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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친박연대 무소속? 이제는 당보다 사람봐야" 최근 한나라당의 '공천갈등' 후 변화하고 있는 시민들의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21일 한나라당의 또다른 텃밭인 부산광역시를 찾았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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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도 한나라당 '탈당 친박파'의 '박근혜 마케팅'이 통할 것인가.

 

한나라당 '공천 파동' 이후 부산은 '친박연대'의 핵이 됐다. 친박계(친 박근혜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남을)이 버티고 있어서다.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이 지역 친박 의원은 3명. 김 의원을 비롯해 엄호성(사하갑)·유기준(서구) 의원이다. 대구·경북 민심을 흔드는 '친박풍'이 부산에도 불어닥칠 지가 관심이다.

 

대구와 부산은 모두 한나라당의 텃밭이지만, 바닥 정서에는 온도차가 있다. 대구 민심의 뿌리가 박근혜 전 대표라면, 부산은 당 자체에 대한 지지세가 강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맹목에 가까운 지지를 보내는 대구만큼은 아니지만, 부산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부산 득표율은 각각 47.2%, 51.8%로 박빙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에선 사실상 대승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놨다. 부산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 17명 중 친박계는 5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탈당파 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친박'으로 규정하고, '당선 뒤 복당'을 주요한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이런 민심을 의식해서다.

 

부산에 펄럭이는 두 개의 파란 깃발... '인물론' vs '정당론'

 

21일 찾은 부산의 민심은 '탈당 반감', '친박파 동정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남구 용호동의 한 아파트단지 앞, 100미터를 사이에 두고 두 파란 펼침막이 펄럭였다. 김무성 후보(무소속)와 정태윤 한나라당 후보의 사진이다.

 

4선에 도전하는 김 후보는 이름 석 자를, 정태윤 후보는 '기호 2번'을 큰 글씨로 강조했다. 인지도가 높은 김 후보는 '인물론'을, 정치 신인인 정 후보는 '정당론'을 내세운 것이다.

 

"나 같아도 배신감 느끼지예."

 

주민 오재강(37)씨의 말이다. 오씨는 "내가 김무성 의원 같은 상황이라도 탈당 생각을 할 것 같다"며 김 의원에게 '동정표'를 줬다.

 

박명수(54)씨도 "이번에 한나라당의 '물갈이'가 과도했다고 본다"며 "총선은 대선과 달리 인물을 보고 찍으니 탈당해서 출마해도 상황이 괜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서도 유효한 '박근혜 브랜드'... "살아 돌아오라고 했다는데"

 

친박계 좌장의 지역구여서일까. 남구에서도 '박근혜 브랜드'는 통했다.

 

"(친이명박계가) 박근혜를 죽일라 카는 게 빤히 드러나삤잖아요."

 

택시운전을 하는 전아무개(65)씨는 "4년 전 (탄핵 역풍 때) 당을 살려놓은 것도 박근혜이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도 박근혜인데 친박 의원들을 내칠 수 있느냐"며 "탈당파 의원들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씨는 탈당파 의원들의 생존을 결정하는 건 박 전 대표의 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가 탈당한 의원들을 지원하는 발언을 하면 판세는 확 뒤집힐 것"이라며 "부산도 무소속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용호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정아무개(65)씨도 "주민들이 이번엔 무소속을 밀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며 "박 전 대표가 '꼭 살아 돌아오라'고 말했다니 박근혜를 보고 찍겠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부산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며 "'친박'이라는 점을 내세운 탈당파 의원들의 선거전략도 먹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우림(57)씨도 "심정적으로 약자(친박계)에 동정심이 간다"며 "부산 바닥 민심도 무소속이라고 등돌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에게 동정표 쏠릴 것" - "10년 만에 여당... 힘 실어줘야"

 

반면, 탈당에 대한 반감도 만만찮았다.

 

사하구 괴정시장에서 만난 박남수(59)씨는 탈당친박파 얘기에,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집권 여당이 돼쓰머 이명박(대통령)이 일을 잘하도록 여당을 밀어줘야지예"라고 맞받아쳤다. 박씨는 박 전 대표를 향해서도 "대구에 칩거하고 그라믄 안 되지"라며, 선거 지원유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허복임(50)씨도 "부산은 아무래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여론이 많다"며 "아직까진 아무래도 당을 보고 찍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위송득(50)씨는 "아직까지 '친박쏠림' 현상은 느끼지 못했다"며 "집권 여당에 표를 주겠다"고 밝혔다.

 

과거 이 지역의 '맹주'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영향력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탈당 친박파에 대한 호불호와 관계없이, 이틀 전 독설을 퍼붓고 간 YS(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악평이 쏟아졌다.

 

YS는 19일 자신의 계보인 민주계 김무성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서 압도적 다수로 김 의원을 국회로 보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용호동에서 만난 설아무개(58)씨는 "YS가 와서 그렇게 떠드는데 파이다('나쁘다'는 뜻의 부산사투리)"며 "다 늙어서 그렇게 떠들고 가면 될 사람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박남수씨도 "전직 대통령이 와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YS의 행보를 비판했다.


태그:#18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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