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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노 대통령 안 보이는 숭례문 참화와 9·11…'란 기사를 게재한 <동아일보> 인터넷 사이트.
 지난 13일 '노 대통령 안 보이는 숭례문 참화와 9·11…'란 기사를 게재한 <동아일보> 인터넷 사이트.

<동아일보> 조수진 기자는 지난 13일 '노 대통령 안 보이는 숭례문 참화와 9·11…'란 기사로, 숭례문 화재 후 현장을 방문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원문 기사는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n=200802130066 ).

이 기사는 숭례문 사고 후 노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은 것과 9·11 이후 부시의 행동을 견주며 비판하고 있는 글이다.

노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판단은 바라보는 사람 각자의 주관적인 몫이며, 정치부 기자가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분명하고 중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혹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9·11 이후 부시 행적, 알고 실수? 모르고 실수?

첫째, 원문을 보면 조 기자는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노 대통령이 현장을 찾은 것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11일 오후였다. (중략) 다만 어느 나라에서든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국민은 최고지도자의 신속하고 결연한 움직임에 위안받고 안도한다. 2001년 9·11테러 다음 날 폐허로 변한 '그라운드 제로'에 나타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점퍼 차림에 메가폰을 잡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언급된 메가폰 연설은 그라운드 제로 연설을 말하는데, 이는 9·11 다음 날이 아닌, 9월 14일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유투브(http://www.youtube.com/watch?v=MiSwqaQ4VbA) 동영상 등에 자료가 남아 있다.

부시 대통령은 9·11 다음날 현장을 찾아가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아주는 지도력을 발휘하였는데 노 대통령은 어떤가 하는 논지이다. 그러나, 명백히 부시는 다음날이 아니라 사흘이나 지나서야 현장을 찾았다. 사흘만에 현장을 찾은 부시와 나흘만에 현장을 찾은 노 대통령의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부시의 방문 날짜가 노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할 수도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는데, 어찌하여 이런 오류가 발생하였는가? 이것은 기자가 모르고 한 것인가(오류), 아니면 알고도 그런 것인가?(조작) 어떤 것이든 한국의 대표적인 신문에서 나올 수 없는 것 아닌가?

부시만큼은 해야 '대통령' 자격 있다는 건가

둘째, 이 기사를 읽어보면 9·11 이후 재난 극복에 앞장선 부시에 비하여 노 대통령은 성의가 없다는 논조이다.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가든 안 가든 비판은 아주 주관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외국 대통령인 부시의 예를 들며 주관적인 감상이 될 글이 좀 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것처럼 서술되고 있다. 외국의 지도자 부시 대통령의 재난 극복 능력은 이러한데 노 대통령은 어떠냐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와 재난 극복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미국인들이라면 이 논지에 반대할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부시는 재난 극복이란 면에서 국민들에게 아주 나쁜 점수를 받은 대통령이다. 9·11조차도 적절히 대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9·11 사고가 난 당시, 초등학교 교실을 참관하던 부시는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태연히 의자에 앉아서 책이나 보고 있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rYaBwgei0dU, http://www.youtube.com/watch?v=ro3o-ld0CWw&feature=related와 영화<화씨 911>을 봐도 알 수 있다)

이것은 두고 두고 미국인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보고를 받고도 부시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돌아와 대응을 하지 못해 두고 두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시의 재난 극복 능력이 본격적으로 의심된 사건은 카트리나 허리케인 사고 때이다.

루이지애나가 잠겨버리는 이 엄청난 자연 재해 소식을 듣고도 부시는 아리조나에서 보내던 휴가(vacation)를 계속한다(http://thinkprogress.org/2005/08/30/as-katrina-struck-bush-vacationed/).

<뉴욕타임즈>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그의 카트리나 대응법에 대해 미국민의 51%가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복구 진도에 대하여 39%가 불만족을, 11%가 화가 난다고  답했다(http://www.nytimes.com/2006/08/28/us/nationalspecial/28bush.html?ex=1314417600&en=bedb225b8f70be0c&ei=5088&partner=rssnyt&emc=rss).

<뉴욕타임즈>지의 한 기사는 시민의 말을 빌어,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에 몰두한 나머지 안방의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I find that the concentration of the president is on the Middle East crisis and not on what’s at home). 카트리나의 사회적 충격은 9·11 버금 가는 것이다. 이러한 부시의 실망스러운 재난 극복 능력이 현재 대선의 오바마, 힐러리의 열풍에 일조한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면 노 대통령이 본받아야 할 모범이 부시 대통령인지가 아주 모호해진다. 그런데도, 이 기사는 상황을 아주 단순화시켜 부시는 훌륭하고 그의 모범을 따르지 못한 노  대통령은 '못된 놈'이라는 인상을 갖게 만든다.

이 기사는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중요한 역사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담고 있다. 의견의 정당성 이전에 기사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사실이어야 한다. 이 기사가 모범으로 묘사한 부시의 나라 미국이라면, 9월 14일을 12일이었다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유력 일간지에 버젓이 며칠 동안이나 실리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단순 오타 수준을 벗어나 명백한 기사 오류

전반적인 미국의 분위기라면, 단순히 오자 정도도 전문 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이 기사의 오류는 단순한 오타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정치에 대한 비판은 민주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더욱이 잘못된 사실을 이용하는 것은 신용 사회에서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동아일보>의 이 기사는 요즘 유행하는 몰입식 영어로, 'misinformative'(잘못된 정보를 주는)하고, 'misleading(잘못 인도)'하고, 'unreliable'(신뢰할 수 없는) 한 글일 것이다.

얼마 전 <중앙일보>는 잘못된 사진 하나 가지고 사과문을 게재하는 성의를 보였다. 나는 <동아일보> 해당 기사가 가진 문제점을 기사에 댓글과 조수진 기자에게 보내는 메일로 지적 혹은 건의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고 지금까지도 잘못된 기사가 게재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동아일보>도 기사 정정과 사과문을 발표해야 적절할 듯하다.


태그:#숭례문, #동아일보, #조수진,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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