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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 날 오후, 집을 나서다 문득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골목길에 들어섰습니다. 꽤 자주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심심찮게 다니던 그 길 중간쯤에 골목길이 있었던 겁니다.
 
왜 그동안 그 골목길을 보지 못했을까, 문득 놀랐습니다. 분명히 한번쯤은 가보았을 법한데도 끝이 안 보이는 골목길이라면 여지없이 가보는 그 호기심을 왜 이 골목길에는 주지 못했는지.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돌아 들어갔습니다. 막상 보면 허무할지라도 '이 골목길 끝은 어디에 맞닿아 있는지 보리라' 다짐하면서.

 

볼 만하든지 볼품 없든지 역시 골목길은 골목길이었습니다. 걷다보니, 중간 중간 집 앞 조그만 골목길들이, 마당이라도 해야겠네요, 꼬리를 감추고 숨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만난  반가운 이를 보았습니다. 절 기다리는 건 아니었지만, 그 골목길에 사는 누군가를 찾아온 것은 분명했습니다.

 

굳이 이름을 몰라도, 그래도 그 빨간 망아지(!) 타고 올 때 항상 반가운 사람. 다닥다닥 붙은 골목길 주택 중에서 또 어느 집을 찾아왔는지 모를, 그래서 더 궁금한 사람. 빨간 애마 한 대가 제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뜻한 소식도 있으면 좋으련만, 손수 쓴 따뜻한 편지 보따리는 영 안 보이네요. 제가 오기 전 다 나누어주고 왔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렵니다.

 

 

제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았던들 조금은 심심한 채로 끝났을 그 골목길. 그런데, 예상치 못한 길동무를 만났습니다. 저와 함께 길을 나설 마음은 없어보였지만, 골목길 한 쪽에 떡 하니 자리한 한 빈집 지붕 위에서 노는 야옹이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생각지 못한 곳에 자리한 채 버린 집처럼 보이던 그 조용한 빈집도 신기했지만, 그 집 지붕 위에서 여유롭게 쉬는 야옹이 두 마리도 괜히 신기해 보였습니다. 제가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다 가려고 하니, 그 중 한 마리가 슬금슬금 지붕 위에서 내려와 또 한동안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반갑지 않았을 불청객이 정말 가는지 확인하려고 했나 봅니다. 그 모습 한 번 제 시선에 담아주고 자리를 비켜 주었습니다.

 

 

여행가라 할 만큼은 아니지만, 이름 없는 들풀처럼 역시 특별한 이름 하나 없는 많은 골목길을 다닙니다. 사는 이에게는 별다를 게 없는, 그래서 저 같은 길손에게야 뭐 하나라도 괜히 티 낼 수 있는 이름 없는 골목길. 그 숨은, 이름 없는 골목길 한 곳을 다녀 온 셈입니다.

 

그 골목길에 사는 사람에게는 굳이 더 설명을 해 주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있을, 들풀만큼이나 볼 품 없고 특별한 이름도 없는 골목길. 그래도 저처럼 지나가는 길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신기한, 어딜 가도 똑같아 미로 같고 그래서 더 신기한, 골목길을 오늘 또 가보고 싶습니다.

 

딱딱한 '사각상자'가 즐비한 한국 땅이고 보면, 시멘트 냄새 좀 풍겨도 다 다른 모양을 지닌 것만으로도, 그리고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게 숨기고 숨긴 모습만으로도 신기한 곳이 바로 골목길입니다. 말하자면 이것이, 역사 깊은 골목길이 아니어도 주변에 널리고 널린 그 이름 없는 골목길들을 일부러 쳐다봐주고 세상에 한 번 더 알려주고 싶은 이유며 제 마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역사깊은 골목길이 아니어도, 갖가지 다른 모양을 한 것 만으로도 신기한 많은 이름없는 골목길을 찾아 다니며 새 이야기를 심습니다. 오래 된 숨은 이야기를 찾길 바라면서. 


태그:#골목길, #길,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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