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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참으로 좋은 날씨다.”

 

저절로 나오는 말이었다. 새벽에 일어날 때의 짜증이 햇살을 타고 사라졌다. 하늘이 어찌나 맑은지, 날아갈 것만 같다. 6시 30 분에 출발할 때에는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런 생각은 이내 없어졌다. 강원도로 향한 여행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주어진 오늘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란 생각이 든다.

 

  쉬지 않고 달려서 강원도 속초에 도착하였다. 대금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동굴의 안전을 위하여 입장객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굴 안으로 들어서니, 5억년의 신비와 접하게 되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종유석의 오묘한 신비로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5억 년을 간직해온 동굴 안의 세상은 나를 위하여 기다려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신 때문에 웃음을 찾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였던가? 동굴 안의 경이로운 모습은 몸과 마음을 붙잡아버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기기묘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묘하였다. 흘러내리고 있는 동굴 속의 물소리가 공명되고 있었다.

 

  정동진에 도착하였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터보트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맑은 물 위를 달리는 모습이 그렇게 경쾌할 수가 없었다. 마음에 희망과 꿈이 더해진다면 무한한 에너지가 발산된다고 하였던가? 포말을 일으키며 달리는 모터보트처럼 내일을 향하여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낙산 해수욕장의 야경은 환상적이었다. 해변에 세워진 가로등이 판타지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초록에서 빨강으로 그리고 주황으로 변하는 색깔이 마음을 잡아버린다. 삶의 혁명이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아름다운 행복을 잡기 위해서는 낭만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야! 아름답다.”

 

낙산사에서 맞이하게 되는 일출 장면은 장관이었다. 붉은 기운이 내 안으로 들어올 때에는 경이로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세상의 주인이 된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설악산 신흥사는 초록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연록은 오월의 축복이 틀림없었다. 부처님의 넉넉한 모습에 서니, 나는 정말 행운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월의 연록은 나를 더욱 더 행복하게 해주고 있었다. 오월의 축복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감사하는 마음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었다.

 

  설악산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고 백담사로 향하였다. 백담사로 가는 길은 험난한 인생길을 닮아 있었다. 좁디좁은 길을 버스가 곡예 하듯, 달리고 있는 버스가 위태위태하였다. 차창 옆으로는 오월의 푸름이 고스란히 가슴 안으로 들어왔다. 흐르고 있는 맑은 물은 속을 훤히 보여주고 있어 머리가 밝아지고 있었다.

 

  만해 선생님의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선각자가 걸어간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 걸어가는 길이 얼마나 힘이 들고 고통이 많은 것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깊은 산속에 어찌 저리도 넓은 시내가 생길 수 있는지, 자연의 신비감에 감동하게 된다. 백담사에서 흐르고 있는 물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지혜를 생각하게 된다.

 

 '길에서 길을 묻다.'

 

절에 그런 글귀가 쓰여 있다. 오늘을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함께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다리는 시간은 힘들고 고통이 따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축복의 시간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을 통해서 길에서 길을 묻는 어리석음은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월의 축복된 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강원도 일대에서 촬영(2008.5.2)


태그:#날씨, #길, #대금굴, #신흥사, #백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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