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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3일 삼성 전 ·현직 임원들의 차명계좌들이 개설 · 관리된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사 범위는 지금까지 특검 수사에서 자신의 계좌가 아니라고 시인한 민경춘 삼성사회봉사단 전무, 삼성전기 전 상무인 김아무개씨 등 4명의 계좌로 한정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금감원 측은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검사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10명의 검사관들이 삼성증권 특별검사에 착수하며 검사 범위는 특검과 협의를 통해 도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정석 특검보는 3일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이 4~5명으로 검사범위를 협의했다는 것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차명으로 확인된 700여개의 계좌에 대해서 조사 의뢰를 했다. 아직 금감원 측에서는 우리가 요청한 700여개의 계좌에 대한 조사 착수 여부는 결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에게만 유독 소극적인 금융감독원

 

지금까지 특검팀이 추적 중인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의심계좌 수는 무려 3800여개로 삼성 전 · 현직 임원 1800여명의 명의로 개설돼있다. 특검팀은 삼성증권이 비자금 조성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보고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삼성증권에 관련 전산자료를 확보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나 인력 면에서 한계가 있는 특검팀의 입장에서 계좌 추적 과정에서 일일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윤 특검보는 "현재 3800여개의 차명의심계좌 중 1300여개를 차명계좌로 보고 600여개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인력 등의 한계가 있어 금감원이 나머지 700여개의 계좌를 조사해준다면 우리가 금감원 인력을 지원받아 일을 진행하는 동일한 효과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다들 금감원의 특별검사에 대한 기대는 컸다.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지난 2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혐의거래보고 위반 조사(FIU 보고)의 경우 사실상 특검의 차명의심계좌 수사나 마찬가지"라며 "금감원은 영장 없이 해당 계좌들의 거래내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만큼 특검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0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폭로했을 때도 우리은행, 굿모닝신한증권 등 해당 금융회사 검사 착수를 미루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 달이나 지나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해 검사를 벌여 금융거래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한 우리은행에게 '기관경고'를 내렸지만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은행의 경우 "3년 동안 증권사나 보험사 등 다른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는" 기관경고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이 앞서 삼성 비자금 의혹 꼬리자르기 나서고 있다"

 

결국 이번 금감원의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검사 역시 '솜방망이',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금융감독원이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에 대해 협력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비판했다.

 

박 협동사무처장은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나 금감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역시 삼성그룹 출신 인사"라며 "결국 금감원이 앞서 삼성 비자금 의혹의 '꼬리자르기'에 나서고 있다"고 성토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삼성증권 특별검사는 삼성과 특검, 금감원의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 측에서는 '포괄적 검사를 할 경우 특검 수사 이후 삼성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제한적 검사의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 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의 '금융기관의 업무 및 재산상황에 대한 검사' 업무는 법으로 규정된 당연한 권한이다. 어느 금융기관이 감독기구의 검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는가. 금감원은 즉각 고유권한을 행사하여 삼성증권의 차명의심계좌 전부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아무 의미 없는 '기관경고' 등의 솜방망이 제재 조치를 취한다면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결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며 "유독 삼성에게만 관대한 금융감독당국은 삼성의 로비에 포섭됐다는 의혹을 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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