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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 당원들의 탈당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민노당의 당원들이 ‘단결’과 ‘혁신’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회(위원장 손석형)는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2시간 30분 동안 토론을 벌였다. 19일 민주노동당 10차 운영위원회를 앞두고 열린 토론회로 관심을 모았다.

 

오는 4월 9일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권영길 의원(창원을)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창원에서도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창원시위원회는 이날까지 140여명이 탈당했다고 밝혔다. 창원지역 당원은 2600여명.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손석형 위원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정당과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왔다. 그런데 앞 선거보다 나아지지 않겠느냐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온 것 같다. 이번 대선이 끝나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실망했다’거나 ‘대선과 총선은 다르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와 혁신을 논의하는 속에, 그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종북주의’ 운운하는 바람에 우리 안에 빨갱이가 있다고 했다”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에 뼈를 묻어야 할 사람들이 분열하는 행태를 보였을 때 철퇴를 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변화와 혁신에 있어 진정성이 부족했다. 당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깨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데 안되면 나간다고 하는 태도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자기들이 내놓은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망치 세 번 치고 나가는 것은 오만이다. 당 운영을 책임진 사람이라면 피눈물이 나더라도 해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탈당파가 내건 종북주의는 핑계"

 

이어 당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허연도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치위원장은 아들이 했던 말부터 소개.

 

“지난 설에 아들이 집에 들어서면서 첫 마디가 ‘아빠 당 큰일 났대요. 박살 났대요’라고 했다. 30년 노동·정치운동을 해왔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다시 하면 된다.”

 

허 위원장은 “어떻게 보면 2004년 10석이 된 게 잘못이었고, 그것이 지금의 정치 지형을 만든 불행이었다. 10석이 된 뒤부터 자만에 빠졌다. 그때 찍어준 13%만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했나. 우리는 민중을 위해 얼마나 전투를 했나. 그때 우리는 2008년 20석, 30석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사당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참혹한 투쟁을 해왔나. 민중은 그동안 자기 죽음도 불사했다. 노동자 출신 의원은 목숨을 내놓고 비정규직을 위해, 농민 출신 의원은 한미FTA를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탈당파들이 내건 ‘종북주의’는 핑계다”면서 “‘종북’이라는 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는 노동운동 열심히 했다고 뽑으면 안돼"

 

이어 두산중공업노조 조합원 진종권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비례대표 선출문제와 언론보도 형태 등을 지적했다.

 

“모든 언론은 탈당파는 변화와 혁신을 바라고 건전한 세력으로 보고 있다. 탈당하지 않는 사람은 빨갱이며 간첩으로 보고, 혁신을 바라지 않는 사람들로 본다. 당이 나서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홍보해야 한다.”

 

진씨는 “비례대표는 노동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해서 뽑을 것이 아니라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정말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봉사활동을 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4년 의원하고 나면 한번 더 하고 싶은데 안될 것 같으니까 탈당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당하는 의원들은 그동안 자기를 키워준 당에 대해 욕설을 퍼붓고 있다”면서 “언론조차도 탈당파를 두둔하며 호의적으로 본다. 우리를 제대로 알려 내는 것은 우리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은 민주노총의 파업이나 투쟁에 대해 식상해 한다”면서 “탈당을 고민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창원시위원회의 최고령 당원이라고 한 김지영씨가 단상에 섰다. 창원 북면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 그는 “비판 받을지라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통합민주당은 호남에서 서로 공천을 받기 위해 박이 터져라 싸우고 있다”면서 “이번에 탈당하는 사람들이 어디에 출마할 것 같냐. 민주노동당이 될만한 지역에 나올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은 우리 면전에 대고 ‘종북’이니 ‘친북’이니 ‘민주노총당’이니 라고 할 것이다. 그런 대결에서 지면 안된다”면서 “종북도 안된다, 친북도 안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또 김씨는 “한나라당과 미국과 싸워 나가야 하는데, 분열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안된다”면서 “당원 개개인이 당에 대해 제대로 홍보해야 한다. 혁명적 발상 없이는 당이 제대로 설 수 없다. 당원부터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

 

"말로만 비정규직 위한다고 하면 안된다"

 

신금철씨는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 그는 “오늘 토론회에 간다고 하니까 탈당한 측에서는 가지 말라고 하더라”면서 “의견개진이라도 해보고 갈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당에 대해 색깔론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잘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면서 “비정규직 등 서민들의 배고픈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신씨는 “친북보다는 비정규직 등 고통받는 서민들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 “배고픈 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상 사람들한테 지지를 받을 수 있나”고 덧붙였다. 그는 “말로만 비정규직 위한다고 하지 말고 실제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조합원 천영조씨는 “저러다가 잘 되겠지 하며 지켜봤다. 탈당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본다. 기다리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당권 장악할 수 없어 나가는 것 아니냐"

 

분회장 활동을 하고 있는 장영길씨는 “어느 집안이나 조직이든 실권 장악하기 위해 다툼이 있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탈당하지 말라고 하면 구차한 것 같다. 어차피 나가는 사람들은 자기 명분을 여러 가지로 밝히지만, 실제는 당권이다. 당권을 장악할 근거가 없어 나가는 것이다”고 풀이했다.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출신인 김영길씨가 뒤이어 말했다. 그는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으로 있다가 선거를 거쳐 중앙위원장이 된 뒤 했던 경험부터 말했다. 그는 2004년 4·15 총선 당시 공무원 신분으로 있다가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민노당 지지 선언으로 8년간 공민권이 제한 당했다. 해고자인데 복직될 기회도 있었지만 놓쳤다. 현실을 보니 갑갑하다. 보수언론의 논조에 따라가고 있다. 그들이 언제 우리한테 관심을 보였나. 약간 분열 조짐이 보이면 대서특필한다. 이전에는 ‘자주파’니 ‘평등파’니 하는 말을 몰랐다. 지역본부장으로 있다가 위원장이 되어 서울에 가니 ‘김영길은 NL'로 규정하더라. ’NL'과 'PD'가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자기들이 그렇게 분류하는 거 보면서 놀랬다.”

 

김영길씨는 “현재 탈당은 사전 기획된 것이다. 그들은 내부에서 이미 지난 해 10월부터 당권을 장악할 수 없다는 판단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보았고, 그런 내용을 담은 문건까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당파 조모(조승수 전 의원)씨는 민주노동당 정치위원장으로 있었는데, 지난 해 대선을 앞두고 ‘고려연방공화국 외치는 권영길 후보를 위해 표를 달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보수세력과 전쟁 중에 있는데 지도급 인사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당에 대한 항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명망가들이 탈당한다고 하니 엄청난 것 같지만, 대다수 동지들은 애정을 갖고 있다”면서 “한 명이 나가면 두 명 가입시키면 된다. 탈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 등에 대해, 김영길씨는 “탈당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원 배지 때문인지 안하는 지 모르겠다. 자진탈당하면 의원직 상실이고 제명 당하면 살아남는다고 한다. 무슨 그런 법이 있나”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간 의원 1명에 보좌관은 6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당 최고위원들은 보좌관 한 명 없었다. 그야말로 빈 껍데기였다. 의원들은 이름 내기에 바빴던 것 아니냐. 이제 당은 수세적이 아닌 공세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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