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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바뀌는 일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곤 한다. <아름다운 거짓말>의 리들리 존스의 삶에도 그것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녀는 프리랜서 작가다. 잘 나간다고 할 수는 없지만, 뉴욕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오빠가 마약을 한다는 것이 걱정일 뿐, 그 외에 그녀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리들리는 길에서 위기에 처한 아이를 돕는다. 용기를 내서 한 일이었는데 이때 기자가 그 광경을 목격한다. 그로 인해 그녀가 아이를 구하는 장면이 언론에 알려지고 그때부터 며칠 동안 그녀는 영웅이 된다.

 

사람들의 칭찬세례가 끝날 때쯤, 그녀 앞으로 메모가 온다. 메모는 단 한 줄에 불과했지만 심상치 않은 내용이었다. 그것은 “네가 내 딸이냐?”라는 것이다.

 

스릴러 마니아들의 모임 모중석스릴러클럽이 새로 소개한 <아름다운 거짓말>의 시작은 도발적이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가 위기에 처할 법한 테러조직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의아하게도 ‘존재’를 묻고 있다. 이것이 왜 의아한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다. 오빠도 있다. 그런데 어린 시절의 사진을 들이대면서 “네가 내 딸이냐?”라고 묻고 있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런데 리들리가 흔들린다.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이 없으며 오빠가 가출하면서 이상한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리들리는 부모를 찾아가서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당연하게도 부모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리들리가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리들리도 그것을 믿으려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또 다른 메모가 리들리를 흔든다. 그것은 ‘그들이 거짓말을 한 거야’라는 것이다. 누가 지켜보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 우연인지 고의인지 모르게 때마침 리들리의 마음을 뺏은 제이크는 리들리에게 ‘알아보자’고 한다.

 

무엇을 알아본다는 걸까? 알아봐서 이상한 내용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메모를 무시하고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리들리가 아이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 기자가 없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리들리는 제이크와 함께 딸이냐고 묻던 남자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남자의 집안에 대해 알게 되는데 아내는 살해당했으며 딸은 실종됐다는 걸 알게 된다. 혹시 그 딸이 리들리일까? 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남자는 리들리를 보며 맞다고 주장한다. 증거는 없다. 딱히 믿기 어려운 내용인데 남자가 살해당한다. 그때부터 리들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남자의 딸이 실종되던 때에 실종된 아이들이 또 있었다는 것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인가?

 

<아름다운 거짓말>은 도발적인 시작이 눈길을 끌지만 그보다 매력적인 것은 리사 엉거의 세밀한 심리묘사다. <아름다운 거짓말>은 어떤 사건보다 리들리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일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리들리,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그녀의 마음을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렸다. 그래서인가? 읽는 사람들이 그녀의 감정에서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고민하면서도 ‘진실’을 알고 싶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나아가 <아름다운 거짓말>은 하나의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름다운 거짓말 속에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거북한 진실 속에서 살아갈 것인가, 를 묻는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소설 속의 그 사람들처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과 다른 길을 택할 것인가? <아름다운 거짓말>은 스릴러지만, 제법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이 바뀌는 일은 갑작스럽게 찾아오곤 한다. <아름다운 거짓말>은 그만의 심리묘사로 그것을 실제처럼 긴장감 넘치게 느끼게 해준다. ‘즐기는 것’ 이상의 여운을 남겨주는 것은 또 어떤가. 만족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거짓말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비채(2008)


태그:#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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