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발달장애 2급인 박상준(13)군은 화가가 되는 게 꿈이다. 사진은 상준이가 부산교대 부속초교를 다니면서 그린 그림으로, 현재 그의 집에 걸려 있다.
 발달장애 2급인 박상준(13)군은 화가가 되는 게 꿈이다. 사진은 상준이가 부산교대 부속초교를 다니면서 그린 그림으로, 현재 그의 집에 걸려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상준이 커서 뭐가 되고 싶어?"
"화가요."
"그림 그리는 게 좋아."
"네. 뭐 그려볼까요?"

지난 7일 오후 부산 금정구 한 아파트에서 박상준(가명·13살·중1)군을 만났다. 수업을 마칠 시간에 맞춰 어머니 김송희씨가 학교에 가서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상준이는 발달장애 2급.

상준이는 지난 2월 부산교대 부속초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일반 중학교에 다닌다. 상준이는 그림을 잘 그린다. 초등학교 때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탔다.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다.

상준이 부모는 아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예술중학교에 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집 앞에 있는 사립 B예술중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 어머니는 입학원서도 넣기 전에 "학교로부터 입학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B예술중 보내려고 개인교습까지 시켰는데..."

부모는 아들을 B예술중에 넣기 위해 개인교습(레슨)까지 시켰다. 어머니는 지난 해 7월 이 학교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고, "시험을 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두 달 뒤 아들이 그린 그림을 들고 학교를 찾아가기도 했다. 어머니는 "교감과 미술부장한테 격려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원서 접수 며칠 전인 지난해 10월 12일, 어머니는 이 학교 교감으로부터 "다른 학교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원서 접수는 10월 24일부터였다.

어머니 김씨는 "교감으로부터 '발달장애아인 줄 몰랐다'면서 '특수학교에 보내면 되지 않느냐, 입학시켜준다고 한들 부적응할 것이고 그러면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감은 '시설이 없다, 특수학교에 가라, 그림을 시키고 싶으면 다른 중학교에 갔다가 3년 뒤 예술고에 시험을 치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원서를 넣기 전에 학교가 사전에 작업을 한 것이다"면서 "시험을 치른 뒤 면접에서 떨어뜨리면 문제가 되기에 원서조차 넣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B예술중은 정원 미달... 전학 내규 '성적 85%'도 논란

B예술중이 내건 입학전형요강을 보면, 상준이는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미술과의 경우 '중증 이상의 색맹'만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상준이는 색맹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 B예술중은 정원 미달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현재 상준이의 부모는 아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키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이 학교로 전학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가 만들어 놓은 전입학 내규 때문. 이 학교는 "이전 학교에서 중간·기말고사 때 성적이 85% 안에 들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상준이는 미술과 영어·수학 등 특정 과목은 잘한다. 영어도 어머니가 직접 가르쳤다고 하는데, 상준이는 영어를 꽤 잘했다. 하지만 다른 과목은 자신이 없다. 오는 4월 중간고사 때 상준이가 85% 안에 들기 힘들 수도 있다.

김송희씨는 "학교에서는 지금도 전학을 오라고 한다, 그러면서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면서 "그 말은 오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월 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학교측 "입학 거부가 아니라 일반 학교 권유... 학생선발권은 학교에"

박상준군이 지난 해 말 성탄절 때 만든 카드.
 박상준군이 지난 해 말 성탄절 때 만든 카드.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B예술중은 올해 교장과 교감이 모두 바뀌었다. 지난해 교장은 같은 재단의 한 여중 교장으로, 교감은 같은 재단의 예술고 교감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의 B예술중 교장은 "상준이의 입학을 거부한 게 아니고 일반 학교에 가는 게 유리하다고 권유했던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특성화 학교로 학생선발권은 교육청에 있는 게 아니라 학교가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성적 85%'라는 내규에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개교한 지 10여 년이지만 아직 이런 경우는 없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한 학생을 위해 내규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준이 어머니와 상담을 했던 교감은 "한 명이라도 신입생을 더 받아야 하는 실정에서 지난 해 부산교대 부속초교에 입시 설명회를 갔다가 한 학생이 입학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특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 상담을 하러 어머니한테 학교에 오라고 했던 것이다"면서 "'발달장애이기 때문에 입학이 안 된다'고 했던 게 아니라 조건을 말했던 것이다, 시설이 있는 곳에 가라고 권유한 적은 있지만, 오지 말라고 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장애인단체 "내규를 일반 학생과 똑같이 적용하면 안돼"

전교조와 장애인단체에서도 상준이의 사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전교조 부산지부 관계자는 "장애아는 공교육이 아닌 곳에서는 예술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 장애라는 이유로 입학하지 말라는 것은 비교육적이다"면서 "상준이는 중증장애인도 아니고 발달장애 2급으로, 특정 영역에서는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이 나오면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공동 대응할 것"이라며 "국가가 나서서 장애학생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지역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전학하려면 성적이 85% 안에 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장애학생들은 모든 과목에서 학업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안된다"며 "예외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산 동래교육청 관계자는 "B예술중은 특성화 중학교라서 학생 선발권을 교장이 갖고 있다, 교육청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준이 이야기는 안타깝다, 교육청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고 압력은 아니지만 교장에게 '받아주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2급인 박상준 군의 부모들은 아들을 B예술중학교에 보내기를 원한다. 사진은 B예술중 전경.
 발달장애 2급인 박상준 군의 부모들은 아들을 B예술중학교에 보내기를 원한다. 사진은 B예술중 전경.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어머니의 눈물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는데..."

어머니는 "우리 아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게 만든다, 사명감을 갖고 우리 아들을 꼭 예술중학교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부산교대 부속초교에서 졸업하기까지 힘들기도 했지만, 교사며 학부모들이 많이 도와주었다며 고마워했다. 다른 학부모들이 상준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학부모들이 지난 해 펴낸 <부초 학부모>라는 책에 쓴 한 학부모의 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모두 사랑과 응원으로 상준이는 멋진 세상으로 또 한 발 내딛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준이를 6년 동안 잘 돌봐 주시고 사랑해 주고, 이제 중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우리 졸업생 친구들이 너무 멋집니다."

아들의 졸업을 앞두고 어머니는 한 어머니로부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어머니는 그 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저장해 놓았다. "정말 존경합니다, 오히려 상준이를 통해 우리 아이한테 가르침이 되었네요, 행복하세요"라고 되어 있었다.

김송희씨는 장애아를 키우면서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힘든 고비도 많았죠. 장애아를 가진 게 죄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죄인 취급 받아요. 사설 학원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아요. 우리 애는 어린이집도 다녀보지 못했어요. YMCA에서 하는 유치원에서는 받아 주대요. 미술이며 피아노도 가르치고 싶은데 학원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집에서 학습지 받아서 공부시켜요."

이런 말을 한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발달장애 2급인 박상준 군이 그린 그림.
 발달장애 2급인 박상준 군이 그린 그림.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발달장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