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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을'에서 18대 총선에 나서는 통합민주당 최철국 후보(왼쪽)와 한나라당 송은복 후보는 2002년 김해시장 선거 때 한 차례 격돌한 적이 있으며 이번이 국회의원 배지를 놓고 다시 대결한다.
 '김해을'에서 18대 총선에 나서는 통합민주당 최철국 후보(왼쪽)와 한나라당 송은복 후보는 2002년 김해시장 선거 때 한 차례 격돌한 적이 있으며 이번이 국회의원 배지를 놓고 다시 대결한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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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22일 오후 김수로왕릉 앞 공원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봄볕을 쬐며 의자에 앉아 있다. 어르신들께 다가갔다. 이번 선거 어떻겠느냐고 여쭈었다. “그런 거 왜 물어보냐”에다 “관심 없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다들 한 마디씩 했다.

"노 전 대통령 인기가 좋으니까 최철국 의원이 안 되겠느냐"거나 “송은복 전 시장이 3선인가 했으니까 유리할 걸"이란 말이 나왔다.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은 "나는 알지, 누가 될지, 표 많은 사람이 된다 아이가"라고 말해 한 바탕 웃었다.

[#장면 2] 김수로왕릉 맞은편 시장 골목. 통합민주당 최철국 후보가 연두색 잠바를 입고 나타났다. 기자와 이야기하는 동안 뒤에서 한 여성이 오더니 두 팔을 벌려 그를 꼭 안는다. 최 후보가 돌아섰다. 그 여성은 "오랫만입니다"며 인사한다. 그러면서 최 후보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는 "화이팅"을 외쳤다.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이 "우리 사진이나 한번 찍자"며 팔을 잡아끈다. 한 바탕 소동(?)을 벌이는 동안 건너편에 택시가 지나가며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다. 그 기사는 "최 의원 화이팅"을 외쳤다.

최 후보가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상인이며 시장 보러 온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과일을 팔던 30대 남자가 다가오더니 "반갑다"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러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 후보는 "한나라당 독주에 견제세력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장면 3] 장유중학교 체육관. 김해지역 3개 라이온스 단체가 모여 한마음체육대회를 열고 있었다. 배구 경기가 한창이다. 한나라당 송은복 후보가 파란색 옷을 입고 체육관에 들어섰다.

사회자는 "이 자리에 송은복 전 시장이 오셨다, 잠시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다"며 안내했다. 송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송은복이다, 선거법 때문에 더 이상 말씀 드리지 않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짧게 인사했다. 그러자 배구선수들도 박수를 쳤다.

송 후보는 배구공을 잡고 서브를 넣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송 후보가 두 번째 친 공이 건너편 코트에 들어갔다. 첫 번째는 스파이크 하듯 공을 쳤는데 네트를 넘어가지 못했다. 팔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며 공을 치자 건너편 코트에 들어갔다. 이어 송 후보는 2층 관중석으로 올라가 인사한 뒤 내려왔다.

18대 총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처음으로 치러는 선거로, 그 결과에 관심이 높다. 사진은 김해 김수로왕릉 앞 시장 골목 모습.
 18대 총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처음으로 치러는 선거로, 그 결과에 관심이 높다. 사진은 김해 김수로왕릉 앞 시장 골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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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국-송은복, 2002년 지방선거 뒤 다시 대결

최철국-송은복 후보는 이번이 두번째 대결이다. 2002년 6·13 지방선거 때 두 사람은 김해시장 자리를 놓고 결투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최 후보는 민주당 소속으로 나왔다. 그는 떨어지기는 했지만 4만3462표(당시 송은복 시장 5만9316표)라는 제법 많이 획득했다. 당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였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나온 최 후보는 57.9%를 얻어 한나라당 후보(정용상)를 누르고 당선했다. 당시 경남 17곳 선거구 가운데 김해 2석 모두 열린우리당이 승리했던 것. 김해갑은 이후 김맹곤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재보궐선거가 치러져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당선되었다.

17대 총선에서도 그랬고, 김해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해 오고 있다. 지난 해 12월 대통령 선거 때도 정동영 후보는 경남의 다른 곳보다 김해에서 많은 득표를 했다.

최근 몇년 사이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김해는 노 전 대통령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시장자리는 한나라당이 차지했지만, 광역·기초의원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나온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뒤 김해에 계속 머물고 있다. 그는 정치적인 발언은 없지만 자연정화 활동 등에 나서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봉하마을은 전국 어느 곳 못지않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많은 방문객들로 붐빈다.

최철국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이런 이미지를 이번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노무현 마케팅'이라 부를 정도다.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노 전 대통령의 귀향을 환영하는 대형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최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자연정화 활동을 벌이는 등 바깥 활동에 나설 때 동행하기도 한다.

최철국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송은복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시민 반응이 좋지만 이번 선거에는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 말했다.

최철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우겠다”

통합민주당 최철국 후보가 22일 오후 김해시장 골목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손을 들어 '화이팅'을 외쳤다.
 통합민주당 최철국 후보가 22일 오후 김해시장 골목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손을 들어 '화이팅'을 외쳤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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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국 후보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나섰고, 경상남도 문화관광국장을 지냈으며, 2002년 김해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뒤 2004년 5·31 총선에서 당선했다. 다음은 최철국 후보와 나눈 대화다.

- 유권자들 만나러 다녀보니 분위기는 어떤가?
"좋다. 후보 앞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말을 많이 해준다. 1% 특권층만을 위한 이명박 정부를 견제할 세력을 국회로 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면 대체로 인정한다. 그리고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 이번 선거에 이기면 꼭 하고 싶은 일은?
"교통과 문화·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 김해 곳곳에 신도시지역이 조성되고 있는데 아직 체제가 완비되지 않았다. 시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 등 대책을 세우겠다. 난개발이 심한데 공장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산업단지를 조성할 것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해 있는데 이번 선거에 영향력은?
"최근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해봐도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 노 전 대통령이 행동으로 이번 선거를 지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나 지인·동창생들이 뜻에 따라 도와줄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워 드리겠다."

- 상대인 송은복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총 14년 6개월 동안 시장으로 있었다. 열정적인 분이고 일도 많이 했다. 그런데 연세도 많다. 후배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김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내 아니면 안된다며 선거에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도 나이 들면 자연적으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젊은 인물을 키울 것이다. 국회의원은 힘든 자리인데 건강도 있어야 한다."

송은복 "세번 민선 시장에 대한 평가 받겠다"

한나라당 송은복 후보가 22일 장유중학교 체육관을 나오면서 유권자들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한나라당 송은복 후보가 22일 장유중학교 체육관을 나오면서 유권자들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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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복 후보는 1973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를 시작으로 공직의 길을 걸었다. 그는 3선의 김해시장을 지낸 뒤, 2006년 2월 한나라당 경남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떨어졌다. 그는 2년만에 다시 선거에 나섰다. 다음은 송 후보와 나눈 대화다.

- 선거에 뛰어 들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
"세번의 민선 시장을 했는데 거기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는 심정이다. 시민들은 시장에서 물러나니까 역'시 잘했구나' 하는 말을 한다. 2년 정도 지났는데,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준다. 정말로 깨끗하게 정치해 달라고 하더라."

- 국회의원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은?
"이명박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경제살리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지난번에 시장하면서 공장을 많이 세우고 싶었지만 규제 때문에 힘들었다. 공장 하나 건립하는데도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공장을 많이 세워서 젊은 대학생들의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

- 최근 몇 년 사이 어느 곳보다 김해는 난개발이 많이 되었다고 하던데?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공장을 모으고자 했지만, 농업진흥지역 등 규제에 묶여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논 한 평에 150만원까지 한다. 이렇게 해서는 기업하기가 어렵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귀향해 있는데 이번 선거에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귀향하기는 처음이라 시민들의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안다. 물러난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으실 것으로 안다. 이번 선거에는 별로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 본다. 노 전 대통령의 귀향이 표심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다."

- 상대인 최철국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전직 시장이 국회에서도 일을 더 잘 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천기 후보 "난개발 대책 세우겠다"

'‘김해을'에는 이들 두 후보 이외에 민주노동당에서 이천기(36) 전 인제대 총학생회 부회장, 평화통일가정당에서 박남욱(38) 부산시당 총무국장이 출마한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김근태 후보)은 6306표(투표참가자 9만579명)를 얻었다.

이천기 후보는 지난 2월부터 "김해경제의 중심축인 중소기업의 실태를 파악하고,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 등을 분석하여 이를 향후 정책에 반영하겠다"면서 지역 중소기업 현장 희망투어를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 김해로 재구성하고, 아토피 없는 건강한 김해로 재구성하겠다"면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일괄 제공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태그:#격전지, #최철국, #송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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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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