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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공천작업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통합민주당의 정책대안을 포함한 총선전략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0년만에 정권을 내주고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총선 회생전략은 크게 4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키워드①] 민생제일주의

 

이번 총선에 대응하는 기본 컨셉트는 지난 12일 손학규 대표의 종로출마선언문에 집약돼 있다. 그는 "이명박 1% 특권층 정부의 독선과 횡포를 막아내는 수도권 대오의 최선봉에 서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또 "50년 민주세력 정통야당을 살리고 서민을 대변하는 건강한 야당을 세울 수만 있다면 저의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고 다짐했다.

 

이명박 정부를 국민 1%를 대변하는 특권정부로, 자신들은 서민들 대변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해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 정부 주도세력이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땅부자)내각'이라는 거센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적극 반영한 것이기도 한다.

 

당의 간판인 손 대표가 종로에서 서울의 북부벨트를, 정동영 전 대선후보가 각각 동작을에서 남부벨트를 이끌기로 한 것도 이같은 구도를 강조하는 것이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의 정책분야를 맡고 있는 조재희 정책비전위원회 위원장은 "심층그룹면접을 해 보면 우리당을 서민 정당으로 생각하는 응답이 40%정도 나온다"며 "서민과 중산층 기조의 정당임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기회있을 때마다 구체적인 상품가격에 대해 언급하는 한편, 재래시장 등 민생탐방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키워드②] 등록금 후불제 등 5+3공약

 

이런 기조가 집약된 것이 '이것만은 꼭 하겠다'는 5가지와 '이것만은 꼭 막겠다'는 3가지를 묶은 '5+3'공약이다.

 

'꼭하겠다'는 5가지는 ▲ 물가5적(공공요금, 생필품, 통신료, 기름값, 약값·의료비)을 잡겠다 ▲ 등록금 후불제와 상한제 ▲ (서민생활의 고통과 살림을 풀어주는) 살풀이 프로젝트 ▲ 소상공인 전성시대 ▲ 중소기업 강국건설 등이다.

 

이중 등록금 후불제와 상한제는 최근 급격하게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등록금 1천만원' 문제에 대한 공약으로,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에 대한 맞불이다.

 

'꼭 막겠다'는 3가지는 ▲대운하 ▲사교육비 증가 ▲부패와 투기의 제도적 근절이다.

 

조 위원장은 "이 '5+3'을 대표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손 대표가 지역을 돌면서 하나씩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운하와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에서는 총선공약으로 안 내세울 것 같아 아쉬운 감이 있다"면서 "차라리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워드③] 매니페스토-블레어에게 배우자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정책선거로 만들겠다며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것이 매니페스토(후보자가 당선되면 실천하겠다고 문서로 제시하는 공약)다. 부설 연구소인 '한반도전략연구원'이 최근 펴낸 <2008 총선 승리의 길>은 '승리의 그 이름! 매니페스토'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헌정사상 처음으로 판매용 매니페스토 책자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미 교육(책가방속 희망이야기), 복지(복지야 어디있니?) 분야 자료집을 냈고 이어 부동산, 서민경제, 통일외교, 대운하까지 6권(권당 3천원)을 한 질로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과 복지분야 자료집은 기존의 두껍고 투박한 자료집과는 달리, 최대한 텍스트를 줄이는 대신 만화와 그림 등을 활용해 최대한 쉽게 읽히도록 만들었다. '李상한 나라의 풍경' 시리즈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사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초등학교 12시간 개방' 등의 공교육강화 방안과 '건강보험제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틀니 예산 지원'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매니페스토 전도사인 정창교 원내기획실장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우리 당으로서는, 1997년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들고 나와 보수당의 20년 집권을 끝낸 영국노동당 토니 블레어의 사례를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선거에는 네거티브성도 있겠지만, 포지티브성 즉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말에 선거법이 바뀌면서 선거관련 행사장이나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정 원내실장은 "이제 우리도 시민들이 각당의 매니페스토 자료집을 들고 각당의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대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민주당은 이 자료집 100만부 판매라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키워드④] '견제론' 넘어 대안정당론

 

민주당은 당연(?)하게도, 이명박시대는 경제와 민주주의 양쪽 모두에서 위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정책관리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일했던 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공약과 정책들은 2002년 이회창 후보가 내세웠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들"이라며 "과거 공무원들이 준비했던 내용을 재탕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최근 들어, 우리 경제상황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그는 17일 오전 당 회의에서도 "월요일이 두렵다, 이것은 공천자가 하는 얘기가 아니라 경제계 얘기"라면서 "월요일마다 주가와 환율이 떨어지고 물가가 올라가고 있다, 정부가 너무 안일하고 허술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총선용'이라는 성격이 다분한 이명박 대통령의 위기론 고조에 '무능론'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531만표 차로 대패했고, 지역구도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부분이지만, '견제론 대 안정론'구도는 민주당에게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지 석달도 안 된 데다, '경제위기'에 대한 '안정'을 강조하는 정책을 들고 나올 경우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견제를 넘어서는 '대안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거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공약은...

 

다양한 말들이 나오지만 10년의 집권경험이 있고 석달전에 대선을 치른 덕에, 각종 다양한 공약을 만들어냈지만, 선거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것은 역시 양극화 해결 과제가 되겠지만, 쉽지 않다.

 

또 이 4가지 포인트가 성과를 내려면, 현재 진행중인 공천이 중요하다. 여론조사 경선을 둘러싼 반발은 물론이고, 전략공천지역과 후보자 선정에 대한 손학규 대표와 박상천 대표, 박재승 공심위원장의 갈등도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남에는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지역이 적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들은 무게감이 떨어진다.


태그:#통합민주당, #매니페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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