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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1시 30분에 캐슬앞 갈께! 저녁은 먹었나?"
"아니요, 새벽1시에 와 주세요."
“장난하지 말고, 잠자지 말라고?"
"진짠데요, 1시에 오세요!"
"왜 그리 무리 하노? 기다리는 식구도 생각해 줘야지 안 그래?"
"아빠 빼고 다 주무시면 되잖아요? 할 게 너무 많아서요, 제발요."

동규 녀석 돌때 찍은 사진이다.
▲ 내 새끼들 동규 녀석 돌때 찍은 사진이다.
ⓒ 최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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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반 경에 우리 딸 예은이와 문자를 주고받은 내용이다. 올해 해운대여중에 입학한 우리 딸 최예은. 5월 1일이 중간고사라고 '열공'하고 있다. 비록 모유는 한 방울도 못 얻어먹고 컸지만 지금까지 큰 병 없이 정말 잘 자라준 녀석이다.

외가에선 제일 큰애라 사랑도 듬뿍 받았고, 어릴 때 유난히 아빠 배위에서 자는 걸 좋아했다. 난 결혼 3년 만에 본 귀한 여식이라 나름대로 정성을 부었고 특히, 할머님이 같이 계셔서 다른 맞벌이부부들이 시샘할 정도로 풍족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이런 녀석하고 초등 4학년 때부터 이유도 없이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해 여름인가, 순천에 문상 가는 중인데 다급하게 걸려온 애 엄마의 휴대폰! 방학 성적표를 받았는데 너무 엉망이라 미치겠고, 또 그게 나 때문이란다.

헉! 뭐라고? 운전중 차안에서 완전히 흥분하여 목이 다 쉴 정도였다. 이상하게 그일 이후로 예은이의 학습에 나도 모르게 심하게 간섭이 시작되었다. 수학이 너무 어렵다고 해서 애 엄마의 선도 하에 아파트후문의 수학학원부터 단지 내 수학과외에도 불구하고 학습에 별 취미를 안 보인다.

영어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파트내서 그룹스터디를 했다. 선생님하고 코드도 맞고 흥미를 많이 보여 열심히 하는데 선생님이 출산휴가에 들어가서 영어도 좀 쉬었다. 대부분의 어머님들이 애들 그냥 노는 꼴을 못 본다고 하지?

조바심 난 우리 애엄마, 신도시내 영어학원을 거쳐 결국 동생 동규녀석의 유능한 다른 선생님한테 과외를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미국서 공부하고 한 어하원 부원장까지 지낸, 정말 잘나가는 선생님이라 개인 과외를 받는 자체가 가문의 영광?

세 명이서 일주일에 세 번해서 일인당 20만원씩이다. 그 영어 선생님은 작년 가을경에 미국으로 이민 갔지만, 총애 받은 동규로 인하여 소주도 같이 마시고 대화도 편하게 하는 좋은 사이였다.

한번은 선생님한테서 급히 한번 보자는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고?? 아파트 앞 식당서 식사를 했다.

"아버님! 예은이하고 두 놈들 하곤 수업을 더 이상 못 하겠습니다."
"예?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

"단지 내 다른 팀처럼 공부를 열심히 않으면 분위기라도 좋던지, 이것도 아니고…. 특히 예은인 요샌 사춘기인지 부쩍 반항 투입니다. 그리고 수업중에도 노래를 흥얼거리고…. 참! 아버님 봐서라도 또 동규 녀석처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제가 자르겠습니다. 부모들만 선생님을 자를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 예…."

어찌나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하던지… 우째 이런 일이?

이렇게 예은이와는 건건이 트러블이 많았고 나도 모르게 동규 녀석과 비교하였고, 비례하여 미움(?)만 부풀어갔다.

해운대 폭포사 계곡서 유치원때 같이 찍은 사진!
우씨!
▲ 남매끼리 해운대 폭포사 계곡서 유치원때 같이 찍은 사진! 우씨!
ⓒ 최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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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러는 와중에서도 애들 체육엔 필사적으로 올인했다. 싸우고 또 싸워서 쟁취! 사회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마스터 하게 했고 끝나고 좀 쉬었다 친한 소희랑 같이 검도도 6개월 가량했다.

중학교 입학 전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이다. 내 몰래 두 모녀가 작당하여 신도시에 있는 S학원에 그것도, 종합반에 턱 등록을 시켰다. 몰래 사고치고 배째라는 기분으로 나에게 통보를 띄운 것이다.

근데 가만 눈여겨보니 학원회비가 30만원이 넘는데도 수업태도가 영 눈에 안찬다. 이러니 애 엄마하곤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허허, 참! 방학에 차라리 그냥 집에서 놀게 내버려 두지."
"지가 다닌다고 해서 보냈는데, 뭘요?"

시간이 흘러 우리 예은이 초등졸업하고 어엿한 '중딩'이 되었네! 키도 무럭무럭 커서 165cm의 큰 키에 몸매도 어찌 그리 예쁜지, 완전 '짱'이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딸을 미워(?)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멘다.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바로 딸과 협상에 들어간다.

"예은아! 초등학교 공부 태도는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해보자! 먼저 아빤 네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고 또 너를 믿는다. 고놈 학원 꼴도 보기 싫고, EBS가 내용이 너무 좋다던데, 니 학원 끊고 집에서 공부하면 안 되겠나?"

몇 차례 협상 끝에 답을 얻었다. 바로 학원을 끊고 EBS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겠다고 한다.

"고맙다! 그래 열심히 해보자, 진짜로 안 되면 그 과목에 대해서 다시 깊이 생각해보자! 매월 5만원씩 니 용돈으로 통장에 입금 시킬께! 그리고 필요한 거나 애로 사항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이 아빠 믿제, OK?" 

초등 4학년 말부터 시작한 우리 이쁜 딸과의 보이지 않는 암투(?)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고, 또 중간고사 막바지라 새벽 1시에 데리러 오라는 의지를 불태운다.

일전에 애 엄마보고 그랬다

"이번 시험 결과에 대해 여차저차 하지 말기다! 칭찬과 격려로 학습동기를 부여하자고 알제? 저번같이 방방뜨면 집 쫓아낸다!"
"알았어요."

근데 애엄마가 시험성적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방식이 다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아무튼 소신껏 밀어부칠 참이다!

그리고 더더욱 좋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9동에 사는 우리 대부(?)격인 지형형님의 주도하에 애들 삼인방이 독서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이건 용기도 어쩔 수 없는 정말 대단한 일이다. 내용은 이렇다.

1. 먼저 형님이 도서를 선정해 준다. 제일 첫 번째가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이다. (참고로 형님은 현 부산여고 불어교사로 소설가이면서 주요 신문에 오랫동안 칼럼을 쓴 국어에 대해선 베테랑이다) 
2. 삼인방(소희.예은.우영)집에서 돌아가면서 책을 3권씩 구입한다.
3. 2주일에 한번 꼴로 토요일 소희집에서 읽은 내용을 토론하는데 한명씩 돌아가면서 사회자가 되고 또 토의 내용을 기록하여
4. 마지막에 지형형님의 총 강평으로 끝난다.

아이고! 조만간에 아빠를 따라 잡겠어!
▲ 중학생 예은 아이고! 조만간에 아빠를 따라 잡겠어!
ⓒ 최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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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번 토요일엔 5번째 독서토론이 있다. 참고로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시작으로 <완득이>, <미나>, <포스트 잇 라이프> 그리고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순이다. 

청소년 성장소설을 시작으로 세계문학에서 한국단편소설까지 읽히겠다는 형님의 복안에 삼인방중 둘째로써 무한한 지지와 존경을 보낸다. 

전에 독서실에 태워주면서 예은이 보고 그랬다

"예은아! 요새 너무 무리 하는 것 아이가?"
"아니요!"
"아빤 열심히 하는 너의 태도에 만족하는데, 혹 너거 엄마 만에 하나 시험성적따라 또 학원 보낸다고 방방 뜰지 모른데이, 니 알제?"
"예!"
"예은아! 솔직히 니 학원 다니고 싶나?"
"아니요!"

갈수록 믿음을 주는 녀석이 마냥 이쁘다. 4월부터 우리 식군 여든인 우리 엄마 빼곤 전부 다 사회체육센터에 등록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공체조에 다 등록했는데 애 엄만 기존 하던 헬스가 취향에 맞다고 딱 하루 기공 체조한곤 헬스로 바로 빠졌고, 예은인 시험기간이라 잠시 쉬고 있고 동규와 난 오늘도 열심히 하고 왔다.

새벽 1시까지 독서실서 공부하려는 마음자세가 너무 예쁘지만, 벌써 부터 그래야만 하는 우리 교육현실이 이 아빠의 가슴을 심하게 짓누른다.

요샌 애들이 대부분 학원서 선행학습을 다 해 와서 학교 선생님이 더 가르칠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 학교 선생님이나 새끼들을 학원으로만 쫓아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우리 학부모님요!

같이 고민 좀하고 반성 좀 합시데이! 새벽 2시를 치닫는 시각인데도 많이 피곤하지 않고 푸근한 이 기분은 왜 일까?

그래 애들아, 우리 파이팅!
       


태그:#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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