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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는 꽃 소식이 봄을 알리지만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곳이 있다. 경상북도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태백시 경계에 위치한 해발 1567m로 높이 솟은 산, 바로 태백산이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산으로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을 머리에 이고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 민족의 명산 태백산, 어떤 사람들은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에 그곳을 찾기도 하고 심신단련을 위해서 찾는다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곳에는 과연 무슨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24일 일요일 오전 이곳을 찾았다. 온통 하얗게 쌓인 눈 속에 묻혀 버린 이곳에도 과연 봄은 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수북이 쌓인 눈을 보면서 봄 소식을 전하는 아랫녘과는 다른 세상을 만끽할 수 있었다.

 

 

태백산 아래에 있는  민박촌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른 새벽 눈을 떠 창문을 열어보니 눈이 내린다. 5번을 올랐어도 상고대를 보지 못했다는 지인의 말을 생각하며 오늘은 왠지 상고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부지런히 산에 오를 준비를 하고 태백산을 향해 출발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는 겨울 끝자락의 또 다른 정취에 취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태백산을 오른다. 뽀드득뽀드득 밟히는 눈 소리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가는 사람들이 서로 눈인사를 한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랜 세월을 함께 알아왔던 것처럼 친밀감이 느껴진다. 편편했던 길을 지나 가파른 길이 나오자 거친 숨을 몰아쉰다. 모든 것이 설경 속에 묻힌다. 가파른 길을 지나자 바삐 가던 바람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나온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 숨을 돌리며 주위를 살피는데 산에 오르다 보면 꼭 만나게 되는 풍경이 있다. 허기를 달래줄 음식과 갈증을 해소해주는 음료수를 파는 분들이 있다. 이른 시간에 올라가야 상고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침을 거른 나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어묵을 하나 사서 먹게 되었다.

 

어묵을 먹으며 아주머니께 장사는 잘 되는지 이렇게 높은 곳까지 어떻게 물건들을 가져오며 하루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다. 물건은 아저씨께서 지게를 지고 가져오며 매상은 하루 평균 40~50만원 정도는 된단다. 어묵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한 아저씨가 눈썰매를 타고 내려온다. 뭘 가지고 눈썰매를 타나 했더니 비닐로 만든 광고지다.

 

썰매를 탈 수 있는 것을 어디서 구했느냐고 물어봤더니 500원 주고 샀단다. 참 대단하다. 정말 머리도 좋다. 광고지를 비닐로 좀 두툼하게 만들어 눈썰매를 탈 수 있게 해서 광고 효과도 누리고 눈썰매로 사람들을 즐겁게도 해준다, 그리고 보니 태백산에는 신종 영업이 성행중이다. 감탄하면서 바라보고 있는데 아저씨들이 연방 눈썰매를 타고 내려온다. 모두 같은 일행인 듯 보인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지만 깔깔대며 웃는 모습이 어린 아이들 같다.

 

 

갈길이 바쁜 나는 천제단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점점 망경사를 지나 천제단이 가까워지자 아! 장관이다. 서서히 보이는 상고대가 나의 시선을 정지시켜 버린다. 어떠한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상고대가 힘겹게 올라온 지친 몸을 한방에 날려 버린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고대의 매력에 빠져 한참을 그곳에서 머물다 천제단을 향한다.

천제단 올라가는 길 우측에는 망경사가 있다. 망경사에 기도 하는 곳에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매서운 눈보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여인이 기도를 하고 있다.

 

 

1991년 10월 23일 중요민속자료 제228호로 지정된 높이 3m, 둘레 27m, 너비 8m의 제단이 태백산 정상에 있다. 24일 일요일 오전 이곳을 찾았을 때 제단 앞에서 태백산을 찾은 동호회 회원들이 한 해 동안 무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처음 태백산을 찾은 나는 산꼭대기에 이와 같은 큰 제단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담아 기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가운 날씨임에도 훈훈한 정을 느끼며 내려온다.

 

 

부지런히 내려오는데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리를 다친 부상자가 보인다. 가파른 길에서 눈썰매를 타다 제어가 되지 않아 다리를 다쳤나 보다. 그러고 보니 올라오는 길에 눈썰매를 타지 말라는 안내 표지판이 생각난다.

 

어묵을 팔던 아주머니도 위험한 곳에서까지 썰매를 타다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허리를 다친 사람, 다리를 다친 사람들을 많이 봤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즐겁게 눈썰매를 타는 것도 좋지만 위험한 곳에서까지 절제하지 못하고 타는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가끔 있나 보다. 내려오는데 부상자를 호송할 헬기가 지나가고 119 대원들이 올라간다.

 

즐거움은 잠시지만 안전사고를 당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자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태백산에서 내려온다.

 

민족의 명산인 태백산은 그곳에서 많은 사연을 안고 찾아오는 이들을 품 안에 푸욱 감싸 안아준다.

 

ⓒ 조정숙

태그:#태백산의 이모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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