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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한 달 만에 5년치 피로감이 몰려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상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영어몰입교육이 아니라 언어몰입교육을 해야 한다."

 

한국 정치를 향한 진중권의 일갈은 매서웠다. 시사평론가인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25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주최로 열린 북악정치포럼에서 '한국 진보세력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진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신랄한 비판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MB 정권, 현실주의냐 초현실주의냐"

 

진 교수는 "정치학적으로 볼 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우파정권인데 보수진영에서 '좌파 10년'을 말하는 이유는 가자미눈이 오른쪽에 있어 모든 것이 왼쪽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영어몰입교육·경부운하문제·생필품 50가지 논란 등 청와대에서 나오는 여러 이야기를 두고 "IQ 80의 지능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청와대를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나오는 여러 이야기를 언급하며 보수진영에는 비전이 없이 회고적인 상태라고 언급했다.

 

얼마 전 회자되었던 청와대 컴퓨터 이야기를 두고 "이걸 두고 현실주의라고 할지 초현실주의라고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자 참석한 학생들 사이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당내 NL 참을 수 없어 탈당했다"

 

진 교수는 자신이 2004년에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게 된 이유로 당내의 이념문제와 다수파로 지목되었던 자주파를 지목했다.

 

진 교수는 "김대중을 찍고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이 당 안으로 들어와 투표로 당내 주도권을 잡았다"고 지적하며 "대선 3수생이었던 권영길씨가 자주파도 평등파도 아니기 때문에 당내 자주파가 쉽게 지원해서 기득권을 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일심회 사건을 거론하며 "전술적으로라도 제명시킬 줄 알고 흐지부지되나 걱정했는데 제명시키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탈당에 찬성하고 나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김일성 주석' 하는 사람들과 함께 진보를 논할 수 없어서 나왔다는 진 교수는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의 평등파가 주축으로 결성된 진보신당에도 소위 'PD 꼴통'이 있다고 언급했다. 사민주의를 무시하고 혐오하면서 국가사회주의의 실패는 인정하는, 그러나 대안을 요구하면 미래에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는 것.

 

또한 진 교수는 한국 사회는 교육 복지 의료의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하고 그 재원은 기업들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독일의 등록금이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고 각종 복지가 확충된 것은 100년 노동운동의 성과"라고 설명한 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합의로 이뤄진 유럽식 사회보장체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기반으로 "노동운동에 기반한 적색, 환경을 중시하는 녹색, 권위를 조롱하고 발랄한 흑색의 진보운동이 상상력을 이끌어내고 이것이 미래의 생산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같이 공포와 줄세우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상상력이 발전할 수 없다며 현재 한국사회에 일침을 놓았다.

 

"진보신당, 비례 1석-지역구 1석이면 대성공"

 

40여 분간의 발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진 교수는 "(민노당과) 연대를 안 할 수는 없다, 사안별로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없을 것"이라며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를 분명히 했다.

 

또한, '총선에서 진보신당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냐'란 질문에는 "많은 사람이 귀찮아서 (민노당에) 당적을 두고 투표는 이 쪽(진보신당)에 할 사람들이 있다"면서 자신은 진보신당이 이번 총선에 얽매이는 것보다 장기적인 디자인에 집중할 것을 바랬지만 정치집단은 선거 때 일을 안할 수 없기 때문에 "적어도 3%를 넘겨 비례대표 의석을 하나 확보하고 지역구에서 노회찬 의원이 당선될 경우 굉장히 큰 성공"이라고 말했다.

 

진 교수는 "보수진영의 프레임이 강하다고 하지만 현 정부의 실책이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고 일종의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어떤 대답을 줬을 때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며 진보진영에 희망이 있음을 시사했다.


태그:#진중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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