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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금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2012년 입시부터 수능과목에서 영어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영어능력 평가시험'의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시험은 토익이나 토플처럼 문제은행식으로 문제가 출제되는 형식으로, 현재의 필답고사 형태를 벗어나 말하기' 점수는 표시되지 않고 오직 '통과'와 '불통과'로만 이루어진 일종의 '자격시험' 형태를 띄게 된다.

 

김 장관은 이 시험의 도입으로 가계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현재의 영어 사교육비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영어능력평가시험, 수능등급제와 너무 비슷해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효용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점수가 '통과' 와 '불통과' 만으로 표시되는 형태는 작년에 시행되었던 수능 등급제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인수위 시절에 이명박 대통령은 수능등급제가 학생들의 변별력을 떨어트린다는 대학 측의 입장을 대변하며,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비난한적이 있다. 

 

그런 이명박 정부가 오히려 참여정부 때보다 더욱 '간략해진' 등급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논리에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3불정책'을 고수하던 참여정부와 달리, 이명박정부는 대학측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쥐어주었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변별력이 떨어진 '영어능력 평가시험'을 보완하기 위해 본고사에서 자체 영어시험을 강화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사교육비를 경감시킨겠다는 김장관의 말에 신방성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또한 말하기와 듣기 시험을 확대 도입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공교육은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한반에 서른 다섯명이나 되는데 반해, 그들에게 영어말하기를 가르칠 수 있는 교원의 공급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영어 사교육 열풍이 그와 같은 '준비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해 볼 때, 불과 5년후에 말하기와 듣기 시험을 도입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사교육을 받기를 종용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설익은 정책'의 발표, 국민들은 피곤하다

 

'영어몰입교육'으로 온 사회가 불필요한 혼란에 빠졌던 것이 불과 두어달 전의 일이다. '영어능력 평가시험'은 '변별력'과 '사교육비 경감' 어느 측면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또다른 소모적인 논쟁만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정책을 나열하기 보다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뒷받침된 '쓸만한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여당의 설익은 정책들을 받아주기에는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태그:#영어능력 평가시험, #영어몰입교육, #인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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