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선 때 혁신도시 건설 추진 약속했던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신정훈 전남 나주시장의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시정방침'이 눈에 띄었다. 나주시의 첫 번째 시정방침은 다름 아닌 '성공적인 혁신도시'였다. 그러나 나주시의 첫 번째 시정방침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해있다. 이명박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발언' 때문이다.

 

신 시장은 "시민들이 어안이 벙벙하면서 황당해하고, 사태본질을 생각해보면 분노가 치미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오마이뉴스가 24일과 25일 나주를 찾았을 때 거리 곳곳엔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내건 '혁신도시 재검토 무효'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기자 주)

 

하지만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파장은 국토해양부 장관의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없었던 일'이 된 것 아닌가. 신 시장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저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했다. 그 까닭을 물었다.

 

"애초에 혁신도시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정당하지 못했다. 정부보고서를 일부 언론이 받아쓰게 하고 여론이 들끓으니 쏙 빠져나가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식' 정략적 여론몰이로 국가 대사를 오도했다. 그렇게 정부가 치고 빠진 이후에 일부 언론과 학자들이 나서서 '혁신도시는 잘못된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도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데 가긴 가보자'는 식으로 말 인심만 쓰고 있다.

 

실체도 없는 재검토 발언에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도시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공공기관 이전을 기정사실화했던 해당 기관의 임직원들은 지금 대단히 주춤거리고 있다. 정부 당국의 확고한 언급이 시급히 나와야 지금까지 준비했던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최소한 총리나 대선 때 10개 혁신도시 건설 추진을 약속했던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확실히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신 시장은 "실체 없는 유령발언 때문에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며 "지금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유령의 뒤끝을 학자와 언론이 갑론을박하며 쫓아가는 형국"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매사를 이런 식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한다면 국가시스템과 정책집행 사이클이 뭐가 되겠느냐"며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염려했다.

 

혁신도시 건설 예정지 등에선 '민란' '폭동' 등의 단어가 등장할 만큼 절박한 파장이 일고 있지만 정작 수도권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현저히 다르다. 혁신도시와 관련한 절박함이 다른 것이다. 신 시장은 "혁신도시는 수도권과 지방, 해당 기관 등이 매우 어렵게 서로 양보하고 합의한 정책"임을 강조했다.

 

"혁신도시는 택지개발해서 도시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맘에 든다고 호주머니 속에 던져준 것도 아니다. 수도권의 넘치는 역량과 자원, 사람을 지방에 배분하자, 그래서 수도권도 과밀화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지방도 성장의 계기를 삼자는 것이다. 그 핵심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서 관련 민간기업도 함께 가 지방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혁신도시 건설 정책은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내용을 가지고 추진됐다. 말이 쉬워 '공공기관 이전'이지 여기엔 이미 존재하는 다양하고 첨예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있었다.

첫 번째 이해당사자는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이다. 두 번째 이해당사자는 수도권 시민들이다. 세 번째 이해당사자는 이전 기관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부산, 대구, 나주 등 지방 주민들의 이해가 걸려 있었다.

 

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는 정책이 혁신도시 건설정책이었다. 수도권 시민들이 반대했다면 이 정책은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껏 대한민국의 정책 중에서 그 누구의 반발도 없이 합리적이고 민주적 절차를 완벽하게 거쳐 국민적 동의를 구해 마련한 정책은 혁신도시 정책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과 지방활성화를 위해 서운했지만 수도권과 여러 지방이 서로 양보해서 합의했던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 건설정책의 핵심, 민영화 논의는 혁신도시 이후에"

 

그래도 수도권 시민들은 뭔가를 지방에 뺏겼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건국 이후로 산업화·정보화 거치면서 각종 국가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정부와 공공기관, 각종 SOC가 집중됐다. 지방은 그런 수도권의 성장동력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식량·원료의 생산 기지 같은 역할을 했다.

 

수도권 성장은 지방의 노력과 자원을 기초로 해서 이룬 것이다. 수도권의 성장을 위해 그동안 지방은 자생력을 잃어버렸다. 수도권 성장의 효자 노릇을 해온 지방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지방이 함께 살자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도 수도권에서 만들어낸 상품의 시장 노릇은 지방이 하고 있다. 지방이 죽으면 수도권도 힘들어진다.

 

우리 나주의 실례를 들어보겠다. '수도권 총량제' 규제 완화가 나오자마자 나주에 있던 한국3M이 LCD라인을 수도권으로 옮겨버렸다. 나는 7년 동안 공들여서 70명 고용할 수 있는 남양유업 공장 유치했는데 그 조치 하나 때문에 순식간에 250명이 날아가버린 것이다. 그래서 국가정책적으로 공공기관 하나라도 지방으로 옮겨야 관련 민간기업 등이 따라와서 지방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 옮기겠다는 것도 아니고 지방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기관을 옮겨 지방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혁신도시 정책의 핵심은 공공기관 이전. 하지만 새 정부는 공공기관 민영화 물꼬를 트고 있다. 신 시장은 "민영화가 그렇게 좋으면 수도권에 잔류하고 있는 약 250개 공공기관부터 민영화하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혁신도시 정책의 전제다. 그래서 17대 국회도 여야합의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혁신도시는 형식이고, 진짜 내용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혁신도시 하긴 한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 검토하고 보완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지방 이전 공공기관에게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결정되긴 전까진 안 갈 수도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공공기관 민영화가 그렇게 좋으면 지방이전이 결정된 176개 기관 말고 수도권에 잔류할 약 250개 공공기관부터 해라. 이미 정책으로 결정된 사항을 흔들기 하지 말고 민영화 논의는 혁신도시 건설 이후에 하는 것이 맞다."

 

신 시장은 "언론과 학계가 너무 우향우 돼버린 것 같다"면서 이번 혁신도시 재검토 파동의 주 진원지로 언론과 학계를 지목했다. 그는 "5년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주민들이 토론하고 경쟁하면서 합의했던 내용이 바로 혁신도시 정책"이라면서 "그렇게 혁신도시 사업이 망할 사업이면 진작 애국하지 왜 정권 바뀐 지금 나타나 부하뇌동하나"고 힐난했다.

 

"2005년도 조사치로 공공기관 임직원들 이전의사 없다고 하나"

 

 

특히 신 시장은 혁신도시 무용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논리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이전 의사 없다는 주장에 대해 신 시장은 "2005년도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조사한 수치를 이용했다"라며 "나주시 이전대상인 한 기관의 경우 여건개선 시 78%의 임직원이 이주하겠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 경제효과가 부풀려졌다는 주장에 대해 신 시장은 "당시 문제를 제기했던 교수조차 어떤 모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다를 수 있으며 4조 원의 부가가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응수했다.

 

신 시장은 "우리는 기업중심의 주거여건과 교육의료 여건을 만들기 위한 제도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라며 "수도권 못지않은 생활과 교육문화여건이 되는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실체 없는 논란 때문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한탄했다.

 

신 시장은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이 낭비되는 이 소모적 논란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뒤 이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의 말을 남겼다.

 

"대통령께서 후보일 때 나주에 오셔서 저에게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광주전남 공동 혁신 도시는 두 광역단체가 함께 노력해서 유치한 전국적 모범사례다, 광역교통망은 어떻게 구축할 계획인가? 정권 바뀌더라도 정부정책은 중단 없이 계속 돼야 한다, 혁신도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당시에 말씀하셨다. 대통령께서 균형 있는 발전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달라."

 

한편 신정훈 시장은 민주당 텃밭이랄 수 있는 전남 나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도의원 재선과 시장 재선을 기록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고려대 신방과를 졸업한 신 시장은 85년 서울 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을 주도했으며 출옥 후에는 고향 나주로 돌아와 농민회 활동을 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농민회의 조직적 결정에 따라 했다"고 말할 정도로 현장성을 강조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장에 재선될 만큼 지역 주민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태그:#혁신도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