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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9일 오후 4시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곳곳에 봄이 온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런 풍광을 보고 감상에 젖어 있을 때 비행기가 고도를 바꾸니 망망대해가 보인다.

 

얼마 후 서울과는 다른 풍경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제주에 도착했다. 우리들은 우리들 숙소가 있는 서귀포에 도착해 즐거운 되풀이를 하는데 다들 몸들을 사린다. 그것은 내일 한라산 백록담 등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리라. 그 결과 새벽 4시에 기상해 상판악에 6시에 도착해 등반할 수 있었다.

 

나는 악우들을 성판악에 내려주고 관음사 휴게소에 도착했다. 관음사 초입 등산로에는 눈이 많지 않았지만 얼어 미끄러웠다. 그리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데다 눈들이 얼어 길이 많이 미끄러웠다.

 

관음사 숯 가마터를 지나 계곡으로 내려서니 그때 해가 비치기 시작한다. 이곳은 옛날엔 난코스였는데 지금은 계단을 만들어 아무나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계단에 올라서니 사람들을 쉬게 할 수 있는 시설에서 두껍게 입었던 옷들을 벗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그것은 여기서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등산로 양옆으로 소나무 군락에 눈들이 많이 쌓여 있다. 그리고 눈 무게 때문에 가지가 꺾인 것도 있었다. 평상시 이 코스는 등산하기에 좋은 환경의 코스지만 오르막 경사가 심해 초보자들에겐 버거울 것 같다.

 

소나무 군락의 오르막에 올라서니 삼각봉이 제일 먼저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옆을 바라보니 하얀 설산의 위용들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삼각봉을 옆으로 돌아서니 용진각 대피소는 보이지 않고 이동 화장실이 보인다.

 

용진각 대피소 건물은 작년 물난리 때 떠내려갔단다. 이곳은 평소에도 눈이 많아 해외 원정팀들이 설상 훈련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용진각 대피소부터 더 가파른 오르막이다. 그 가파른 오르막에 올라서면 하얀 설원의 동산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제주도의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여기서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심해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는 올라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이젠을 차고 올라갔다. 꾸불꾸불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서니 한라산 정상이다. 그때 운종이와 정규가 성판악에서 올라오는 계단을 오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한라산 정상에 올라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잠깐 헤어졌던 우리들은 다시 한라산 정상에서 만났다.

 

만남의 역사와 정상 등정의 기념으로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설원에서 간식을 먹었다. 메뉴는 종중이가 준비한 주먹밥에 곰치를 곁들여 먹으니 천하일미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느낌이 더 드는 것은 온통 하얀 눈에 멀리 짙푸른 바다만 보이기 때문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런 즐거움을 뒤로 가파른 내리막을 숨도 쉬지 않을 정도로 뛰어 순식간에 용진각 대피소까지 왔다.

 

여기서 운종이 리드로 설상 훈련을 했다. 운종이가 시범을 보이면 그대로 우리들은 따라했다. 그중에 제일 잘한 사람은 정규였다. 그런데 이때 돌출적 일이 발생을 하여 설상 훈련의 즐거움은 여기서 접어야 했다.

 

하산 후 이구동성으로 모두 하는 말, 이렇게 멋진 설원 등반은 처음이며 너무 산행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 기념을 기리기 위해 우리들은 서귀포로 달려갔다.

 

서귀포 우생당 서점이 추천한 제주도 전통 음식인 돼지고기 삶은 맛은 천하 진미였다. 처음엔 다들 돼지고기가 돼지라는 생각들을 했는데 먹어보고 나서는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하는 말들 이런 돼지고기 음식은 처음 먹어본다고 한다. 나 역시 처음이다. 다시 제주도에 간다면 이 집을 꼭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 덮인 한라산 등반은 두고두고 내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태그:#한라산, #성판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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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역사는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저도 오마이뉴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 내 삶의 역사를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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