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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값 100원 인상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섰다. 대통령이 나선 이유는 물가 때문이겠지만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 저녁 상에 오를 음식 종류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 이웃과 다른 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까 궁금하다면 <헝그리 플래닛>을 읽으보시라.

 

<헝그리 플래닛>은 과학과 환경문제를 다룬 국제적인 보도 사진 기자인 피터 멘젤과 TV 뉴스 프로듀서 출신인 아내 페이스 달뤼시오가 24개국, 30가족, 600끼니를 함께 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사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기록한 책이다.

 

<헝그리플래닛>은 먹거리 자체가 좋고 나쁨에 대하여 평가하기보다는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사실 그대로 썼다. 먹거리 자체를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결국은 인류 문명이 나은 기술로 인하여 깔끔히 정돈된 먹거리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갈파하기도 한다.

 

먹는 음식을 통하여 문명과 문화, 정치, 경제, 사회 전반 문제를 다룬다. 이념과 사상의 잣대를 통하여 먹거리를 평가하지 않고, 먹거리 자체를 통하여 결국은 음식문화에 대한 철학과 정치, 경제, 사회적 평가를 내리도록 독자를 인도한다.

 

"각 가정이 구입하는 특정한 음식들을 통해 우리는 각기 다른 문화적 전통을 깨닫게 된다. 또한 식사와 영양, 건강이 빈곤과 전쟁, 세계화 같은 통제하기 힘든 문제들에 의해 어떻게 좌우되는지도 알게 된다."(본문 9쪽)

 

요리 책이 수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데는 '조리법'이 있다. 당연한 일 아니가? 하지만 아프리카 차드 동부 브레이드징 난민촌에서 사는 수단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식으로 먹는 '아이쉬' 조리법을 모른다. 그냥 조상대대로 해오던대로 조리해 먹기에 조리법이 문제될 것이 없다.

 

<헝그리플래닛>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내용이 있다. 장바구니 물가다. 우리나라 역시 장바구니 물가에 따라 정부 지지율이 요동칠 정도로 장바구니는 이미 그 나라 경제를 설명해준다.

 

피터와  페이스는 일주일 동안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 그들이 장바구니에 담은 먹거리 가격이 얼마인지를 상세히 기록했다. 장바구니를 통하여 우리는 이미 세계가 계급 사회가 되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호주 리버뷰에 사는 브라운씨 가족 일주일치 먹거리는 345,870원이다. 부탄 싱케이 마을 남가이씨 가족 일주일치 먹거리는 4,620원, 차드 난민촌 브레이드징 아부바카르씨 가족 일주일치 먹거리는 1,120원이다. 일주일치 먹거리를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가정은 독일 바르그트하이드에 사는 맬란더씨 가족으로 459,420원이다.

 

차드 난민촌과 독일 바르그트하이드의 먹거리 지출 차이는 거의 400배다. 일주일 동안 무엇을 먹는가를 두고 이토록 지구촌은 계급화되었다.

 

피터와 페이스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잘사는 나라, 먹거리에 돈이 많이 드는 나라일수록 자연식품보다는 만들어진 식품을 먹는다는 사실을 밝힌다. 육류로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것 중 하나인 돼지를 생각해보자.

 

대형마트에는 돼지 머리를 만나 볼 수 없다. 하지만 멕시코 쿠에르바니카 시립 시장에 가면 돼지 머리를 만날 수 있다. 

 

"이 시장에는 돼지 머리, 닭대가리, 닭발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 여러 곳 있다. 삶이 지닌 또 하나의 진실, 즉 죽음을 밥맛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는 미국이라면 필시 돼지머리를 진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고기에 한때 머리와 발이 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못하도록, 미국인들은 원형을 알 수 없는 조각들로 자른 후 비닐로 잘 포장해서 고기를 판매한다."(371쪽)

 

돼지 머리를 마트에서 파는 것이 동물 학대인지 아닌지를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돼지 머리를 팔지 않으므로 인간은 원형을 잊으버림으로써 육류가 던지는 잔혹함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반조리 및 즉석 조리 식품을 먹음으로써 육류 소비가 가져올 잔혹한 미래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피터와 페이스는 자연식품, 땅이 준 음식 그대를 먹던 나라 사람들도 차츰 패스트푸드 음식을 더 좋아하는 것을 사진에 담았다. 혹독하게 추운 그린란드를 빼고. 경제와 문화의 세계화만 아니라 페스트푸드는 음식의 세계화를 만들어버렸다.

 

옛날에는 차드 사람, 미국 사람, 호주 사람, 일본 사람, 부탄 사람, 에콰도르 사람, 프랑스 사람 등등 여기 나오는 24개 나라 사람들이 먹던 먹거리 종류가 달랐다. 하지만 페스트푸드는 음식을 하나로 만들어 버렸다. 페스트푸드로 세계가 하나가 되면 과연 좋을까? 아니다. 이미 그런 음식 문화는 죽음이다. 이 강요된, 죽음으로 인도하는 페스트푸드 음식의 세계화를 깨는 방법은 무엇일까?

 

각 나라는 거리 음식이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찰스 C. 만은 책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거리 음식은 세계화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토착민 그 나라 사람들이 만드는 거리 음식은 페스트푸드가 따라 올 수 없는 특성과 향수, 그 나라 문화를 담고 있다. 획일화된 페스트푸드가 범접할 수 없다. 

 

위생 문제만 해결된다면 가능하다. 스타벅스를 물리친 브라질의 노점 커피숍들처럼 서로 함께 한다면 능히 가능하리라. 사실 페스트푸드 음식은 겉포장만 깨끗하지 음식 속은 이미 음식으로 대접하기에는 너무 잔혹성을 가지고 있다.

 

차드 난민은 너무 먹지 못하여 죽어가고 있고, 잘사는 나라 사람들은 많이 먹어 당뇨병, 비만, 동맥경화와 심장병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일주일치 먹거리가 인간을 이토록 차별화시켰다. 과연 사람은 이 불균형과 차별이 넘치는 먹거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능력이 있으며, 그럴 마음이 있는가? <헝그리플래닛>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헝그리플래닛>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공저/김승진,홍은택 공역 | 윌북(willbook) | 원제 Hungry Planet | 2008년 03월 ㅣ 25,000원


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피터 멘젤 외 지음, 홍은택 외 옮김, 윌북(2008)


태그:#먹거리, #영향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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