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일 한나라당 4차 공천자발표에서 탈락한 고조흥 의원(경기포천연천 맨오른쪽)과 배일도(경기남양주갑 맨왼쪽)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6일 한나라당 4차 공천자발표에서 탈락한 고조흥 의원(경기포천연천 맨오른쪽)과 배일도(경기남양주갑 맨왼쪽)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이종호

관련사진보기


18대 총선을 정확히 한 달 앞둔 10일 한나라당이 극심한 공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선 공천탈락자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고, 공천을 못 받은 전·현직 의원들은 국회 당대표실까지 찾아와 애원반 협박반으로 당 지도부에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4년마다 총선을 앞두고 되풀이 되는 광경이지만, 특히 올해는 호남 지역을 제외하고는 한나라당 공천이 당선의 절대 조건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공천 낙오자들도 공천심사위 결정을 뒤집기 위해 당 지도부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공천탈락자들, 당 지도부에 구제 호소

한나라당 총선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이원복 의원(인천 남동을)이 10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공천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총선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이원복 의원(인천 남동을)이 10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공천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인천지역 의원으로 유일하게 탈락한 이원복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당 대표실로 찾아와 "대통령 선거에서 성적이 잘 나오면 공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니 이게 뭐냐"며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같은 사태를 예견한 듯 이 총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게 무슨 개혁 공천이냐. 한나라당이 오만해졌다"며 "10년 야당을 함께 한 충복을 이렇게 내치면서 한나라당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 두고 보자"고 저주를 퍼부었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당 대표실에는 고조흥(경기 연천·포천)·고희선(화성을)·이원복(인천 남동을)·배일도 의원(비례대표) 등이 일찌감치 나타났다. 이들의 손에는 최고위원들에게 전달할 재심 요청서 서류 봉투가 들려있었다.

경기도 남양주갑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배일도 의원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일주일 전만 해도 덤덤한 표정을 짓던 배 의원이었지만, 10일은 사정이 달라졌다. 배 의원이 서류를 돌리며 연방 고개를 조아리자 강재섭 대표는 "웬일로 나를 찾는가 했지…"라고 딴청을 부렸다.

자리마다 낙천자들의 재심 요청서가 수북이 쌓이자 최고위원들도 강 대표의 모두발언만 듣고 곧바로 비공개 회의로 전환했다. 강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민공천, 누구를 밀었느냐를 가지고 공천하지 않는 공정 공천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퇴장할 즈음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의원 문병열씨가 서울 영등포갑에 고진화 의원 대신 전여옥 의원이 공천된 것에 항의하는 구호를 회의장에서 외치다가 밖으로 끌려 나가기도 했다.

문 의원은 "표절 의혹이 있는 범법자를 공천하는 게 개혁 공천이냐? 전 의원은 공천을 반납하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이상득 부의장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공천 재심을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진화 의원, 재심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 검토

충남 천안갑에 전략 공천된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장에게 밀려난 전용학 전 의원도 "당이 지역 돌아가는 사정도 모르고 엉뚱한 사람을 공천했다"고 푸념했다.

반면, 박근혜계의 이규택·한선교 의원은 보좌관으로 하여금 서류를 대리 접수하게 해 이미 '마음의 준비'가 끝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안양 동안갑 공천에서 떨어진 송영선 의원도 <백지연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경선에서 박근혜 지지를 결정하자 굉장히 높은 분이 나에게 '네 눈에 피눈물이 나도록 만들 거다. 평생을 후회하게 할 것'이라는 얘기를 전화로 직접 했다"고 말해 자신의 탈락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당 지도부를 찾은 사람도 있었다. 이계경 의원은 서울 송파병에서 나경원 대변인·이원창 전 의원과 경합하고 있는데, 결국 나 대변인이 전략 공천될 것이라는 첩보를 듣고 부랴부랴 국회로 들어온 것이다.

이 의원은 여성계 원로인 이인호 전 러시아대사까지 동행해 강 대표에게 "제발 한 마디만 들어 달라"고 얘기했지만 강 대표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이 의원은 "여성계에서는 '여성 의원들끼리 한 지역구에서 싸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나 의원이 이를 어기고 (내 지역구로) 왔다"며 "가급적 둘 다 공천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힘의 논리, 계파의 논리로 공천을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지난주에 심의를 마치지 못한 지역구들에 대한 얘기를 하느라 오늘 오신 분들에 대한 얘기는 하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지만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당 지도부와 공심위가 본선 경쟁력을 들어 도덕적으로 논란 있는 인사들을 무차별 공천하고 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한 당직자는 "강 대표가 '법조당 소리 안 듣겠다', '정치철새는 안 받는다'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 데 제대로 지켜진 게 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근혜계를 대변하는 김무성 최고위원도 회의석상에서 최근의 공천 결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지만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 공심위가 공천을 결정해도 당 지도부가 결국 보류한 지역구도 있어서 앞으로의 논의를 지켜볼 만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공천자의 도덕성 문제가 제기된 서울의 두 지역구(은평갑·강북을)의 공천을 보류하고, 강북을과 중랑을의 경우 외부 인사를 전략 공천하기로 의결했다.


태그:#이계경, #전여옥, #이원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