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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에 찾은 서울 사당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7일 오전에 찾은 서울 사당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모습.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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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작년말부터 강북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불던 아파트 값 상승세가 전 지역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오는 9일 총선을 앞둔 후보들이 앞다퉈 '뉴타운' 공약을 남발하면서, '뉴타운'발(發) 부동산 광풍까지 일 정도다.

문제는 이같은 막가파식 뉴타운 공약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질 뿐 아니라, 총선이후 '부동산 규제 완화'라는 기대 심리와 맞물리면서 집값 폭등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집값이 미쳤다, 도대체 무조건 사달라고 하니..."

7일 오전 11시 도봉구 창동 B 아파트 입구. 이곳서 2년째 전세를 살고 있다는 주부 이화정(32)씨는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집값이 미쳤다'고 한다"면서 "최근 몇달새 이 근처 아파트들이 몇천만원씩 뛰었는데 전셋값이나 올리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민들한테 집값 올려주겠다고 하는데..."라며 "집주인이라면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나, 문제는 우리같은 사람들이지"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인근 J 부동산중개업소 김아무개 실장은 "아파트 값도 값이지만, 빌라나 다세대 주택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서 "강남 쪽 고객은 무조건 (다세대나 빌라) 매물이 나오는대로 잡아달라고 하는데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향후 창동 일대가 발전 가능성이 크다"면서 "총선에 나온 후보 모두가 뉴타운 공약을 했고 약속도 받았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기대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곳서 출마한 신지호 한나라당 후보는 지난 5일 창동역 앞 거리유세에서 "창동 뉴타운 사업은 도봉의 염원"이라며 "오세훈 서울 시장을 직접 만나 창동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해 줄것을 약속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김근태 후보 역시 창동 뉴타운 추가 지정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이들 공약 때문인지, 도봉구 창2·3동 일대의 경우 3.3㎡(1평)당 지난달 1800만원이던 연립주택 대지지분이 불과 보름 새 2000만원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이 주택을 내놓는 집 주인은 거의 없다.

"뉴타운의 '뉴'자만 나오면 폭등"

7일 오전에 찾은 서울 사당동의 한적한 주택가 모습. 부동산파크 김정희 대표는 "이곳이 역세권인데, 뉴타운의 '뉴'자만 나오면 폭등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 4.9총선에 출마한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는 뉴타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7일 오전에 찾은 서울 사당동의 한적한 주택가 모습. 부동산파크 김정희 대표는 "이곳이 역세권인데, 뉴타운의 '뉴'자만 나오면 폭등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 4.9총선에 출마한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는 뉴타운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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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보들의 이같은 막가파식 '뉴타운 공약'은 이곳 뿐 아니다. 서울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 이곳 '동작을' 선거구에 나선 정동영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도 사당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다.

7일 오전 사당1동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하나같이 '뉴타운' 공약이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파크 김정희 대표는 "이곳이 역세권인데 뉴타운의 '뉴'자만 나오면 폭등하는 곳"이라며 " 2~3년 전만 해도 길 건너 방배동 집값에 반절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엄청 올랐는데도 살려는 사람만 있지, 팔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하루 10통 넘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고, 일부 빌라의 경우 평당 1000만원 넘게 오른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건부동산 김대봉 실장은 "주민들 사이에 (집값 상승에 대한)기대가 큰 것 같다"면서 "대체로 뉴타운이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전세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50평짜리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김아무개(74)씨는 "사람들 만나면 뉴타운 이야기 많이 한다"면서 "다들 오를 것이라고 하고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집값이) 오르니까 좋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최근 정몽준 후보쪽은 사당동과 동작동 새 뉴타운 지정에 동의했다고 주장하면서 상대후보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김지희 민주노동당 후보는 정 후보와 오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미친 거지, 전부다... 그렇다고 안 따라갈 수도 없고"

이들 지역이외 서울 중랑구 면목동과 죽동, 중화동 일대 역시 뉴타운 공약으로 시끌벅적 하다. 회사원 이정민(36)씨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뉴타운 개발을 약속하고 있다"면서 "개발되면 집값도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랑갑과 을 선거구에 출마한 유정현, 진성호(이상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해 김덕규 통합민주당 후보도 뉴타운 지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면목동 일대 다세대 주택 역시 최근 한달새 2000만~3000만원씩 매맷값이 올랐지만 이 역시 물건이 없을 정도다.

강서구 화곡동 일대도 마찬가지. 빌라와 다세대 가구가 밀집해 있는 이곳 역시 최근 일주일 사이 대지 지분이 3.3㎡당 300만~500만원 뛰었다. 신기남(통합민주당)·구상찬(한나라당) 후보 등이 화곡동 일대를 4차 뉴타운 후보지로 확정짓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 구로, 금천, 영등포, 관악, 강동 지역까지 총선 후보들의 뉴타운 신규 지정부터, 조기 착공 등 공약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각 후보 공약집을 보면 서울 48개 선거구 가운데 뉴타운 관련 공약을 낸 지역구가 29개에 이른다. 특히 강북지역의 경우 26개 지역구 가운데 16개에서 뉴타운 관련 공약이 나와 있다. 한마디로 서울 전역이 뉴타운 개발이 최대의 선거 이슈가 된 것이다.

서울 한 지역구의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뉴타운을 밀고 나오니 어쩔수 없이 우리도 내건 측면이 있다"면서 "솔직히 이렇게 가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종 결정권은 서울시장에게 있고, 시와 구청을 장악한 한나라당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결국 집값 폭등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다수의 집없는 서민들만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강남북 균형개발'을 내세워 25개 구별로 뉴타운 사업을 추진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3차 뉴타운 예정지인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 붙은 플래카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강남북 균형개발'을 내세워 25개 구별로 뉴타운 사업을 추진했다. 사진은 지난 2005년 3차 뉴타운 예정지인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 붙은 플래카드.
ⓒ 오마이뉴스 박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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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값은 거품"... '뉴타운' 발 부동산 광풍 조짐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뉴타운 공약(公約)이 말그대로 공약(空約)으로 그칠수도 있다.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추가 뉴타운 지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뉴타운도 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집값 상승 분위기가 총선이후 전반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심리와 맞물리면서, 자칫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당동 B 부동산중개업소 김아무개(62) 소장은 "내가 보기엔 이곳(사당동) 뉴타운 되기가 쉽지 않다"면서 "신축 빌라도 많고 전체적으로 노후된 건물도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타운 공약은 해놓고 손해보지 않을 것을 (후보들이) 잘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공약으로 개발 심리가 커져서 일단 시세 올리는 것만도 주인들은 좋아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거품"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집값이 폭등하는 것을 보고 추가 뉴타운 계획을 유보하자고 결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현재 추진중인 1·2·3차 뉴타운 사업이 모두 사업승인을 받은 뒤 추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은평 뉴타운을 비롯해 길음과 왕십리 등 3곳을 1차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중이고, 2차로 12곳, 3차로 11곳 등 모두 26곳의 뉴타운을 지정했다. 3차 11곳 가운데 계획이 수립된 곳은 5곳 뿐 이며, 나머지 6곳은 사업계획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뉴타운 사업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없이 후보들이 무분별하게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총선이후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와 맞물려 또 한번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태그:#뉴타운, #총선,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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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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