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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중국이 인도의 동쪽에 있기 때문이고, 지난 22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자신의 지역구인 수덕사에서 거행되는 원담스님의 영결식장을 찾은 것은 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야속하지만 솔직한 이야기가 되는 걸까요?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 때 아니게 잿빛승복을 입은 40여 명의 스님들이 등장하였다는 소식입니다. 스님들이 여의도에 있는 국회 정론관을 찾은 것은 지난 20일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수덕사를 직접 방문하여 덕숭총림 방장인 원담 대종사님의 입적을 조문한 것을 두고 이 총재와 자유선진당이 관권 선거 우려라고 비난한 것을 불교계 폄하 행위라고 규정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큰스님의 입적에 직접 조문한 것이 관권선거를 우려할 만한 행보였는지, 선거를 앞두고 있는 후보나 정당이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조문한 사실을 관권 선거로 우려한 것이 정말 불교계를 폄하한 것인지는 가늠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영결식장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에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강하게 덧씌워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영결식이 끝나고 스님의 법구가 상여에 실려 다비장으로 이운되는 동안에도 이 총재는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며 선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문객으로 참석해 스님의 법구가 실린 상여가 옆을 지나가는 동안에도 선거와 관련된 내용을 말하고 있던 당사자가 누구누구의 행동을 우려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 되는 이중적 언사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달마도 정치인이었다면 동쪽으로 가지 않고 표가 있는 곳으로 갔을 테니 선거를 앞둔 후보자가 지역구를 찾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있는 당사자의 행동도 남의 눈에는 불륜으로 보일 수 있으니, 오해를 가져 올 만한 언사나 정치 행보는 삼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스님들께서도 정치인이거나 정치집단의 말 한 마디에 일희일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설사 귀에 거슬리고 조금 서운한 이야기가 들려도 속인들이 짓는 구업이려니 하고 측은히 여기거나, 속세에서 불어오는 바람 정도로 생각해 풍경 같은 마음으로 '뎅그렁' 하고 넘겨버리면 듣거나 보는 이들의 마음에 존경심으로 돋을 듯합니다. 

 

한 장의 사진 위에 관권 선거를 우려하는 이회창 총재의 염려가 자꾸 우스꽝스럽게 덧씌워지는 건 로맨스와 불륜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치인들의 행보를 조롱하고픈 이방인이기 때문일 겁니다.

 

정치적 불륜과 정치적 로맨스로부터 자유로운 이방인이 흘리는 웃음은 입맛 씁쓸한 조소입니다.


태그:#수덕사,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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