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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잎새와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색상의 대비를 이루는 동백. 시인 묵객들의 단골 소재다.
 짙푸른 잎새와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색상의 대비를 이루는 동백. 시인 묵객들의 단골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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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바람이 좀 쌀쌀했다. 그래도 햇살은 완연한 봄.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으로 방향을 잡아본다. 강진은 남도를 찾는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길을 멈추게 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그 중에서도 만덕산 기슭의 다산초당과 백련사는 강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백련사 동백도 절정이다. 남도에는 동백 숲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이곳 동백숲은 격이 다르다. 천연기념물(제151호)로 지정돼 있다. 수령 300년 정도 된 몇 천 그루의 동백이 숲을 이룬다.

붉은 동백과 숲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푸른 바다와 천년 세월 품은 사찰 백련사가 어우러져 멋스럽다. 동백은 짙푸른 잎새와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이 선명한 색상의 대비를 이룬다. 새빨간 꽃잎, 노오란 꽃술,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어느 순간 떨어져버리는 꽃봉오리. 시인 묵객들의 예술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련사 동백숲. 동백꽃은 나무에서 꽃이 피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나무 아래에도 꽃을 떨군 동백으로 아름답다. 슬비와 예슬이가 떨어진 동백꽃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백련사 동백숲. 동백꽃은 나무에서 꽃이 피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나무 아래에도 꽃을 떨군 동백으로 아름답다. 슬비와 예슬이가 떨어진 동백꽃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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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떨어진 백련사 숲길을 걷고 있는 예슬이와 슬비(왼쪽). 동백꽃이 빨갛게 핀 백련사 대웅보전 앞에서 예슬이와 슬비가 예를 갖추고 있다.
 동백꽃 떨어진 백련사 숲길을 걷고 있는 예슬이와 슬비(왼쪽). 동백꽃이 빨갛게 핀 백련사 대웅보전 앞에서 예슬이와 슬비가 예를 갖추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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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붉어 아름답게 피었다고 생각할 때쯤, 송두리째 떨어지는 모습은 슬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동백은 꽃이 피었을 때도 아름답지만 꽃이 떨어지고 난 아래도 아름답다. 그래서 두 번은 보아야 제격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동백숲이 아름다운 백련사는 신라 문성왕1년(839년)에 무염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천태종이 백련결사의 터전으로 삼으면서 거찰이 됐다. 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지금은 사찰보다 동백숲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차나무는 서기 1200년경에 원묘국사가 백련사에 거주하면서 만덕산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다산(茶山)은 차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의 별칭. 정약용의 호 '다산'도 여기서 유래했다.

백련사 대웅보전. 백련사는 천태종이 백련결사의 터전으로 삼으면서 거찰이 된 절이다. 지금은 사찰보다 동백숲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백련사 대웅보전. 백련사는 천태종이 백련결사의 터전으로 삼으면서 거찰이 된 절이다. 지금은 사찰보다 동백숲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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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은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귤동마을에 있다. 이 마을은 해남 윤씨가 가장 많이 살았던 동네. 다산초당은 그 자손들이 공부를 했던 곳이다. 그런데 정약용이 이 초당에 와서 1808년부터 10년간 살면서 초당에서 호를 따 '다산(茶山)'이라 한 것. '다산'이 먼저인 셈이다. 지금도 초당 근처에 야생차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이곳 여행은 다산유물전시관을 둘러보면서 다산에 대해 알아보고 초당으로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와 함께 한 여행이라면 현장학습 장소로도 맞춤이다.

다산초당. 기와지붕의 건물을 보면, 유배생활을 했던 공간이라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와집도 제법 나이의 때가 묻어 그럴싸해 보인다.
 다산초당. 기와지붕의 건물을 보면, 유배생활을 했던 공간이라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와집도 제법 나이의 때가 묻어 그럴싸해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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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가 다산유물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 일대는 어린이들의 현장학습을 겸한 봄꽃 구경 장소로 좋다.
 슬비가 다산유물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다산초당과 백련사 일대는 어린이들의 현장학습을 겸한 봄꽃 구경 장소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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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은 이름과 달리 초가집이 아니다. 복원할 때 기와로 한 탓이다. 한 선비가 그의 신념에 따라 귀양살이를 하면서 적적하고 궁핍한 생활을 영위했던 유배지라는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다.

초당은 오랫동안 방치해 무너져 허물어진 것을 1958년 다산유적보존회가 복원한 것이다. 기와집도 이제는 제법 나이의 때가 묻어 그럴싸하게 보인다. 솔방울을 지펴 차를 끓였다는 다조, 초당 오른쪽에 있는 적송, 연못과 비류폭포 등은 옛 모습대로다.

동쪽 산마루에 서 있는 천일각은 다산이 틈틈이 올라 바람을 쐬고, 흑산도로 귀양 가 있던 형 정약전을 그리며 먼 바다를 내다보던 곳이다. 그의 눈길이 닿던 곳이어서 체취가 묻어나는 것만 같다. 분위기도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구강포를 바라다보며 상념에 잠겨보는 것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천일각은 다산이 흑산도로 귀양 가 있던 형 정약전을 그리며 먼 바다를 내다보던 곳이다. 바라보이는 바다는 구강포다.
 천일각은 다산이 흑산도로 귀양 가 있던 형 정약전을 그리며 먼 바다를 내다보던 곳이다. 바라보이는 바다는 구강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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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각 옆으로 난 작은 산길을 따라 걸으면 운치 있다. 다산이 초의선사, 혜장법사 등과 차와 시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거닐던 길이다. 숲길에는 소나무, 대나무와 이름모를 풀꽃들이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발끝에 스친다. 야생의 차나무도 널려 있다.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강진에는 이곳 외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널리 알려진 김윤식의 영랑생가가 강진읍에 있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고찰 무위사는 성전면에 있다. 조선시대 군사유적인 전라병영성지는 병영면에 있다.

고려청자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청자박물관은 대구면에 있다. 강진읍에서 칠량, 대구에 이르는 멋진 드라이브 길 끝에서 만나는 마량항도 아름답다. 마량에서 연도교를 건너면 완도 고금도, 약산도까지 둘러볼 수 있다.

전라병영성지. 조선시대 군사유적이다. 강진군 병영면에 있다.
 전라병영성지. 조선시대 군사유적이다. 강진군 병영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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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도 좋다. 강진의 한정식과 백반은 외지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맛깔스럽고 푸짐하다. 군동면에 청자골종가집, 병영면에 설성식당이 유명하다. 강진읍 명동식당, 해태식당, 흥진식당, 병영면 수인관도 한정식으로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성전면 월남리에 있는 강당식당은 멧돼지숯불구이, 마량에 있는 궁전횟집은 농어회, 강진읍에 있는 목리장어센터는 장어요리, 강진읍 동해식당은 짱뚱어요리가 별미다. 백련사 동백 숲길을 따라 다산유적의 역사도 느끼고, 봄꽃 구경을 하기에 강진만한 곳도 없다.

강진문화관광해설가 김주례씨가 지난 23일 백련사에서 여행객(부산동아고 17회 동기모임)에게 백련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강진문화관광해설가 김주례씨가 지난 23일 백련사에서 여행객(부산동아고 17회 동기모임)에게 백련사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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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영암방면(2번국도)-해남방면(18번국도)-강진읍 추도삼거리(좌회전)-완도방면(3번국도)-백련사, 다산초당
○ 호남고속국도 광산나들목-나주·영암방면(2번국도)-영암읍-성전-강진읍-완도방면(군도 2호선)-백련사, 다산초당



태그:#동백꽃, #강진, #백련사, #다산초당, #만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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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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