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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탈당파와 언론에 의해 그 숫자가 부풀려져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1일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그는 취임 한 달을 맞아 22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경남도당이 밝힌 탈당 숫자는 21일까지 358명이며, 전국적으로는 5929명이다. 이날까지 경남도당의 당원은 7136명이며 후원당원까지 합치면 1만여 명에 이른다.

 

지역에서 탈당 선언이 일어나기 시작한 때는 지난 11일경부터다. 당시 지역 한 신문은 탈당한 경남도당 전 간부의 인터뷰를 통해 “예상대로라면 5700여 명 당권자의 절반 가까운 당원이 탈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위원장은 한 신문의 탈당 기사를 정리하면서, 숫자가 부풀려졌다고 주장. 한 신문은 지난 13일 경남사회민주주의연대 소속 100여 명, 14일 전․현직 간부 5명, 18일 마산시위원회 175명, 18일 장애인위원회 16명과 거제지역 지방의원 4명, 19일 민주노총 조합원 387명과 개별 50여 명이 탈당했다고 보도.

 

이 숫자를 모두 합치면 800명에 이른다. 경남도당은 "19일 이후 집단탈당은 없다"며 "21일까지 탈당계를 낸 사람은 358명"이라고 밝혔다.

 

이병하 위원장은 “탈당 입장은 밝혔지만 탈당계를 직접 제출하지 않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언론에서 탈당 숫자와 관련해 보도를 하면서 한 번도 물어보지 않고, 탈당하는 측에서 밝힌 자료만 보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경남에서 제2당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 정당 지지율은 18.1%였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경남에서 민주노동당보다 0.1% 지지율이 높았지만 광역·기초의원 당선 숫자는 민주노동당이 더 많았던 것. 민주노동당 소속 광역․기초의원은 17명이다가 1~2월 사이 제명·탈당으로 현재 12명이다.

 

공무원 출신인 이 위원장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도청지부장과 경남본부장 등을 거쳤다. 비상대책위원장 한 달을 맞은 이병하 위원장을 만나 최근 민주노동당 혁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병하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부적인 문제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니까..."

 

- 왜 탈당한다고 보나?

“크게 두 가지 부류다. 먼저 당에서 하는 사업에 신념과 철학이 100% 반영이 안 돼서 떠나야겠다는 부류가 있다. 또 일부는 소수정당이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하고 특히 이명박 정부를 앞두고 무엇인가 불안함 속에 민주노동당이 중심을 잡고 서민 대중을 위해 버텨주어야 하는데, 내부적인 문제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니까 이것도 저것도 싫다고 해서 자포자기로 탈당계를 내는 사람도 있다고 본다. 탈당계를 내러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니까 그렇다. 당 내부적으로 더 혁신해야 하고, 이 시기에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분위기에 탈당계를 낸다. 그들은 앞으로 당이 잘하면 가입할 수도 있다고 본다.”

 

- 그동안 당을 운영해온 사람들도 탈당하는데?

“앞에 말한 분들이 그런 부류다. 그 분들이 신념과 철학이 옳다 생각하고 당을 통해 반영시키고자 했는데, 당의 여러 내부 문제로 반영이 안 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진보운동이 더 발전하는 계기로 했으면 한다. 저는 이 정파며 저 정파에도 속하지 않았고, 정파운동을 한 사람도 아니다. 이번 기회에 더 큰 진보운동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탈당계를 내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더 열심히 하자고 당부를 드렸다. 지금 떠나서 마음이 아프지만 더 큰 진보를 위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차원에서 다른 견해는 없다.”

 

- ‘종북주의’ 논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저 역시 2002년부터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했다. 도무지 왜 이런 문제가 지금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에는 당헌당규가 있다. 이 문제가 그렇게 문제였다면 발기나 창당 때 이미 제기가 되었어야 했다. ‘종북’이란 말은 국어사전에도 없고, 네이버에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국민이며 일반 당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뭔가 앞에 열심히 했던 사람들 속에 논쟁이 되었던 문제 정도로 여긴다. 진행되는 과정에 ‘종북’이 ‘친북’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저도 평양과 개성도 다녀왔다. 우리 국민은 매일 300명이니 400명씩 개성공단에 근무하러 간다. 단순하게 북을 우호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단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이 김일성이나 김정일 체제가 우월하고 좋아서 북과 가까이 지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한민족이고 우리와 같은 혈연 차원에서 그 아픔을 같이 나누고 하루빨리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차원이다. 북 체제나 특정 수뇌부가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당이 만들기 전인 10년, 8년 전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가 지난 대선 시기에 불쑥 튀어나온 것 자체가 앞뒤를 보더라도 이해가 안 된다.”

 

- 경남에서 탈당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

“21일 현재 당원은 7136명이며 후원당원까지 합치면 9677명이다. 지난 11일 이후 21일까지 탈당한 경남도당의 당원은 358명이며, 전국적으로는 6000여 명이 조금 안 된다. 언론에서는 경남에서 매일 100명씩 탈당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고, 지난 11일 한 언론은 탈당했던 한 인사의 인터뷰를 통해 절반가량이 탈당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 숫자를 보면 그렇지 않다.”

 

"탈당 숫자 당 전체에 도미노 현상 유도하기 위해 부풀려진 것 아닌가 생각 든다"

 

- 탈당 숫자가 부풀려졌다는 말이냐?

“탈당하고자 하는 사람들, 탈당해서 새로운 당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전체 당원들이 자기들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보고 있으며, 당 전체에 도미노 현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숫자가 많고 적음이 아니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서 열심히 하면 우리 쪽에 있는 사람들이 그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약간 군중심리를 유도하는 것 같다.”

 

- 입당하는 사람도 있는지?

“탈당이 일어나기 시작한 뒤부터 정확하게 21일까지 경남에서만 15명이 입당했다. 전국적으로는 115명이 입당했다고 한다. 조직적으로 입당하자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안다. 솔직히 말해 군 단위는 사실상 당원 숫자가 적다. 몇몇 사람이 주도하면서 분위기를 탄다는 느낌도 든다.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시하는 당원도 있다. 하지만 경남도당에서는 아직 입당에 대해 구체적으로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후 조직이 안정을 되찾으면 당원 배가운동을 벌일 것이다.”

 

- 민주노동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지금 당 안에서 혁신이라면서 하는데, 개인적으로 보면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당의 원칙과 강령·규약을 바꾸는 것 아니냐.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나 규정을 수정하는 것이 혁신이다. 그런데 강령과 규정은 잘 돼 있는데 제때 집행하지 못했거나 해야 할 일이 현실에 맞지 않아 집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가령 5000원과 만원의 당비를 내야만 당원이라 한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기에 그런 당비를 내지 않는 사람도 당원권을 줄 필요가 있다. 그런 것이 하나의 혁신이다.”

 

- 광역·기초의원 중에 탈당파와 뜻을 같이하지만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노선 차이로 탈당하더라도 지방의회에서 진보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제명처리를 해서 의정활동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비례대표는 특정 정파의 후보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대표다.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혼란 시기에 제명 절차를 밟으면 또 다른 분란이 올 수 있다. 자기 이념에 100%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은 민주노동당밖에 없기에, 분쟁 지점에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진보정당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제명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

 

- 탈당사태 이후 감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없는지?

“탈당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이야기도 한다. 탈당계를 갖고 오면 의논도 한다. 전혀 감정적인 부분은 없다. 단지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는 사람은 한 사람이라도 더 부여잡고자 하는 욕심이고, 새로운 당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데리고 나가고 싶은 욕심은 있다.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은 없다.”

 

-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4월 총선이 제대로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총선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경남에서는 17곳에서 선거를 치른다. 현재 10곳에 후보를 내는 게 목표다. 오는 27일 권영길 의원이 창원을 출마를 선언할 것이다. 재정적으로나 분위기로 볼 때 이번 총선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배타적 지지 단체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지혜를 모아주겠다고 한다. 노력하면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권영길 의원 '창원을' 재선, "당선 가능하다"

 

- 권영길 의원이 ‘창원을’에서 재선에 나서는데 자신 있나?

“당 내적인 문제가 외부로 확산되면서 여러 이야기가 많다. 권영길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상징성을 갖고 있고 유일한 지역구 의원이라는 자긍심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이라든지 여타 후보들의 영향도 있겠지만, 당선은 가능하다고 본다. 권 의원은 지난 4년 동안 지역을 관리해 왔다. 민주노동당의 혼란을 극복하고, 창당 당시에 했던 열기로 한다면 만들어 갈 수 있다.”

 

- 이번에 탈당한 진영에서 ‘창원을’에 후보를 낼 수도 있다고 보는지?

“누구라도 후보로 나올 수 있다.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없다.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더 열심히 운동해서 진보진영에 더 많은 사람을 확보해 올 수 있다고 본다. 만약 탈당한 진영에서 후보를 낸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진보정당의 유일한 지역구의 상징성이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진보진영에서 1석을 잃을 수도 있다. 새로운 당을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노동당이 100% 부합하지 못하더라도 보수와 싸워나갈 수 있기 위해서는, 진보운동을 더 크게 해 나가기 위해서는 좋은 결정을 할 것이라 본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하여튼 당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고, 그 속에 당을 지켜야 한다는 애정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저돌성에 대다수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경남에서 민주노동당은 한나라당 다음의 제2 정당이다. 그러기에 할 일이 많다. 분당을 부추기는 것보다 진보정당을 위해 열심히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민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된다. 작금에 단결하고 함께 대응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지만, 이런 일들로 당이 더 여물어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받아 안아서 더 열심히 일하는 정당으로 하겠으니까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


태그:#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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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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