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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전 영미 상황이다. 너무 위험하다. 한국경제를 볼모로 한 도박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의 경제정책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평이다. 진보적인 학자들의 비판이긴 하지만 "균형과 견제가 붕괴된 상태에서 친재벌적인 경제정책이 시행되면 매우 위험할 것"이라는 평가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명박 정부,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평가와 정책 제언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20일 오전 9시 30분부터 9시간 동안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열린 경제 정책 관련 토론회에는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장,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박순성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한목소리로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바랐다. 이들은 "우리의 비판을 경청해달라"면서 민생정책부터 규제완화 등의 친기업 정책까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홍종학 교수 "인수위 보면서 7가지 재앙이란 말 떠올라"

 

토론회 발제를 맡은 홍종학 교수는 "인수위를 지켜보면서 대선 전에 걱정했던 게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면서 "7가지 재앙이란 말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7대 재앙으로 교육·민생·부동산·양극화·대운하·친기업과 규제완화·정부조직 개편과 관치 등의 실패 등을 꼽았다. 

 

그는 "새 정부가 노동자나 소비자를 대변하는 세력이 없다고 해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정관경언'과 유착된 5%의 목소리만 듣는다면 정책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양극화 정책에 대해서는 더욱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 교수는 "인수위는 양극화 얘기는 전혀 안했다, 중소기업과 중간 노동자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이런 얘기가 없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우리나라가 중남미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큰 우려를 나타냈다.

 

홍 교수는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토건국가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은 엄청난 도박"이라며 "인적 자본에 투자해야 국가가 발전하지, 5년 토건국가하면, 제조업 다 죽는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민생정책의 실패에 대한 우려도 나타났다. 그는 인수위에서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과 관련, "저 같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내릴 수 있다, 망과 주파수를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도록 주파수 경매할 때 소비자 만족도를 집어넣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남근 교수는 "기본적 민주적 정부라면 대선 때 공약했던 부분들이 왜 후퇴되어 사라졌는지, 또 변질됐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남아있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도 비판... "지분형 분양제 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교수들은 큰 걱정을 나타냈다. 홍종학 교수 역시 "어처구니 없다"며 "인수위에 이상한 부동산 업자나 들어가 있다, 참여정부나 외국에서 확인된 정책을 내버려두고, 지구상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지분형 분양 주택을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정적 소비자 주거 복지를 위해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도입해야 하는데, 인수위는 정반대인 변동금리로 가겠다고 한다"며 "주택 가격도 주식처럼 하루아침에 크게 변동할 수 있어, 주택 금융 시장에 엄청난 파급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변창흠 교수는 "참여정부는 매년 주택공급 50만호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이명박 정부도 똑같은 50만호 주택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공급확대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추구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새 정부에서는 세금 폭탄 얘기를 하면서 2007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한다"며 "다른 나라들은 주택의 1~2%만 거래되는 데 비해, 매년 아파트의 1/5가 거래되는 우리나라에서 '거래가 얼어붙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지분형 분양주택과 관련해 변 교수는 "10년간 2.5배 이상의 주택 가격 상승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수요자가 나머지 지분을 사려고 해도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살 수 없다, 이런 정책을 왜 생각해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친재벌 정책 실패할 수밖에 없다"

 

출총제 폐지 등 규제완화 정책을 포함한 친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김상조 교수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나라 투자가 침체돼 있다고 하는데, 우리의 투자율이 GDP의 30% 수준으로 결코 낮은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렇게 투자를 하고도 국민 다수가 원하는 고용과 소득은 왜 못 만드냐, 산업과 기업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5% 성장도 못하느냐"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율을 GDP 대비 30%에서 40%로 끌어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투자율은 높아지지 않는다, 올해 같은 환경에 투자를 늘릴 바보 같은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구조에서는 대기업의 성장효과가 중소기업, 서민들에게 내려가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역설했다.

 

권영준 교수도 "친재벌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후 규제가 완비되기 전에 사전규제를 없애면 실패한다"며 "숭례문을 친숙하게 개방했지만, 안전을 방치하고 경비를 허술하게 해 화재가 났다"고 말했다.

 

또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시속 100km를 넘기면 안 된다, 사고 나면 죄 없는 수많은 탑승객들이 죽기 때문"이라며 "그러한 보호 규제는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이명박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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