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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목면에서 유일한 중국집 보영반점 강주열 사장
 장목면에서 유일한 중국집 보영반점 강주열 사장
ⓒ 백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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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인 딸 보영이가 오늘 대금산으로 극기체험활동을 갔는데 마친 후 친구 수십명을 데리고 들이닥칠 시간이라 자장면 준비에 정신이 없습니다.”

장목면 장북마을에서 2대째 중국집을 운영하는 강주열씨(43)는 토요일이지만 딸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해 음식준비에 여념 없다.

극기체험활동을 떠나는 보영이가 아침 일찍 "엄마, 아빠 오늘 우리반 체험활동 나가는데 체험활동 마치면 친구들 배고플텐데 어쩌지"하고 무언의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일반손님 받기도 바쁘겠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그래, 친구들 식당으로 데려와 같이 점심이나 먹어라"하며 반강제적으로 승낙한 후 음식을 만들기에 나섰다.

어릴 때부터 집안형편이 어렵거나 배고픈 친구들이 있으면 함께 식당으로 놀러오라고 교육시킨 덕이다. 또 보영이 생일이면 친구들을 초청해 자장면 파티를 벌였기에 보영이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친구들도 생겼단다. 그만큼 자장면은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음식이다. 보영이와 강씨도 인기 ‘짱’이다

부친의 가업을 이어 강씨가 운영하는 보영반점은 장목면에서 유일한 중국집이다. 40년째 현재 이곳에 터를 잡고 면민들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 장목면민이면 보영반점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이 뿐만 아니라 2대째 이어져 오는 중국음식맛을 보려는 시민들도 더러 이곳을 찾는다. 카페리를 이용해 거제와 진해를 오가는 승객들도 “거제에 오면 보영반점 자장면을 먹고 가야지”하며 찾기도 한다는 것.

군대를 제대한 후 삼성조선에 다니다 부친의 권유로 중국음식점 일을 배우기 시작한 강씨, 처음에는 철가방을 들고 배달을 다닌다는 자체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비록 자장면 한 그릇일지라도 철가방과 함께 출동한다.

장목면 유일의 중국집이기 때문에 어떤 때는 15-20분 거리에서도 음식을 주문하지만 군소리 없이 배달에 정성을 다한다. 그러기에 멀리 배달하는 음식이 불지 않게 하는 노하우도 생겼고 단골손님도 늘었다.

특히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철학도 실천하고 있다. 멀리서 찾아온 어르신들께는 고맙다며 버스비라도 빼드리는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수십년간 보영반점이 장목면민과 손님들로부터 사랑 받아온 이유다.

그만큼 강씨는 철가방과 지금의 일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3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의 이름도 부친이 이름 붙인 중국집 상호를 따 보영이라 지었고, 아이들에게도 보영반점과 부모들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준다.

보영반점에 대한 사랑만큼 강씨의 고향 장목면 사랑도 대단하다. 배달하는 틈틈이 사진을 촬영해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러브 장목’에 올리면서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민들의 애로사항도 청취·해결하려 노력한다.

이 같은 노력을 지켜본 '누나'(1살 연상의 아내를 강씨는 장난삼아 누나라 부른다)는 지난 1월 고가의 사진촬영장비를 선물해 강씨는 연일 싱글벙글이다.

거제사진동호회 회원으로 작가수업을 받고 있는 강씨는 장북마을 청년회장과 자율방범대, 의용소방대원으로도 활동하며 각종 지역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배달은 기본이고 사진촬영 및 카페 운영, 각종 마을 대소사에 앞장서려니 몸이 서너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는 강씨.

“보영반점이 가업으로 계속 이어지고 번창하길 바라며 작은 꿈이 있다면 매월 1번씩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께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거제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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