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두 팔을 벌려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는 사이먼 르봉. 공연 내내 열기는 죽 이어졌다.
▲ 듀란듀란의 보컬 사이먼 르봉 두 팔을 벌려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는 사이먼 르봉. 공연 내내 열기는 죽 이어졌다.
ⓒ 소니비엠지/비포에이치

관련사진보기


"달력에 결혼기념일보다 더 진하게 표시해 놓고 기다렸지요. 오, 정말…" 장장 19년만에 열린 영국 팝 밴드 듀란 듀란의 내한 공연장(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찾은 어느 30대 여성 관객, 애틋한 눈빛과 긴장된 발걸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선다.

17일 저녁 1만 명을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절반 정도 채워졌지만, 신곡 '더 밸리(The Valley)'로 막이 열리고 빅히트 곡 '리오(Rio)'로 앙코르에 화답하기까지 2시간 남짓 시간은 빈틈없이 꽉 찼다.

80년대 이들의 분홍, 노랑 등 원색 재킷이 그리웠다면 다소 실망스러울까? 아르마니가 디자인했다는 말쑥한 검정 수트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 듀란 듀란 공연 모습 80년대 이들의 분홍, 노랑 등 원색 재킷이 그리웠다면 다소 실망스러울까? 아르마니가 디자인했다는 말쑥한 검정 수트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 소니비엠지/비포에이치

관련사진보기


아마도 최강 꽃미남 베이스 연주자일 듯하다. 존 테일러. 이날 리드미컬한 베이스 연주도 일품이었다.
▲ 듀란 듀란 베이시스트 존 테일러 아마도 최강 꽃미남 베이스 연주자일 듯하다. 존 테일러. 이날 리드미컬한 베이스 연주도 일품이었다.
ⓒ 소니비엠지/비포에이치

관련사진보기


19년만의 공연을 기념이라도 하듯 모두 열아홉 곡(앙코르 포함)으로 차려진 이번 셋 리스트는 8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울렀다. 소년소녀들의 괴성을 자아내며 팝 차트를 장악했던 듀란 듀란 최강의 히트 곡 '더 리플렉스(The Reflex)', '어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 '노토리어스(Notorious)', '리오(Rio)' 등과 90년대 히트곡 '컴 언던(Come Undone)', '오디너리 월드(Ordinary World)', 원년 멤버 재결성 후 2004년 발표한 '애스트로너트(Astronaut)' 앨범의 '선라이즈(Sunrise)', 최근 앨범 '레드 카펫 매서커(Red Carpet Massacre)' 수록곡인 '더 밸리(The Valley)', '폴링 다운(Falling Down)' 등 이들의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졌다.

보컬 사이먼 르봉이 자신들의 음악을 두고 '폭탄이 떨어질 때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밴드'라고 발언했듯, 듀란 듀란의 스타일리시하고 몸을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팝 음악은 라이브에서 더욱 힘을 발했다. 초대형 히트곡 '더 리플렉스(The Reflex)'로 고조된 중반부터는 모두들 일어나 엉덩이와 어깨를 들썩이며 명랑한 무도장 분위기로 이어 나갔다. 보컬 사이먼 르봉은 "정말 멋지네요…여러분 얼굴에 가득한 즐거움이 보인다"며 무대에 선 연주자로서 관객과 호흡하는 기쁨과 찬사를 보냈다.

듀란 듀란의 키보디스트 닉 로즈. 수줍은 미소와 참한 분위기의 꽃미남으로 역시 수많은 팬을 끌고 다녔던 인물. 그의 신디사이저 연주는 후배 음악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 듀란 듀란 닉 로즈 듀란 듀란의 키보디스트 닉 로즈. 수줍은 미소와 참한 분위기의 꽃미남으로 역시 수많은 팬을 끌고 다녔던 인물. 그의 신디사이저 연주는 후배 음악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 소니비엠지/비포에이치

관련사진보기


공연을 관람한 김상미(여, 36)씨는 아련한 미소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존 테일러의 무너진 턱 선이 안타깝고, 사이먼 르봉의 얼굴도 중년의 살집이 가득했지만, 음악은 여전하다… 두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겠다"며 감상을 전했다.

또한 회사 당직 마치기 무섭게 강변도로를 헤치고 달려왔다는 조기광(남, 35)씨는 전반부 몇 곡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웠지만, 듀란 듀란 덕분에 오늘 밤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즐거운 술자리가 이어질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첫 공연 당시 소년소녀 세대가 시쳇말로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공연을 보았을 무렵 나이의 아이를 두었을 법한 세월이 지났지만 주름살과 살집이 늘어난 것 말고는 그들은 여전했다. 데뷔 30년에 이른 노장 밴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탄탄한 연주와 안정된 무대 매너와 멤버간의 팀워크가 유연히 흐르며 '포스'가 담긴 무대를 연출했다.

최근 발표한 새 앨범은 록, 팝,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적절히 결합된 스타일 넘치는 멋쟁이 중년 아저씨들의 음악으로 20대 팬들도 끌어들였다. 20년만의 해후였든 21세기에 이들을 알게 된 팬들이든, 이들과 음악 그리고 팬들은 여전히 '현재'에 존재했다.

이번 듀란 듀란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은 새 앨범 <Red Carpet Massacre> 발매에 맞춰 월드 투어 일정 중 기획됐으며, 한국을 끝으로 아시아 지역 투어는 마무리 됐다.

여전히 현재로 존재했던 이들의 두 번째 내한 공연
▲ 듀란 듀란 공연 모습 2 여전히 현재로 존재했던 이들의 두 번째 내한 공연
ⓒ 소니비엠지/비포에이치

관련사진보기


드러머의 위치상 이날 공연 사진에 많이 잡히지 못했지만 묵묵하게 화려한 드러밍을 선보였다.
▲ 드러머 로저 테일러 드러머의 위치상 이날 공연 사진에 많이 잡히지 못했지만 묵묵하게 화려한 드러밍을 선보였다.
ⓒ 소니비엠지/비포에이치

관련사진보기


[듀란 듀란 약사]
1978년 영국 버밍엄에서 결성됐다. 초창기 멤버들이 들고난 후 존, 로저, 앤디 세 명의 테일러(혈연과는 무관한)와 닉 로즈, 사이먼 르봉 5명으로 데뷔 앨범 <Duran Duran>을 발표한다.

5명 모두 개성있고 출중한 외모를 바탕으로 한 동시대의 최전선의 패션 리더로서 손색이 없었고, 영화적 기법을 차용한 화려한 뮤직 비디오 역시 이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끌어 올린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이들의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음악적인 부분이 가려지기도 했지만, 1980년대 이른바 '뉴 웨이브(New Wave,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가미된 팝 음악)' 의 선두주자였다. 엘튼 존, 카일리 미노그 등 월드 스타들 역시 듀란 듀란의 팬임을 자청했으며, The Strokes, Kaiser Chiefs, Panic at The Disco 등 현재 활동중인 여러 젊은 팝/록 밴드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리플렉스(The Reflex)', '어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 '노토리어스(Notorious)', '리오(Rio)', '플래닛 어스(Planet Earth)', '세이브 어 프레어(Save a Prayer)', '더 와일드 보이스(The Wild Boys)' 등 여러 히트곡을 연이어 발표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1985년 영화 007 시리즈 - 어 뷰 투 어 킬의 타이틀 곡(A View to a Kill)을 기점으로 앤디와 존 테일러는 프로젝트 그룹 '파워 스테이션'을 결성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아카디아'로 양분되며 듀란 듀란의 일시 휴지기가 시작됐다.

이후 멤버간 이동, 솔로 활동 등을 거치며 오리지널 멤버 5명이 다시 의기투합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세 명의 테일러가 모여 재결성에 합의하고, 이후 3년간의 녹음 작업과 간헐적인 라이브 활동을 하며 2004년 새 앨범 <Astronaut>를 발표했다. 이어서 2007년 <Red Carpet Massacre>를 발표하고 현재 월드투어 중이다. 기타리스트 앤디 테일러는 2006년 다시 밴드를 떠났다.


태그:#듀란 듀란, #듀란 듀란 내한공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