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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회화는 도발적이다. 아니 도발적이다 못해 섬뜩하다. 거기엔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법칙이 철저히 무시된다. 젊은 작가들의 꿈은 신선하다. 그리고 영원을 꿈꾼다. 현대 회화는 사람들에게 아스라한 그리움을 잉태시킨다.

 

솔직히 이렇게 많은 그림을 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단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랐고, 참여 화랑과 작가들의 숫자에 놀랐다. 또한 이렇게 대규모 미술전람회가 부산이라는 열악한 문화 도시에서 열린다는 것이 못내 신기했다.

 

고마웠다. 부산에 벡스코라는 대규모 전시 공간이 생긴 것이 고마웠고, 이 전시장을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종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기획력이 고마웠다. 분명 이 전람회는 부산 시민들에게 작은 자긍심 하나를 심어주었을 것이다. 부산도 이제 문화의 도시가 되었구나!

일요일인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08화랑미술제를 다녀왔다. 지난 1979년부터 시작된 국내 최초의 Art Fair인 화랑미술제가 6일에서 10일까지 벡스코에서 개최된 것이다. 그동안 서울지역에서만 열리던 이 행사가 지방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산에서 열렸다고 한다. 지역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한다는 소박한 의도를 가지고서. 물론 미술시장의 전국적 확대라는 숨은 의도 또한 간과할 순 없지만.

어쨌든 이번 화랑미술제는 일단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한국화랑협회의 86개 회원 화랑이 참석했으며, 각 화랑마다 독립된 전시공간에서 작가들을 초대하여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던 것이다. 제1전시장의 거의 모든 공간이 꽉 찰 정도로 전시장은 수준 높고 화려한 작품들로 넘쳐흘렀다.

장난감이라는 사물을 은유적으로 등장시켜 실제 의미와 해석을 달리한 회화가 있는가 하면, 파리라는 미물을 비정상적으로 확대시켜 인간의 오만방자함을 꾸짖은 설치미술품도 있었다. 또한 언뜻 보면 사진 같은 그림이 있는가 하면, 그림 같은 사진들이 스포트라이트의 은근한 빛 아래 알몸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작품은 ‘앤디 워홀’의 작품들이었다.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었던 그는 팝아트의 선구자였다. 대중성과 매스미디어적 대중성을 강조한 팝아트의 대가인 앤디 워홀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부산의 관람객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얼마 전, 그가 마를린 먼로를 대상으로 한 작품인 ‘레몬 마릴린’이 무려 150억 원으로 팔려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번에 전시된 그림도 상당한 금액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월요일인 3월 10일에 전시회는 끝나지만 이 전시회에서 발산된 소중한 문화의 향기는 오래도록 부산의 해안가와 빌딩 숲속을 잔잔하게 물들일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전시회가 부산에서 자주 개최되기를 바라면서 훈훈한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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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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