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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충남 공주 곰나루 금강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연신 한 곳을 응시하며 절을 올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꽂힌 재단에는 '강은 우리의 생명입니다'는 천글씨가 잔물결처럼 일렁였다.

 

그 아래 새겨진 '뭇생명에 대한 참회의 천도법회'라는 글귀를 보고서야 행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연단에는 <초목군생 일체, 뭇생명 제위>라고 쓰인 신위가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에는 7명의 선남선녀가 금강의 발원지인 전북 장수의 뜸봉샘에서 떠온 '생명의 물'을 올리고 있었다.

 

일순간 큰 소리가 금강변을 울렸다. 소리 끝자락에 맞춰 시작한 참회의 절은 36배를 하고서야 끝이 났다. 

 

"나 살자고 다른 생명 해친 죄를 참회합니다" "지렁이 같은 작은 생명의 은혜를 알지 못하고 죽인 죄 참회합니다"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함부로 죽인 죄 참회합니다" "입맛 따라 고기먹어 4배,5배 식량을 낭비한 죄 참회합니다" "냉방기 켜고 스웨터 입고 난방켜고 짧은 셔츠 입으며 에너지 낭비한 죄 참회합니다..."

 

"나 살자고 다른 생명 해친 죄를 참회합니다"

 

이날 행사는 한강을 출발해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걷고 있는 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간들의 오만을 반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주최하고 '정토회'가 주관한 '뭇생명에 대한 참회의 천도법회'에는 전국각지에서 종교인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법륜스님(수행공동체 정토회 지도법사)은 참회법문을 통해 "지금 우리는 담배나 술에 중독되듯 소비주의에 중독되어 있다"며 "해마다 소비가 늘어나지 않으면 경기가 나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륜 스님은 이어 "잘못된 소비주의 삶의 길에 모두 미쳐 있으나 아무도 제어할 수가 없다"

며 "모두가 살아나려면 그동안 살아온 삶을 뉘우치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덕성, 평화, 정의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쪽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며 "그중 하나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시절 경제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들을 해친 잘못된 삶에 대해 참회한다"며 "

대운하를 멈추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죄업을 짓지 않고 삶의 질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치환 "새만금 3보1배 후 만든 노래가 <내버러둬>...강 그대로 내버려둬야"

 

가수 안치환씨는 이날 <내버려 둬>라는 노래로 순례단을 맞이했다. 그는 노래에 앞서 "새만금을 지키기위해 2km를 3보 1배한 바 있다"며 "<내버려 둬>는 3보 1배 후 만든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참석자들에게 "자연이 무슨 뜻이냐"고 물은 뒤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 스스

로 그러하다는 것으로 '그대로 놔두는 것'이 자연"이라고 말했다.  

 

한 순례단원은 "낙동강과 영산강, 금강을 걸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며 "이명박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롯 모든 사람들이 자연의 고귀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을 부산정토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대운하사업은 환경적 가치를 떠나 경제적으로 보아도 옳은 길이 아니다"며 "이명박 정부가 뭇생명을 해치는 대형개발사업을 포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전에서 온 한 초등학생은 모래밭에 한반도 지도를 그린 뒤 주변에 물을 채워 놓았다. 해당 학생에게 의미를 묻자 "강물이 지금 모습 그대로 흐르도록 해 우리나라가 사랑받게 해 달라는 소원을 그린 것"이라며 "바깥 선은 하트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정경스님의 법고 연주와 수경스님의 천도재, 작곡가 겸 연주가인 한태주씨의 흙피리 연주로 참회의식을 이어갔다.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난 후 공주시내까지 약 1.5km구간을 참회순례했다.

 

 

 


태그:#대운하, #정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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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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