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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22일 내놓은 경영쇄신안은 일견 파격적으로 보인다.

특히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불법을 저지른 핵심 경영진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다. 삼성증권 차명계좌 1199개를 이용해 포탈한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모두 내겠다고 한 부분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삼성이 내놓은 경영쇄신안 10가지를 조목조목 뜯어봤을 때 삼성이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경영권 승계 구도와 현 이 회장 일가의 지배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경영권 승계] "이재용 전무는 백의종군이 아니라 백의퇴군해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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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무는 삼성전자의 CCO(고객총괄책임자)를 사임한 후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문일답을 통해 "회장께서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승계할 경우 회사나 이 전무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당분간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곱씹어보면 이 전무가 경영수업을 마치고 난 후 경영권 승계를 받을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특히 이 전무는 이번 특검의 최대 수혜자다. 유일하게 기소됐던 e-삼성기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고,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인수를 통한 부당 이득에 대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논평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일선 퇴진은 쇄신이라 보기 힘들고 3%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근본적 구조개선 없는 이번 쇄신안은 일시적 눈가림"이라며 "이재용 전무는 백의종군(白衣從軍)할 것이 아니라 백의퇴군(白衣退軍)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변화 없는 삼성 지배구조] 생색내기에 그친 지배구조 개선 약속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인주 사장이 땀을 닦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이 땀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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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 부회장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지만 현재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 구조와 관련해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25.6%)을 4~5년 내 매각하겠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사실 지난 2006년 국회를 통과한 금산법 개정안 부칙에 따라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을 5년 내에 매각하도록 시정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생색낸 것에 불과하다.

또 설사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을 해소하더라도 이 회장 일가의 에버랜드에 대한 지배력은 공고하다. 김상조 교수도 이와 관련해 "삼성카드 지분 25%가 해소되더라도 나머지 75%가 이재용, 이서진 등 삼성 일가 관계자들의 지분"이라며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본시장통합법 및 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앞으로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자통법 등이 통과될 경우 삼성의 금융계열사들은 지급결제 등 실질적인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 또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원칙이 대폭 완화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이상 삼성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지주회사 전환도 가능하다.

결국 변하는 것은 없다.

[재산 사회 환원] 삼성이 되풀이하는 레퍼토리

고개숙인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실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고개숙인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실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경영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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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이번에도 '재산 사회 환원'을 내세웠다. 이 부회장은 이날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조세포탈 문제와 관련해 탈루세금을 내고 차명재산을 회장 일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익적 목적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6개월 전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의 명의로 된 굿모닝신한증권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차명계좌를 공개한 직후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나선 것과 대비되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간 국민들을 속여왔던 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또 차명으로 밝혀진 삼성생명 차명지분 16.2%와 지난 98년 실명으로 전환된 700만주에 대한 상속세 납부 등의 언급도 전혀 없었다. 대신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과 사회의 도움이 컸다"며 "앞으로 더 아끼고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99년 이 회장은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책임을 지기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증여하고 삼성생명을 상장해 부채를 갚겠다고 공언하고 9년 동안 그를 지키지 않았던 점, ▲지난 2006년 2월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는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구조조정본부 축소개편, 계열사별 독립경영 등을 약속했지만 결국 특검의 수사로 그때의 약속이 '말'뿐이었음이 드러난 점을 생각할 때 이번 쇄신안의 진정성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삼성그룹의 본질적 변화가 누락된 이번 발표는 여론호도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삼성은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대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강변했다.

경제개혁연대도 "국민들은 삼성에게 돈을 구걸하지 않는다"며 "이건희 회장은 탈세한 검은돈으로 사회 환원 운운하며 여론을 무마하기보다는 단 한 번만이라도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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