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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한 구립공공도서관 .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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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운동을 하거나 사람 만날 일이 없으면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지자체 '구립정보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평소 학구파나 다독가로서 도서관을 즐겨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으니 동네 마실 나가는 것'처럼 즐겨 찾는다는 것이 정확한 실정이다. 그 도서관 바로 옆에는 구민체육센터가 나란히 서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이 두 곳의 시설은 지금까지 줄곧 나의 정신과 육체를 가다듬는 소중한 공간이다. 정보도서관은 지난 98년에 완공, 99년 3월에 개관했으니 이 도서관을 이용한 지도 어느덧 햇수로 10년 되었다. 도서관을 한참 짓고 있을 때는 공사현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았고, 개관 이후엔 마치 개인서고 마냥 시간 나는 대로 자주 즐겨 찾는 곳이다. 

빌 게이츠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도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

지난 3월 서울시내 한 대형서점 화장실 벽면에 붙여있던 문구다. 공감하는 바가 있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친 후 수첩에 메모해 두었던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영학의 대가 피터. F. 드러커는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 가운데 청년 시절 도서관에서 보냈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는 주중의 5일 동안은 함부르크의 유명한 시립도서관에서 저녁 시간 대부분을 보냈다. (중략) 나는 독일어와 영어, 그리고 프랑스어로 된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누구나 빌 게이츠나 피터 드러커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세기를 통틀어 인류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있는 이들의 독서습관은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습관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제아무리 인터넷이 날개를 치고 온라인 세상이 판을 친다고 해도 책의 중요성과 도서관의 존재 이유는 백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도서관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다섯가지 효용가치

도서관 자료실에서 발견되는 옛 책들 중에도 좋은 책들은 많다.
▲ '해 아래 새 것은 없느니' 도서관 자료실에서 발견되는 옛 책들 중에도 좋은 책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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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구립정보도서관을 10년 가까이 이용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많다. 도서관을 이용함으써 얻을 수 있는 효용가치 다섯 가지를 나름대로 간추려 보았다.

첫째, 식상할 수 있는 삶의 주기에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도서관 특유의 공간감과 지식의 보물창고인 수많은 책들, 학습이나 독서에 몰두해 있는 집단적 분위기는 배움에 대한 욕구와 잠재된 자기계발 욕구를 북돋아주는 윤활유이자 청량제가 된다. 삶의 활력을 얻고자 하려면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만일 뇌의 활력을 얻고자 한다면 도서관에 가보라.

둘째, '몰입'이 잘된다는 점이다. 몰입전문가 황농문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일에 미치지 말고 생각에 미쳐라"고 충고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1년에 두 번 정도 자신과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사고 주간(think week)'을 갖는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외딴 별장을 찾는다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생각하고 집중하고 몰입하는' 장소로는 바로 도서관이 최고이지 싶다.

셋째, 인맥(人脈) 못지않게 풍부한 서맥(書脈)도 중요하다. 직장을 비롯해 사회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맥이다. 그러나 이 인맥구축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방만한 인간관계와 쓸데없는 만남만 늘게 된다. 방만한 인간관계는 정리하고 책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어떨까. 요즘 공공도서관은 직장인들도 퇴근시간에 도서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료실은 월요일과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하곤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넷째, 과거를 돌이키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 공공도서관 열람실은 대부분 넓이 65cm, 깊이 48cm의 나무판으로 구획된 직사각형 공간들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누구나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체험하고 느꼈을 그 공간감, 오랜만에 들어가 보는 열람실은 아늑한 추억과 함께 학창시절에 느꼈던 그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넓이 65cm, 깊이 48cm 작은 열람공간. 이 도서관 열람실에서만큼은 최소한 빈부와 남녀노소의 차이는 없다. 모두 동일한 크기의 열람 공간을 준다. 물론 그들이 품는 꿈의 크기와 성취 여부는 제 각각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섯째, 자주 이용해야 공공도서관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나의 경우, 평소 학구파나 다독가로서 도서관을 즐겨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으니 동네 마실 나가는 것'처럼 즐겨찾는 경우에 가깝다고 했다. 내 경우 국내인구 10만 명당 1개꼴로 있다는 공공도서관이 바로 집 근처에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본 이 수치는 미국(3만명 당 1개), 일본(5만명 당 1개)에 비해 우리 사회 공공도서관의 숫자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사회에서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그 필요성을 체험하며 공공도서관의 확충을 국가나 지자체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대목이다.

도서관 주간 한 주만이라도...

올해 44회 도서관주간 표어는 '도서관 그곳에 가면 꿈이 현실이 됩니다'이다.
▲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올해 44회 도서관주간 표어는 '도서관 그곳에 가면 꿈이 현실이 됩니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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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부터 18일까지는 매년 4월 이맘때면 찾아오는 도서관 주간이다. 올해로 44회를 맞는 도서관 주간의 표어는 '도서관, 그곳에 가면 꿈이 현실이 됩니다'이다. 이번 주간 한 주간만이라도 근처 공공도서관을 한 번씩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가까운 곳에 있어 마치 동네 마실 나가는 것처럼 즐겨찾게 되는 공공도서관들이 우리 사회에 더욱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꿈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한국의 빌 게이츠나 피터 드러커들'이 많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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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주간을 맞아 준비되는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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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공도서관, #도서관주간, #44회 도서관주간, #구립정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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