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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세익스피어의 달
 
"달아, 네 덕분에 낮과 같이 밝구나./ 이렇게 밝게 해줘서 고맙다./ 달아 네 천천한 황금빛의 번쩍이는 빛 덕분에 나는 티비스를 만날 수 있을 것 같구나."
 
어젯밤 뜬 정월보름달, 지구 저편의 '세익스피어'는 이렇게 달을 찬사 하네요. 어젯밤 환한 황금빛 달,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달맞이 동산의 달이었습니다.
 
달집을 태워서 더 황금빛을 발하는 둥근 달, 우리 가슴마다 공처럼 솟구치는, 소원의 달, 성취의 달, 기원의 달, 축복의 달 등등 정말 천개의 달이 해운대 달맞이 동산에, 호수에 뜬 달처럼 오래 오래 떠 있었습니다.  
 
# 만인(萬人)의 달
 
'달은 사람의 본성이다. 그러므로 '구름을 벗어난 달'은 그렇게 환하고 밝다'는, 저 팔만대장경의 달, 굵은 나뭇가지에 걸린 달은 천상의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 달처럼 너무 가깝습니다. 
 
중국 '달기' 왕후처럼 누구에겐가 달을 따 달라고 졸라대고 싶은 아름다운 달입니다. 올해는 달처럼 둥글둥글 무사하게 굴러가는 세상이 되길 손 모아 빌어 보았습니다. 가만히 두 눈을 감고 기도하고 나서 올려다 보니, 더욱 환하게 세상을 비추는 달, 달, 달, 달, 달, 달.어머니의 달, 아버지의 달, 가족의 달, 친구의 달, 이웃의 달, 오마이뉴스의 달 등 천개의 달들이 어둠 속에 풍선처럼 떠다녔어요.

 

#보들레르의 달
 
" 오오, 우리 선조들이 조심스레 숭배하던 달/ 별이 꽃다운 치장으로 그대를 뒤따르는/ 푸른 나라 높은 곳의 빛나는 궁전/ 내 늙은 셍티아 우리네 굴의 등불이여! "

 

시는 몰라도 '보들레르'의 이름은 지구인에게 달과 같은 존재인데, 보들레르가 생각하는 달의 이름은 '모욕당한 달'입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 보를레르가 어떤 모욕을 당해도 달은 그를 위로해 주었나 봅니다. '우리네 굴의 등불이'라고 그에게 더 높이 별을 가득 꽃으로 치장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네의 굴 속 같은 세상에 둥근 보름달은 환상의 달, 몽환의 달, 꿈의 달, 희망의 달, 미래의 달, 천년의 달, 억겁의 달, 우리 선조들이 숭배하던 그 달입니다. 지구 저편에도 이편에도 하나인 달, 그러나 천개, 만개 셀 수 없는 달 앞에서 내 마음에 설레는 소녀의 달이 떠오릅니다.    

 

# 예전에 미처 몰랐던 달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릴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소월의 달은 '예전엔 미처 몰랐던 달'이네요. 정말 예전엔 미처 몰랐던 정월 보름달입니다. 저토록 밝을 줄 정말 예전에 미처 몰랐던 달이 많은 것을 깨닫게 합니다. 신의 얼굴처럼 환한 달, 어머니의 미소처럼 환한 저 달, 온 세상 누리에 환한 달빛이 하얀 떡가루처럼 뿌려지는 어젯밤 달, 정말 이렇게 감사의 달인줄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 모정의 달
 
노란 달은 뛰어가면 따라 옵니다. 노란 달은 뛰어가다가 멈추어도 따라 옵니다. 강아지도 따라옵니다. 달을 보면 어머니의 얼굴 떠오릅니다. 세상의 모든 달은 모정의 달입니다.
나를 따라 나온 강아지 토토는, 장산 '모정원'에서 태어났습니다. 벌써 정월 보름달을 일곱번이나 보니 7살이나 되었네요. 
 
따르릉 걸려오는 전화기를 귀에 대어주면 사람 목소리에 반갑다고 꼬리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강아지랍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토토'의 이름을 빌려서 지어 주었습니다. 강아지도 사람처럼 '고독의 병'을 앓아서, 올해는 정말 참한 짝을 찾아 주어야 할 것도 같습니다. 컹컹컹 무한정 짖어대는 것이 달이 좋다는 뜻인데 달은 저만큼 무서워 피해서 달아납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저게 저게 저게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 만년 살고지고
천년 만년 살고지고
<안악지방민요>
 
# 오마이뉴스의 달, 둥글둥글 호박 닮은 세상의 달
 
둥근 달은 상상의 달, 우리의 상상을 더 꿈꾸게 하는 '아폴로'의 달입니다. 둥근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 둥근 세상 싫어하는 사람이 없듯이, 둥근 달은 사람을 둥글게 둥글게 상상케 하나 봅니다.
 
205번째 기사를 쓰고 있는, 나의 '오-마이-뉴스의 달'에게도, '오마이 뉴스의 내 친구의 달' 에게도요. 이 세상 힘든 모두 이웃에게도 기도했어요.
 
정월 보름달은 인심이 너무 후한 달인가 봅니다. 나 같이 야박한 사람에게도 이처럼 둥근둥근 마음을 주니까요. 그런데 내 마음의 달은 부끄러운 달 같습니다. 부끄러운 달을 향해 뛰어가니, 뒤에서 노란 달이 나를 따라오고, 내가 뛰어 간 만큼 따라 오는 저 노란 달, 저 달은 내가 열심히 뛰는 만큼 따라오는 '내일의 달'이네요. 

태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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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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