몸에 익히도록 한다. 머리에 우겨넣는 방식이 결코 아니다. 

 

"교육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도 해야 하지만, 또 아이들이 해야 할 것에 대해 요구도 해야 한다"고 믿는 메트스쿨은 학생 중심으로 교육계획을 짜면서도 철저하게 그들을 세상과 연결시킬 방향을 찾는다. 이들은 항상 학생들이 살아갈 현실을 반영하는 교육계획을 세운다. 이것이, 세상 또는 제도권 교육과 가능한 한 떨어지려고 하는 다른 (대안)교육개혁가들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이상으로 학생들을 돌보는 어드바이저, 현장교육을 담당하는 개인지도자(멘토, Mentor), 교육 전체를 담당하는 학교 등 학생 한 명 한 명을 돕는 손길이 많다. 물론 부모들도 자기 아이 교육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경우에 따라 적극 참여할 수도 있다.

 

메트스쿨에서 학생들은 항상 자신이 생각하는 삶을 생각한다. 왜냐하면, 학교가 항상 학생들 생각을 묻고 방법을 서로 논의하며 실천하고 난 후 생기는 결과에 대해서도 함께 대응책을 마련해가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계획 밑그림을 짜기 위해 메트스쿨에서 아이들에게 묻는 다음 질문들은 그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메트스쿨에 다니는 이상 학생들은 언제나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며 세상과 소통하는 자기 모습을 만들어가게 된다. 세상과 소통하고 학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메트스쿨의 교육, '한 번에 한 아이씩'(One kid at a time)' 돌보는 메트스쿨의 세심한 교육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정말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메트스쿨에 다니면서 경험하거나 배우고 싶은 기술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졸업 후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자신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좀더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학습 방법은 어떤 것입니까?(학습 스타일을 써보세요)

-자신이 극복했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덧붙이는 글 | <학교를 넘어선 학교> 엘리엇 레빈 지음.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옮김. 민들레, 2004.
(원서) One kid at a Time: Big Lessons from a small school by Elliot Levine


학교를 넘어선 학교 - 세상과 소통하는 학교, 메트스쿨 이야기

엘리엇 레빈 지음,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옮김, 민들레(2004)


태그:#학교를 넘어선 학교, #엘리엇 레빈, #대안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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