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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밤새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내렸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비가 그쳤지만 그동안 초여름 같은 날씨에 느슨해졌던 우리 몸의 생체리듬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세찬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뚝 떨어졌습니다. 길가는 행인들이 옷깃을 여밉니다.

 

날씨가 추워졌다 해서 집에만 있을 수 없는 저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안산갈대습지공원을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갈대습지공원의 신사 왜가리와 중대백로가 보고 싶어지면 무작정 집을 나섭니다. 그들은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몇 마리 정도 텃새가 되어 늘 살고 있는 녀석들이 있지만 이맘때쯤이면 잠시 떠났던 왜가리나 중대백로도 모두 돌아와 있기 때문에 군데군데 모여 있는 무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망대를 찾아가 조용히 기다리면 중대백로와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산란 시기가 된 물고기들은 목숨을 걸고 알을 낳기 위해 사투를 벌이며 산란장을 찾아 올라갑니다. 어도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산란 시기를 맞춰 알을 낳기 위해 물 반 고기반이라 할 만큼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안산갈대 습지공원에는 고기떼가 둑 때문에 길이 막혔을 때 아래 위로 다닐 수 있도록 그곳에 층층이 물길이 통하도록 물고기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길을 따라 알을 낳기 위해 물고기들이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 길목을 지키면서 하이에나처럼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노리고 있는 중대백로와 왜가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도를 통해 올라가는 물고기들이 대부분 너무 크기 때문에 중대백로나 왜가리가 잡아먹기가 그다지 쉽지가 않습니다.

 

물길을 뚫고 올라가는 물고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간간히 먹이로 적당한 물고기들이 힘겹게 튀어 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답니다. 그 틈을 이용해 날쌘 모습으로 먹이를 낚아챕니다. 그래서 한입에 꿀꺽 삼키며 포식을 즐기기도 합니다.

 

포식을 위해서는 긴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가냘픈 다리로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백로의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저 역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립니다. 뚝 떨어진 기온과 함께 바람이 몹시 불어 얼굴을 때립니다. 손도 시립니다.

 

 

 

처음 사진공부를 시작했을 때 선생님께서 사진의 세계는 빛의 예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몇 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그때 그이야기를 실감하며 기약 없이 기다리며 작품을 담아야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 끝에 장면을 포착할라치면 아이들이 다가와 큰소리로 떠드는 바람에 새들이 날아가 버리곤 맙니다. 추운 날씨인데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물고기와 물이 반반인 어도를 보면서 환호를 지릅니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끊임없이 기다리며, 아이들을 떠들지 않도록 부탁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먹이로 먹기에는 너무나 큰 물고기를 바로 눈앞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중대백로를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도 들더군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번식을 위해 산란 장소로 온갖 힘을 동원하여 거센 물길을 타고 올라가는 물고기 또한 힘겨워 보입니다.

 

안산시화호 갈대 습지공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2002년 5월에 개장한 면적 10만여 평이 넘는 국내 최초 대규모 인공습지입니다. 시화호로 들어오는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만든 친환경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하천, 홍수, 하수 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답니다.

 

이곳으로 유입되는 폐수를 습지로 유입시켜 살아 있는 토양으로 만들어진 미생물과 습지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통해 자연적인 수질 정화를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고 합니다. 습지는 모든 것을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입니다. 동시에 도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자연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생태공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휴식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랍니다

 

 

 

꼼꼼히 살피며 갈대습지공원을 돌다보면 참 볼거리가 많습니다. 조류조망대 맞은편에는 새들이 쉴 수 있도록 50X40m의 모래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새들은 종류에 따라 둥지를 틀고 먹이를 먹고 쉬는 모습이 다양합니다.

 

모래밭에서는 여러 종류의 오리와 백로 같은 새들이 깃털을 다듬거나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갈대나무 사이사이로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인기척이 들리면 푸드득 거리며 날아갑니다. 바람 사이로 연인들이 소곤거리며 지나갑니다.

 

해당화길이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명자화가 활짝 피어 바람에 꽃잎을 떨어뜨립니다. 요즈음 한참인 가지각색의 철쭉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자주 찾아가는 곳이지만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반깁니다. 자연은 우리 인간들에게 아무런 바람 없이 모든 것을 줍니다. 이곳에 오면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태그:#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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