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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4일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남성 속옷을 포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4일 개성공단의 한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남성 속옷을 포장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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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7일 낮 12시 20분]

북한이 최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아 개성에 있는 남북경협사무소 남쪽 당국 인원의 철수를 요구해 11명이 남쪽으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뒤 계속 이명박 정부를 관망하던 북한이 처음으로 행동을 보인 것이다.

북한이 이런 행동을 취하자 28일 탈북자 정착 지원시설인 하나원을 방문할 계획이었던 김하중 장관은 갑자기 이를 취소했다. 남북 관계가 급속하게 경색되는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의 하나원 방문은 북한을 너무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하중 "북핵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 어렵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자료사진).
 김하중 통일부장관(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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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지난 19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북한은 김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아 남측 당국자 인원 11명의 철수를 구두로 요청했다"며 "우리는 북측 요청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공식적 입장을 문건으로 통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3월 24일 남측 당국 인원들에게 3일 이내에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우리 측에 거듭 철수를 요청해왔고, 결국 남측은 27일 0시 55분에 철수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국 인원만 철수를 요구했기 때문에 현재 코트라 등 민간 부문 3명과 관리 인원 2명등 5명은 현지에 그대로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이전에 있기는 했다. 지난 2006년 7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남한 정부가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자 경협사무소에 상주하던 9명의 북측 인원 가운데 3명이 평양으로 철수했다. 그 뒤 6자 회담이 재개되는 등 상황이 바뀌자 다시 5개월만에 복귀해 경협사무소 기능이 정상화됐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남북한 합의 사항에 배치되는 북한의 일방적 철수 요구에 따른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에 있다"며 "조속히 남북경협 사무소를 정상화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의 이번 조치는 개성공단에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불안감을 줌으로써 개성공단의 발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불만 표출하면서 '잽' 날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예의주시하던 북한이 처음으로 불만을 표출하면서 '잽'을 날린 것이다.

지난 4일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발언을 통해 북한에 인권개선 조치를 촉구했고 김하중 장관은 19일 북핵 진전을 개성공단 사업 확대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했다.

또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는 지난해 남북정상선언(10·4선언) 합의 이행에 대해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북한은 10·4 선언의 이행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해왔다.

그러나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본격적인 '주먹질'은 아니다.

북한은 남북 관계에 불만을 표시할 때, 첫번째로 당국간 대화를 끊고 두번째로 기업인들의 방북을 제한하고 세번째는 민간 부문 협력을 중단한다. 이런 관례에 비춰보면 아직 첫번째 수준이다.

또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발언을 문제삼았으면서도 정작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인원이 아닌 경협사무소 인력, 그것도 남한 정부 인력만 문제 삼았다. 물론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직접 악영향을 미칠 행동이나 발언도 아직 하지 않았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9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9일 개성공단 입주 기업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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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조치는 남쪽의 압박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있다"며 "'앞으로 남쪽이 정 그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이렇게 하겠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3일내 철수를 요구하자 이명박 정부도 그렇게 하는 것으로 대응했다"며 "이명박 정부도 이런 긴장을 가져가면서 총선을 치를 것 같다, 그리고 북한은 남한의 총선 결과와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다시 판단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북한의 이번 행동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해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 북한으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들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26일 통일부 업무보고 때 이명박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개성공단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김 통일 장관의 발언 등은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만 하고 그만 두는 것으로 보여줘 북한이 오판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다시 부각되어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북한과 이명박 정부의 대립으로 개성공단의 리스크, 더 나아가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시 한번 부각되게 됐다.

이명박 정부 주요 인사들의 대북 강경 발언은 이미 여러 번 나왔다.

이 대통령은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가장 중요한 남북한 정신은 1991년에 체결된 기본합의서"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언급은 북한이 대단히 중요시하는 6·15 선언과 지난해 10월4일 남북정상선언을 무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실제 통일부 업무보고에도 10·4 합의의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공격 시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며 '북한 핵기지 선제타격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합참본부 앞에서 항의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김태영 합참의장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공격 시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며 '북한 핵기지 선제타격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합참본부 앞에서 항의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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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신임 합참의장은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중요한 것은 적(북한군)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고 말했다.

원론적인 내용이라고 하지만 '선제 공격론'을 언급한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지난 몇년간 그토록 대립했던 게 부시 행정부의 선제 공력론이다. 그런데 남한 군 합참의장 입에서 그런 발언이 튀어나온 것이다.

유명환 외교장관도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북핵 문제에 대해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 북한의 조속한 신고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북한의 조속하고 성실한 핵 신고를 촉구한 발언이지만 '인내심 고갈' 운운은 과거 북미 대립이 한창일 때 부시 행정부 인사들이 자주 쓰던 말이다.

지난 1월 '새 정부의 대북정책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가' 통일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북핵문제와 남북경협 등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새 정부의 대북정책 어떻게 추진되어야 하는가' 통일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북핵문제와 남북경협 등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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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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