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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을 닮은 선암마을이 아름답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선암마을이 아름답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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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을 닮아 유명해진 강원도 영월군의 선암마을 앞으로 펼쳐지는 서강의 푸르디푸른 강물이 꽁꽁 얼었다.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굽이쳐 흘러 한반도 지형을 만들고 그 만남이 서강의 깊은 속내를 감추고 흐른다.

한반도 지형을 보기 위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강줄기를 타고 불어오는 세찬 바람이 살을 에는 듯 매서웠다. 귀한 보물처럼 숨어 지내왔던 지난 세월을 쉽사리 드러내고 싶지 않았나보다. 몇몇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 찬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곧바로 떠나간다. 띄엄띄엄 보이는 선암마을의 집들이 아담하고 고즈넉해 보인다.

소나무로 담장을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의 추위를 막아주는 주막
 소나무로 담장을 만들어 오가는 사람들의 추위를 막아주는 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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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 마을의 한반도 지형을 보고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돌탑
 선암 마을의 한반도 지형을 보고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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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깜짝 놀라 내려오는 길에 소나무를 엮어 만든 담장 너머로 운치 있는 주막이 보인다. 언 몸을 녹이기 위해 그곳에 들러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지만 영월의 다른 풍경을 봐야 하기 때문에 꾹 참고 따뜻한 어묵 국물로 몸을 녹인다.

주머니 사정도 생각하고 언 몸을 녹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는 듯싶다. 여행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박한 것들에 늘 감사한다.

선암마을에 들렀을 때 선암마을 자랑을 입버릇처럼 해오던 지인이 생각나 전화를 했다. 오래 전 동호회에서 알게 된 선암마을에 사는 선훈씨의 말에 의하면, 겨울이면 강물이 꽁꽁 얼어서 생긴 에피소드가 많다고 말한다. 이름을 지을 때도 마을 이름 앞 글자에 나오는 “선”을 따서 지었다고 말하는 그는 진정으로 선암마을을 사랑하는 것 같다. 선암 마을은 현재 7세대 정도가 살고 있단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선암마을 뒤편으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이 뭐냐고 물어 보니, 9~10년 전쯤인가 커다란 건물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는 현대시멘트 건물이 선암의 아름다운 풍광을 버리게 되었단다. 선훈씨 표현에 의하면 "어느 날 우주의 괴물 같은 것이 나타났다" 고 한다.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영월의 배거리산의 모습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영월의 배거리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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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입구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풍경이 산을 깎아 황량한 모습을 한 산이다. 이 산 이름이 배거리산이란다. 오랜 옛날 천지개벽이 있을 때 비를 많이 내려 마을이 잠기게 되었는데 이때 배 한 척이 산 위에 걸쳐 있다 해서 배거리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이름도 아름다운 배거리산을 한 시멘트회사에서 돌을 채취하고 시멘트 원료를 얻기 위해 큰 산 하나를 민둥산으로 만들어 버렸단다. 자연은 잠시 빌려 쓰다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지만 너무 쉽게 훼손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선암마을 사람들은 예전에 이곳으로 흐르는 서강 강물을 식수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단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선훈씨의 어릴 적 에피소드를 들으며 한바탕 웃어본다.

“어렸을 때 저기서 스케이트 신나게 탔어요. 믓저요. 글다가 구정이 지난 어느 날~ 어름이 깨져 물에 빠져 혼났어요. 동네 사람덜 다 나오구 아랫묵에 홀닥 벗기워져…. 옆집 진수기가 보구 있어서 그때를 생각하믄 짐도 부끄러워요. 글무 지즈바 짐도 가끔 볼 때마다 그 야그 자꾸 해 대는디~ 허허허.”

한반도 지형을 닮은 선암마을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만큼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기도 하다. 내려오는데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사람들이 올라온다. 방학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가족도 보인다. 선암 마을을 뒤로 하고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로 향한다.

두견새 우는 청령포 노래비가 단종의 애잔한 마음을 알려준다.
 두견새 우는 청령포 노래비가 단종의 애잔한 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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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를 들어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청령포를 들어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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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 우는 청령포의 노래비가 단종의 애잔한 마음을 노래하듯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청령포, 조선 제6대 왕(재위 1452∼1455). 문종의 아들로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쫓겨 간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로 향한다. 청령포를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사람들을 건네주고 바로바로 돌아 오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배로 들어가는 거리도 짧다.

청령포는 동·북·서쪽이 깊은 물로 막혀 있는 데다가 남쪽은 천길 절벽이 솟아 있고 구의봉이 요새처럼 버티고 있어 마치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숙부인 수양대군은 이곳을 단종의 유배지로 택했는지도 모른다. 단종이 서울을 향해 바라보았다는 망향대 위에서 바라본 서강의 강물이 시퍼렇게 멍이 든 것도 단종의 애닳은 한이 서려 있는 것 같다.

단종이 서울을 향해 한없이 바라봤다는 망향대에 오른 단란한 가족
 단종이 서울을 향해 한없이 바라봤다는 망향대에 오른 단란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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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포의 푸르디푸른 강물이 단종의 멍든 가슴을 표현하는것이 아닐까?
 청령포의 푸르디푸른 강물이 단종의 멍든 가슴을 표현하는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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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이면 해우소 앞에 이런 시비가 있는지 궁금하다.
 왜 하필이면 해우소 앞에 이런 시비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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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뜻에서 관음송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청령포에있는 관음송.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뜻에서 관음송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청령포에있는 관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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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49호. 나무의 크기는 높이 30m, 가슴높이 둘레 5m나 되는 관음송. 지상 1.2m 높이에서 2개로 갈라져 동서로 약간 비스듬히 자란 영월 청령포에 있는 관음송이 하늘을 찌를 듯 고고하게 자라고 있다.

단종이 유배생활을 할 때 이 소나무의 갈라진 사이에 걸터앉아서 쉬었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고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며,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뜻에서 관음송이라 불리게 되었단다. 청령포를 한 바퀴 도는데 금표비가 보인다. 영조 2년(1726)에 이곳의 소나무를 함부로 베어 가지 말라는 뜻의 금표비를 세웠다. 그때문에 벌목을 하지 않아서인지 세월의 흐름만큼 자라 곧고 아름답게 뻗어 있다.

망향대를 올랐을 때 바람이 사람을 날려버릴 기세로 불었다. 그러나 그곳을 찾은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단종도 가족을 그리워하며 이곳을 수도 없이 올랐을 것을 상상해 본다. 단종의 슬프고도 애잔한 사연을 푸르디 푸른 강물에 띄워 보냈으리라 생각해본다.

청령포를 빠져나와 해우소로 향하는데 해우소 입구에 비가 하나 보인다. 비에 새겨져 있는 글귀를 보아하니 단종을 모시고 내려왔던 금부도사가 애닳은 사연을 시로 표현해 세워둔 것이다. 하필 왜 해우소 앞에 세워뒀을까?

단종의 슬픈 사연이 있는 곳이지만 그런 사연들을 안고 있는 청령포의 이야기를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 그리고 추억을 남기고 떠난다.


태그:#강원도 영월의 애잔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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