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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총선미디어연대’는 선거보도에서 사용하는 부적절한 용어들을 정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주간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전쟁용어를 비롯한 선정적인 표현들이 남발되는 것에 대한 지적을 꾸준히 제기한 바 있다.

 

이하 총선미디어연대 보고서 전문.

 

전쟁용어 남발하며,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일컫지 말라

 

모니터 대상 : KBS, MBC, SBS 총선과 관련한 메인뉴스

모니터 기간 : 3월 3일~4월 6일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008총선미디어연대’는 주간 방송모니터를 통해 선거보도에서 전쟁용어를 비롯해 선정적인 표현들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선거과정을 ‘전쟁’이나 ‘싸움’의 진행처럼 묘사하고 있는 언론의 부적절한 표현들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2008총선미디어연대’는 지난 3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총선과 관련한 방송 3사 메인뉴스의 부적절한 표현들을 정리해 대안적 표현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전쟁용어의 무분별한 사용

 

 
이번 총선보도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던 전쟁용어의 대표적 예를 ‘격전지’, ‘접전지’, ‘화약고’, ‘총력전’, ‘직격탄’, ‘뇌관’, ‘수성’, ‘장미의 전쟁’ 총 8가지로 선정했다.
 
모니터 기간 중 총선관련 선거보도를 살펴본 결과 MBC가 전쟁용어를 32꼭지로 가장 빈번하게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21꼭지에서, SBS는 14꼭지에서 다뤘다. (<표 1> 참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쟁용어는 ‘격전지’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지역을 소개하는 보도 중 20건의 보도에서 사용됐다.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접전지’ 외에도 ‘접전’이라는 표현도 무수히 사용됐는데 총선 지역구들의 경쟁이 전쟁양상으로 호도되는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화약고’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됐다. ‘분쟁이나 전쟁 따위가 일어날 위험이 많은 지역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화약고’라는 표현은 주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 공천한 것을 두고 사용됐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분쟁과 전쟁 위험을 내포하는 지역을 표현하는 말인 만큼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최대 이해관계가 걸쳐있어 결정이 어려운 지역’, ‘이목이 집중된 사안’을 뜻하는 ‘최대 관심지역’ ‘최대 난점’ 등의 표현을 제안해 본다.
 
또한 이밖에도 선거에 정치권의 공방을 소개할 때 사용되는 ‘직격탄’이라는 용어 대신 ‘쓴소리’, ‘직언’이라는 표현으로, 언제 드러날지 모르는 민감한 사안을 표현할 때 쓰이는 ‘뇌관’은 ‘초민감 사안’으로, 지역구의 재선이나 표의 결집을 말할 때 사용하는 ‘수성’은 ‘재선’이나 ‘표를 공고히 하다’라는 표현으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또한 총력전, 접전, 유세전, 혼전 등 ‘전(戰)’자를 남용하는 습관을 피하기 바란다.    
 
2.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용어 사용
 
 
전쟁용어 외에도 ‘칼날’, ‘칼바람’, ‘학살’, ‘살생부’와 같은 무시무시한 용어사용도 총선을 다루는 보도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다. KBS의 경우는 이 같은 용어를 두루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양적으로도 8건으로 가장 많았다.
 
MBC도 학살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총 5건의 보도에서 위의 표현을 사용했다. 반면, SBS의 경우는 제시된 선정적 표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표2> 참고)
 
KBS와 MBC가 이렇듯 끔찍한 표현을 사용한 데는 당내 공천 발표를 앞둔 당사자들의 심경과 당내 갈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겠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칼날 앞에 선”, “칼날 위에 선”, “칼날은 이제 호남을 향하고 있다” “공천 칼바람이 분”, “칼바람에 낙천된 현역의원”, “밀실에서 작성한 살생부대로 박근혜 계가 사실상 암살당했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MBC <충격‥반발>(03/13))과 같은 표현은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만드는 용어이며, 해당 의원들에 대한 언어 폭력과 다름없다.
 
정치권에서 왕왕 통용되는 용어라 할지라도 방송에서 이를 무분별하게 내보내는 것 역시 피해야 할 관례이다. 방송은 이 같이 자극적인 용어들을 순화시키거나 바른 용어로 교정해 보도하길 바란다.
 
 
3. 습관적으로 고착된 지역주의 조장 표현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발언들은 대부분 정당들의 유세에서 나왔다. 방송이 이를 그대로 보도하게 되면 유권자는 무비판적으로 자연스럽게 지역주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텃밭’같이 지역주의 조장한 표현은 이제 그만 사용해야 한다.
 
모니터 기간 중에도 ‘텃밭’이라는 표현은 여전히 많았는데, SBS가 5건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선거’를 외치는 방송이 ‘지역주의’를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을 관행처럼 쓰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텃밭은 ‘집터에 딸리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을 말한다. 특정지역을 ‘텃밭’으로 표현하는 것은 ‘지역에 딸린 표’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사들이 고착된 ‘텃밭’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전통 지지지역’, ‘강세지역’으로 보도해 줄 것을 제안한다.
 
부적절한 용어사용 피하고,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하길
 
방송 3사 중 SBS가 그나마 부적절한 용어 사용을 자제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KBS와 MBC는 여전히 전쟁용어와 선정적인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꽃’으로 형상화 된다.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이루는 영향과 책임이 실로 크고 막중하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은 선거시기가 되면 어느 무엇보다도 ‘정책선거’를 위해 움직이고, ‘선거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 사이사이에 선거를 ‘전쟁’과 같은 ‘무섭고 끔찍한 것’으로 비유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소하게 보이는 하나하나가 유권자에게는 정치 혐오감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이 불과 하루 남았다. 그러나 앞으로도 민주주의가 지속하는 한 ‘선거’는 계속 있고, 선거보도도 계속 나올 것이다.
 
향후, 우리는 방송사들이 ‘2008총선미디어연대’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이고, 자체 검증과 토론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보고서 전문은 www.vote2008.or.kr 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태그:#총선미디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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